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 ‘남의집’ 김성용 대표 “원하는 계열사 어디든 연결… 덕분에 하나은행 지점도 빌렸죠”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모두가 앞다퉈 온라인 생존전략을 세우는 가운데, 하나은행은 플랫폼 스타트업 ‘남의집’과 함께 오프라인 지점에 생기를 불어넣는 ‘컬처뱅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잠실 레이크팰리스점의 한켠에 마련된 화초 가득한 가정집같은 공간이 바로 남의집의 작품이다.


2019년, ‘시시콜콜한’ 취미를 내 집 거실에서 공유한다는 독특한 모임 플랫폼으로 시작한 남의집은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아침에 힘이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을 중개했다. 사업 콘셉트처럼 정말 ‘시덥지않아’ 보이는 모임들이지만 참여 경쟁률은 만만치 않다. 누적 횟수도 700회에 달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꿋꿋이 자기만의 길을 가던 남의집은 2019년 11월, 하나은행의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원큐애자일랩’에 선정됐다. 원큐애자일랩은 공모 방식도 아니다. 외려, 내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사전 심사를 거쳐 먼저 스타트업에 제안한다. 김성용(41) 대표에게도 하나은행은 그렇게 찾아왔다.


2년 전, 카카오에서 카카오 택시 사업개발을 하던 그는 이 업무에서 공유경제의 매력을 발견했다. 곧이어 ‘내가 공유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5년 간 카카오에서 쌓은 경험 그 자체를 나눠보기로 했다. 서울 연희동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던 그는 매주 주말, 집 거실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업화까지 염두에 뒀기에, 고객과도 같은 정말 ‘모르는’ 사람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멘토링이 필요한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이 많은 대외활동 SNS그룹에 글을 올렸다. 예약이나 결제서비스는 네이버의 시스템을 활용했다.


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 ‘남의집’ 김성용 대표 “원하는 계열사 어디든 연결… 덕분에 하나은행 지점도 빌렸죠”

△ 카카오 재직시절의 김성용 대표. 사진=김성용 대표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그저 ‘이 사업이 진짜로 돌아갈지’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글을 올린지 한 시간만에 6명이 신청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1년간의 테스트를 마치고, 카카오를 퇴사한 그는 2019년 4월, 남의집을 정식 법인으로 설립했다. 그 뒤 카카오벤처스에서 3억원의 시드 투자도 받았다.

취미도 공유하고 참가비도 받고

누군가의 남의집에 가기 위해서는 방문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질문은 직업, 참석동기, 개인 SNS 주소 단 세 개다. 집주인은 이 신청서로 참가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집주인은 입장료도 받는다. 금액 역시 집주인이 직접 정하는데 남의집은 이중 20%를 중개수수료로 가져 간다. 현재 남의집의 평균 입장료는 1인당 4만원, 모임 시간은 3시간, 참여인원은 6명이다. 한달 평균 집주인 수도 50~60명에 달한다. 6개월 전 대비 5배 증가한 수치다. 집주인의 연령대는 평균나이는 30대 후반. 오랫동안 일터에서 지쳐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취미생활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돌파구를 찾는 방식으로 남의집이 활용되고 있다.



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 ‘남의집’ 김성용 대표 “원하는 계열사 어디든 연결… 덕분에 하나은행 지점도 빌렸죠”



이중 김 대표의 뇌리에 특히 깊이 남은 모임도 있을까. 김 대표는 “아침을 좋아하는 한 집주인이 아침을 함께 나누는 모임을 만든 적이 있는데 경쟁률이 3대 1이나 됐다”며 “오전 9시에 거실에 모여 각자 아침에 무엇을 하는지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이색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한 50대 남성은 직접 DJ가 되어 자신의 집 거실로 낯선 사람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며 설레하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남의집은 중요한 특징은 후속 모임을 지양한다는 것. 김 대표는 “남의집을 여행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모든 모임은 처음보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야 이 낯섦을 보장할 수 있고 소위 텃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계열사와 다리 놓아주는 하나은행에 ‘감사’

지난해 하나은행의 ‘원큐애자일랩’에 선정된 남의집은 올 3월, 명동사옥의 12인실도 단독으로 사용하게 됐다. 앞으로 최대 1년 반 동안 이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 계열사와의 파트너십도 김성용 대표가 꼽은 장점.


“보통 지원기업으로 선정이 되도 해당 기업이나 담당자의 입맛에 맞게 사업이 변해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하나은행은 수요조사를 통해 제휴하고 싶은 계열사 선택지를 주고, 선택 후에 사업제휴를 하기까지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죠.”


덕분에 남의집은 현재 서울 잠실레이크팰리스점의 한 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공간은 모임을 열고 싶지만 거실공개가 꺼려지는 집주인을 위해 활용된다. 최근 남의집은 ‘남의집 거실정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곳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설명회를 2회 열었는데 각 모임에 20여명이 모였다.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집주인들의 취미공간으로 이곳이 채워질 예정이다.

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 ‘남의집’ 김성용 대표 “원하는 계열사 어디든 연결… 덕분에 하나은행 지점도 빌렸죠”

잠실레이크팰리스점 ‘남의집 거실정원’을 연 김성용 대표. 사진=김성용 대표



하나은행이 선택한 남의집은?

가정집 거실에서 낯선이들과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거실 여행 서비스

2019년 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 9기 선발



최근 남의집은 코로나19로 주춤해진 여행업의 대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멀리 못 가는 대신, 남의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불특성 다수가 공공장소에 모이는 모임에 대한 불안함이 커지는 반면, 가정집만큼 방역이 잘된 공간도 없을 뿐더러, 소수가 모이는 남의집에 더 안심하고 놀러오는 효과”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남의집을 ‘세상에 없던 초단기 거실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남의집은 올해 제주도에 특히 집중할 예정이다. 제주 이주자들이 이주경험을 나누는 프로젝트를 열도록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해안가의 재미있는 라이프 스타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여행업체와의 제휴계획은 없는지 묻자 김 대표는 “남의집은 최종목표는 여행사가 되는 것”이라며 “모임을 열면 ‘근처에 맛집은 무엇이 있나’ ‘어떻게 갈 수 있나’ 등의 문의가 많았는데 이게 다 사업 아이템이더라”며 “거실로 여행을 떠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상품을 직접 개발해 종합 여행사가 되는 게 최종 꿈”이라고 말했다.


호스트는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나에겐 평범한 일상도 다른 누군가에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시시콜콜함에서 특별함을 끄집어내는 게 우려의 역할”이라며 “주저하지 말고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설립연도: 2019년 4월

주요사업: 모임 중개 플랫폼

성과: 카카오벤처스 3억원 시드투자, 누적 모임 700회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