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50%, '전공과 무관한 직업 가진다'···한국 ‘미스매치’ OECD 평균 39%보다 높아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자의 50%는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초 열린 공공기관 채용박람회 현장.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우리나라 대졸자의 50%는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미스매치(부조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이런 내용의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 정원 규제 완화, 진로 교육 강화, 전공 선택 시기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공-직업 미스매치는 50%에 달해 영국, 이탈리아 등과 함께 미스매치가 가장 높은 집단에 속했다. 참여 국가 전체의 평균은 39.1%였다.


보고서는 대학 전공과 직업 간 높은 미스매치가 △각종 정원 규제로 인한 학과 간 정원조정의 경직성 △학과별 취업 정보의 부족 △전공 선택 시기의 획일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학생들, 입시와 맞물리며 희망하지 않는 전공 택해

특히 대학과 전공에 관한 각종 정원규제가 입시-취업과 맞물리며 많은 학생이 희망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우리나라 수도권 소재 대학은 총량적 정원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각 대학 내 전공 간 정원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전국 4년제 사립대학에서 전년도의 전공별 경쟁률에 따라 전공별 입학정원 조정이 있었는지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사립대학에서는 어느 정도 조정이 일어나는 반면, 수도권 사립대학에서는 전공별 입학 정원 조정이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여러 이유로 수도권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보다 상위권에 속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 신입생 28% ‘전공 바꾸고 싶어’

모든 학생에게 일정한 시기에 나중에 바꾸기 어려운 결정을 강제하는 '전공 선택 시기의 획일성'도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는 이유로 지적됐다.


KDI가 2018년에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응답한 비중은 28.2%에 달했다. 인문 계열은 주로 교육 계열로, 자연 계열은 의약 계열로 변경을 희망해 '특수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또, 일반고 내 문·이과 선택 이유 중 '대학 진학에 유리해서', '주위의 일반적인 선택을 따랐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었으며, 이들 중 문·이과 선택을 후회하는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보고서는 높은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기존 정원규제 자체를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신산업 관련 전공 분야 정원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인구고령화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의료 분야는 증원을,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가 축소되는 교육 분야는 감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진로전담교사가 진학 상담 시 대학·학과별로 현재 공표하는 취업률 외에 소득정보와 같은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학생들의 전공 선택 시기를 다양화하고 전공 변경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대학 입학 모집단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