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제약 없는 온라인 강의에도 이후 수강 인원은 ‘그대로’


- 학과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과목 수, 과거부터 꾸준히 개선책 요구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 ‘수강신청’ … 온라인 강의에도 지옥의 수강신청 '여전'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한수연 대학생 기자] 1년에 두 번, 대학생들에게는 ‘수강신청’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업이 있다. 이러한 수강신청에서 모든 학생들이 제한된 과목 수나 수강 인원 등 다양한 이유로 매번 ‘올클(All Clear의 줄임말)’을 하지는 못한다.


직접 교수나 강사에게 이메일로 수강 신청을 문의하는 방식인, 일명 ‘빌넣(‘수업을 빌어서 넣는다’의 줄임말)’을 시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에 대해 대학가에서는 평균 3~4백만 원의 등록금을 지불함에도 듣고 싶은 과목이나 전공과목을 수강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온라인 강의, 수강 신청 변화는?

지난달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기 이전, 대다수의 대학은 수강 인원 및 실험, 실습 여부에 따라 대면, 온라인, 병행 등의 수업 형식을 확정했다. 한양대에서는 지난 6월 실험, 실습, IC-PBL 및 20명 이하 이론 수업은 대면으로, 이외 수업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수업이 장소 제약이 상대적으로 없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수강 신청 즈음 공지된 과목별 수강 가능 인원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어진 경우도 빈번했다. 또한, 수강 정정 기간에 증원된 인원도 대부분 소폭이어서, 학생들이 교수 또는 강사에게 직접 이메일이나 전화로 수강 신청을 따로 해야 했다. 한양대에서 이러한 문제는 대표적으로 주로 학과 재학생들과 유학생 및 다중전공생이 많은 경영학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졸업은 해야 하는데, 들을 수 있는 강의는 없고

이러한 경영학부의 수강 신청 문제는 단순히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듣기 때문만이 아니다. 수강 실패가 곧바로 졸업 요건을 채우기 힘들어진다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이 계속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경영학부의 졸업 요건 중 전공학점은 전공필수 24학점, 전공 핵심 24학점, 전공 심화 18학점을 들어야 충족된다.


경영학부를 다중전공하는 타 학과 학생의 경우에도 전공 핵심 21학점, 전공 심화 6학점을 들어야 한다. 이렇듯 학생들에게는 전공 핵심 강의가 전공 심화 강의보다 적게는 2과목, 많게는 5과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공 핵심 강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2020년 2학기 한양대 경영학부의 전공 핵심 과목은 7과목, 전공 심화 과목은 19과목이 개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 핵심 강의를 더 많이 수강해야 하지만, 열린 강의 수의 차이는 2배 이상으로 수강 신청이 어려워져 학생들은 매 학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 ‘수강신청’ … 온라인 강의에도 지옥의 수강신청 '여전'



2020년 2학기 한양대 경영학부 전공 핵심 과목 경쟁률. 최소 2.4에서 최대 3.6의 경쟁률을 보인다.

사진=한양대 수강 신청 홈페이지



이번에 수강해야 했던 전공 핵심 과목을 정정 기간에도 최종적으로 신청하지 못한 한양대 경영학부 재학생 A씨(22)는 “학기 중 전공과목을 워낙 신청하기가 어려워 계절학기로 미리 듣기도 했다”며 정규 학기 수강 신청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학기에 들어야 했던 전공 핵심 과목 수강 신청에 최종적으로 실패해서 사두었던 책까지 환불해야 했던 A씨는 ‘빌넣’은 시도조차 못 했다고 이야기했다.


수강 신청에 실패하면 학생들이 시도하는 ‘빌넣’에 대해 A 씨는 “그동안 막 학기에 재학 중이면 ‘빌넣’을 받아주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에브리타임(학교 커뮤니티)에서 막 학기 선배님도 교수님이 증원 계획이 없다며 거절하셨다는 글을 보아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에는 특정 과목 인원이 15명 정도 증원돼서 추가로 신청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공 핵심 과목을 채우지 못한 3, 4학년 선배님들도 신청 시도를 하다 보니 경쟁률이 더욱 높아져서 (해당 과목을) 잡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라고 대답하며 유의미한 수강 증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A 씨는 “채워야 하는 전공 핵심 학점은 24학점인데 상대적으로 열리는 과목 수와 인원수를 보면 4년 동안 채우기 빠듯하다. 자칫하면 5학년을 다녀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구성인 것 같다. 전공 핵심 과목은 희망 인원을 조사하여 그만큼 강좌를 더 개설해 주면 좋을 것 같다.”며 학교에 바라는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 ‘수강신청’ … 온라인 강의에도 지옥의 수강신청 '여전'

이번 수강 신청에 문제를 겪은 경영학부생들. 사진=한양대 에브리타임



다양한 학과의 고질적 문제, 개선이 필요

이러한 문제는 비단 경영학부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경우 올해부터 2020-2023 교육과정으로 개편되면서, 20학번과 19학번이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 과목이 겹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학교 포털 사이트에는 20학번도 올해 수강해야 하는 과목으로 뜨지만, 20학번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 배정되어 학생들은 당혹감을 표현했다. 게다가 9월에 입학하는 재외국민 신입생들이 들어오면서 적은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인원수는 더욱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학사팀에서 특정 과목에 대해 증원을 했으나, 그 숫자 역시 학과 인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재학생 B씨(20)는 “수강 신청에 실패하고 이메일을 보내봤는데, 한 과목은 희망자가 워낙 많고 졸업을 앞둔 막 학기 선배님들도 수강을 원하고 있어 어렵다고 답변이 왔다. 그리고 다른 과목은 대면 수업 병행 과목이어서, 증원 시 충분한 거리 및 시간 유지가 어려워 불가능할 것 같다고 메일을 받았다. ‘빌넣’에 모두 실패한 셈”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B 씨는 수강 신청 당시 최소학점을 채우기 위해 전공과 상관없는 화학 수업 등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B씨는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 개강을 했음에도 이후 상황이나 대기자들을 고려해 증원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전공생들이 전공 수업을 교육과정에 맞는 학년에 들을 수 있도록 인원이나 분반을 넉넉히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 ‘수강신청’ … 온라인 강의에도 지옥의 수강신청 '여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변동된 교육과정에 따른 수강 신청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사진=한양대 에브리타임



이처럼 수강 신청 문제로 졸업을 걱정하거나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교과목을 듣지 못하는 상황은 한양대 이외에 수많은 대학의 현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앞으로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학교에서도 쉽게 인원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수업 방식을 운영하는 한양대 모 교수는 거리 두기 및 시간을 모두 고려했을 때 쉽게 증원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수강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불만을 품는 학생들과 학교 측의 갈등은 과거부터 지속해서 이어져 왔다. 학생들과 학교 측의 원만한 관계 형성 및 유지와 더불어 최소한의 졸업 요건 충족을 위해 수강 신청 문제의 해결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tuxi0123@hankyung.com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 ‘수강신청’ … 온라인 강의에도 지옥의 수강신청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