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육군 기준)로 줄어들었지만 군대는 특성화고 남학생들에게 여전히 불가피한 경력 단절 기간이다.

산업기능요원도 병역 의무를 이행하며 경력을 이어나가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졸업 후 취업하고 선발되기까지 변수가 많다. 반면 군 특성화고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선발돼 교육을 받고 군 복무 이후 대학 학위와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는 매력적인 인생 계획이다. ‘군 생활이 편했다’는 말보다 ‘군 생활이 알찼다’는 말이 더 솔깃하게 느껴진다면 군 특성화고에 주목해야 한다.

[1618] 군 특성화고, “군대에서 경력 쌓는 알찬 인생 계획”

△사진= 한경 DB

졸업-입대-취업으로 이어지는 군 특성화고 로드맵

군 특성화고 학생들은 정보통신, 전기 등 고등학교 전공과 관련된 맞춤 교육을 받고 재학 중에 주특기를 배정받는다. 졸업 후에는 병역의무기간 병 계급으로 복무하는데 기간은 ▲육군 및 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 등 군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병 복무를 마친 이후에는 15개월간 전문하사(부사관)로 임관한다. 2019년부터 부사관 봉급체계 일원화에 따라 급여에서 민간부사관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


시험을 통해 임관하는 민간부사관은 병 복무 없이 곧바로 부사관으로 입대하며, 의무 복무 기간은 4년이다. 하지만 군 특성화고 학생들은 부득이한 경우 병 복무(18~21개월)만 마치고 제대해도 의무 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부사관 임관 4년 차 이후부터는 개인의 희망에 따라 장기복무를 신청할 수 있다. 장기 복무를 신청하면 군 특성화고 출신 부사관과 민간부사관이 동등한 입장에서 심사를 받는다.


권태흥 연무대기계공업고 군특성화부 부장교사는 “부사관은 9급 공무원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대하며 희망한다면 장기 부사관 진로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이 군 특성화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진성 대구일마이스터고 군특성화부 부장교사는 “병 생활만 하고 전역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지만 각 부대 지휘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도한다면 더 많은 인원이 단기 및 장기 부사관으로 남을 것”이라며 “군 특성화고 제도가 군대에 곡 필요한 인력 수급에 도움이 되고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매력적인 경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35개 학교에서 1500명 학생 선발

군 특성화고 과정은 고등학교 1~2학년 때 인원을 선발해 3학년 때 교육이 시작된다. 졸업 후 입대해 군 생활을 시작하니 고등학교 재학 중에 이미 졸업 후 진로가 어느 정도 정해지는 셈이다. 물론 모든 특성화고에서 군 특성화고가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군 특성화고 과정을 희망한다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부터 전공 및 학교를 염두에 둬야 한다. 국방부는 2020년 기준 ▲육군 21개 학교 32개 학급 ▲해군 5개 학교 7개 학급 ▲공군 3개 학교 6개 학급 ▲해병대 6개 학교 9개 학급에서 총 13개 주특기로 학생 1500명을 선발해 전문기술 인력으로 양성하고 있다.

[1618] 군 특성화고, “군대에서 경력 쌓는 알찬 인생 계획”


1년간 군 맞춤 교육으로 역량 강화

군 특성화반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1년 동안 군 맞춤식 교육을 받는다. 군 교과 과정에는 인성과 리더십, 체력단련 등과 관련한 일반군사교육과 각 군의 현장 실습을 통한 군 기술교육이 포함된다. 군 특성화고 과정 학생들은 1년간 군사 및 군 기술교육을 주 10시간 이상 받으며 인성 및 리더십 교육도 주 2시간 받는다. 또한 추가로 방과 후 학습을 통해 군에서 요구되는 주특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체력단련을 병행하기도 한다. 국방부에서 별도로 예산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일부 학교는 자율적으로 1·2학년 과정에서도 군 특성화 예비반을 운영한다.

군 특성화고 운영 학교에는 학교별 운영예산 및 주특기에 맞는 교재 및 교보재가 지원된다. 군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위해 군 출신 교사(예비역 군 간부)를 선발하는 등 기술 교육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군 특성화고 학생에게는 훈련 기간 총 110만원의 장학금이 수여된다. 이중 50만원은 피복구입비로 군 특성화고 제복과 체육복, 운동화 등 피복비로 사용된다. 나머지 60만원은 실습지원비로 학생들에게 직접 지급된다.


김용철 성동공업고 군특성화부 교사는 “인생에서 흔히 고민하는 영역이 병역과 대학, 취업과 결혼인데 군 특성화고를 통해 병역과 학위와 취업을 해결할 수 있다”며 “또한 향후 직업군인이 되면 군 숙소가 제공되는 등 주거 문제도 해결되기 때문에 인생 대부분의 걱정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군 특성화고 교사 선발도 군 경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향후 특성화고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군 복무 중 e-MU과정으로 학위 취득

군 복무 중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은 군 특성화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e-MU(electronic Military University)는 군 특성화고 출신 장병을 위한 학위 과정이다. 대학과 군 협약을 통해 직업군인에 대해 공학교육 및 학사 학위 취득 기회를 부여하고 산업체 위탁 교육(대학과 산업체 간 협약을 맺어 재직자에게 제공하는 교육)으로 학위 과정이 운영된다.


군 특성화고 학생들은 상병부터 e-MU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총 4학기의 재학 기간을 거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대학 진학자에 대한 개인별 수혜로 학비 50%를 감면하고 학습 콘텐츠 청강용 개인용 노트북을 지급한다.


2020년 기준 전문학사 과정은 6개 대학 9개 특수학과에서 1개 학년 915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전공심화(학사) 과정은 6개 학교 9개 특수학과(주특기 분야 동일)에 1개 학년 270명이 수강하고 있다. 단, 상지대학교(구 상지영서대)는 2020년 통합 과정에 따라 2020년부터 e-MU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지만 기존 e-MU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는 교육과정을 유지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앞으로 군 특성화고 과정의 주특기 확대에 따라 e-MU과정 전공 분야와 학교, 인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1618] 군 특성화고, “군대에서 경력 쌓는 알찬 인생 계획”


강호항공고 박상권 교사는 “일반 부사관도 e-MU과정에 지원할수 있지만 군 특성화고 출신 장병들이 우선 선발 대상”이라며 “군대에서 전문성을 익힐 뿐 아니라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 특성화고는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공 분야 주특기 배정받고 취업까지 연계

직업군인이 최종 목표가 아닌 학생들에게도 군 특성화고는 유리한 부분이 있다. 자신의 전공과 맞는 주특기를 부여받아 군 복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군 복무 기간을 직무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전역자에게는 다양한 취업 기회도 주어진다.


전역 후 채용박람회를 통해 우량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이노비즈협회의 지원을 받아 취업역량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취업지원 협약 체결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한화그룹과 국방부가 협약을 추진한 결과 5명이 3년 군 복무 후 2019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사례가 있다. 국방부는 앞으로 방산업체 대상 취업지원 협약 체결 사례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광운전자공고 김세헌 교사는 ”특성화고 남학생들은 병역 의무 때문에 현장실습이나 취업을 나가도 경력 단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군 특성화고 과정은 졸업과 동시에 병역 복무가 이뤄지고 제대하더라도 경력 단절이 없어 취업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군 특성화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의무 기간에 병 복무를 하며 자신의 전공 분야를 주특기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자신의 희망 진로가 확실하고 군대에서도 경력을 이어나가고 싶다면 군 특성화고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1618] 군 특성화고, “군대에서 경력 쌓는 알찬 인생 계획”

△사진=강호항공고등학교 제공

2021년 50개교 2000명 수준으로 확대 예정

군 특성화고 교육 과정을 통해 국가는 입대 전에 군에서 필요로 하는 첨단장비 전문 기술 인력을 맞춤형으로 양성하고 복무 중에는 선두분야에 보직해 활용하며 장병들의 경력과 전문성을 개발한다. 또한 전역 후에는 관련 분야에 산업 전사로 활용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국방부는 2021년 특성화고 군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현재 희망 학교 공모를 통해 지원서를 접수하고 있으며 7월에 최종 선발 학교를 발표한다. 군 특성화고 규모는 2020년 35개교 55개 학급 1500명에서 2021년 50여 개교 80여 개 학급 2000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방부에서 군 특성화고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김진섭 인적자원개발과 중령은 “의무 복무기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입대 후에 전문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며 군 특성화고에 대해 “국가적으로 전문 인재를 활용하고 제대 후에도 산업 기술 분야의 대들보로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 중령은 “손재주가 있거나 창의성이 있어 기술 분야의 명장이 되고 싶다면 군 특성화 교육과정이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