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커리큘럼과 특전 제공 등 기존 학과와 차별점


- 교·강사 인력 부족 및 커리큘럼 체계 부실 등으로 일부 학생들의 불만도 이어져


너도나도 만드는 대학 '융합학과'가 인기?···'있는지도 모르는' 재학생들 태반 "어설픈 커리큘럼도 한 몫"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한수연 대학생 기자] 취업, 지적 호기심, 전공과의 시너지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대학생이 ‘복수전공’을 선택한다. 복수전공은 주전공 외에 타전공의 일정한 학과 이수 과정을 수행하면, 졸업 시에 주전공과 타전공이 병행 표기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최근 많은 기업이 ‘상경계 우대’라는 채용 조건을 달면서, 비상경계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경영, 경제학과 등을 복수전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AI 및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바람으로 컴퓨터 공학과와 같은 공학 계열을 복수전공하는 대학생들 역시 증가 추세를 띠고 있다.


입학 후에만 선택할 수 있는 전공이 있다?

복수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학과에는 기존에 대학 지원 시 선택할 수 있는 학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양대를 비롯해 건국대, 서울대, 중앙대 등 대학은 융합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융합전공은 2개 이상의 기존 학부, 학과 또는 전공을 합쳐 만들어진 독립된 교육과정이다. 복수전공을 통해 융합전공을 제2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다.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학과 및 학문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학과라는 점에서 이점… 특별한 혜택도

특히 한양대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융합전공 중 하나인 중국경제통상융합전공은 중국 상해 어학연수 비용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한다.


너도나도 만드는 대학 '융합학과'가 인기?···'있는지도 모르는' 재학생들 태반 "어설픈 커리큘럼도 한 몫"

한양대 중국경제통상융합전공 특전, 사진=한양대 국제학부 중국경제통상융합전공 홈페이지



또한,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후, 한양대의 빅데이터융합전공도 2018년 첫 설치 이후 꾸준한 주목을 받아오고 있다. 한양대에서 빅데이터융합전공을 공부하고 있는 A씨(22)는 “문과 학생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으며, 고학년으로 갈수록 컴퓨터 언어 사용이 잦아지는 주전공과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빅데이터융합전공을 제2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시대적 흐름을 빠르게 따를 수 있는 대표적 전공 중 하나라고 느꼈다”라고 해당 융합전공의 비전을 예상했다.


중앙대에서 유통관리연계전공을 공부하고 있는 B씨(22)는 “물류학에 관심은 많지만, 기존 학과를 복수전공을 하기보다는 비슷한 여러 학문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연계전공은 여러 학과의 커리큘럼을 합쳐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을 접해보면서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느꼈다”라고 연계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정보원 부족, 커리큘럼 내구성 문제… 융합전공의 단점도 드러나

융합전공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오프라인 설명회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학생들이 참고할만한 정보원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한양대에서는 융합전공 학과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거나, 혹은 폐지돼 제2전공으로 선택할 수 없는 학과도 존재한다.


너도나도 만드는 대학 '융합학과'가 인기?···'있는지도 모르는' 재학생들 태반 "어설픈 커리큘럼도 한 몫"

한양대 에브리타임.



이러한 정보원 부족은 비단 한양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C씨(22)는 “우리 학교에도 융합전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3년 동안 몰랐다. 주변에도 융합전공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친구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또한, 융합전공을 선택하고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커리큘럼의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또 다른 문제로 뽑았다. 기존에 설치되어있는 학과들은 최소 1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커리큘럼이 체계적이지만, 융합전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A 씨는 “빅데이터융합전공의 경우, 교수 혹은 강사 인력 부족으로 커리큘럼상 개설돼야 할 과목도 열리지 못할 때가 많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대체 과목 수강 시 학점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대체 과목이 타 학과의 전공과목이어서 수강 신청 시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를 이야기하며 “담당 부서에서 교, 강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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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학기 미개설 과목을 포함한 한양대 빅데이터융합전공 수업.(사진=한양대 서울 창의융합교육원 홈페이지)



융합전공이 학과 여러 개의 커리큘럼을 묶어 만든 제도이다 보니 커리큘럼이 다소 난잡하다는 의견도 있다. B씨는 “여러 학과의 전공 수업들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방향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전공 수업 자체에 대한 지식만 학습할 뿐 ‘유통관리’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공부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전공기초부터 들으며 분야를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끔은 학점 채우기 용으로만 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방안으로 “과목 간 연계성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혹은 연계전공 내 과목들이 어떤 방식으로 유통관리 분야에 활용되는지를 배울 기회가 마련된다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제시했다.


학생들의 배움의 선택권을 넓혀주고, 특전과 같은 다양한 이점이 존재하는 융합전공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융합전공을 시행하고 있는 다수의 학교에서 제대로 된 홍보 및 정보원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전공의 역사가 짧아 커리큘럼 내구성이 부실하다는 것 역시 실제 융합전공 중인 학생들이 생각하는 큰 문제 중 하나로 작용 중이다. 따라서 해당 단점들을 보완하고 적절한 홍보와 정보원 제공 등을 통해 융합전공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학교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tuxi0123@hankyung.com


너도나도 만드는 대학 '융합학과'가 인기?···'있는지도 모르는' 재학생들 태반 "어설픈 커리큘럼도 한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