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이기봉 교수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이종규 박사, 울산과학기술원 곽상규 교수팀이 버려지는 PET 폐플라스틱병을 이용해 다공성 탄소소재(활성탄)를 제조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 포집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음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버려지는 폐플라스틱병으로 지구온난화 해결한다

△고려대 전경. (사진 제공=고려대)

4일 고려대 등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상용화된 1950년대 이후 총 83억톤 이상의 플라스틱 생산량 중 재활용되는 양은 25%에 불과하고, 75%인 약 63억톤은 처리되지 않고 버려지거나 소각되고 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폐플라스틱은 해양으로 유입돼 미세플라스틱을 생성하면서 수중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환경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PET 폐플라스틱병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물질인 활성탄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폐플라스틱 처리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개발된 기술은 기존 재활용 방법에 이용하기 어려운 심하게 더럽거나 오염된 폐플라스틱병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활성탄이라고도 불리는 다공성 탄소소재는 대기환경 및 수처리, 반응촉매 등 다양한 곳에 이용되고 있는데, 야자껍질이나 석탄 등을 열처리와 화학적·물리적 활성화 과정을 거쳐 생산하게 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활성탄의 원료물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폐플라스틱을 활성탄 제조에 활용한다면 수입 대체 및 원료가격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ET 폐플라스틱병을 이용해 제조된 활성탄은 이산화탄소 포집에 상용화가 가능한 정도의 탁월한 성능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우수한 포집 성능은 이산화탄소 흡착에 유리한 크기의 기공을 잘 발달시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분석과 분자수준의 전산모사를 통해 밝혀냈다.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제조된 활성탄을 이산화탄소 포집에 적용하는 기술은 폐플라스틱 처리와 지구온난화라는 두 가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PET 폐플라스틱병을 이용해 제조된 활성탄은 이산화탄소 포집 이외에도 기존 활성탄이 이용됐던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고려대 연구팀은 다양한 종류 및 형태의 폐플라스틱, 커피 찌꺼기, 석유계 코크 등 버려지거나 가격이 저렴한 탄소 원료 물질을 활용해 활성탄으로 고부가가치화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및 C1가스리파이너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화학공학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온라인 게재됐다.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