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강민우 대학생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우리 삶에 정착했다. 친구들과 화상으로 함께하는 랜선 술자리, 온라인 수업, 비대면 공연 등 새로운 문화가 양산되었고, 20대의 생활과 인간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다. <한경 잡앤조이>가 ‘코로나 시대의 20대 연애’를 주제로 시리즈 기획을 다뤄봤다.
① 코로나19가 갈라놓은 국제 커플 인터뷰
② 드라이브스루 입대, 코로나가 더 힘든 ′곰신 커플′
③ 늘어난 소개팅 앱 사용자, 일상화되는 언택트 만남
데이트의 계절인 가을이다. 그러나 청춘들은 가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코로나19라는 벽이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새로운 만남이 감염의 통로가 될 수 있는 만큼 흔히 말하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옛말이 됐다. 전염병을 피해서 젊은이들이 모인 곳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개팅 앱 등의 ‘가상공간’이다.
“오붓하게 한 잔 할 사람” “외로운데 같이 카공해요”
전염병에 대한 공포도 새로운 만남을 향한 간절함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대학생 커뮤니티 ‘캠퍼스픽’은 외로움을 달랠 짝을 찾는 젊은이들로 항상 붐빈다. 대학생 김모(24) 씨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부터 커뮤니티를 통해 이성과 만남을 가져왔다. 그는 스스로를 ‘낯선 만남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친구들은 제가 여기서 이러는지 몰라요. 주변에서 보기에 전 소심한 사람이다. 이곳에선 부담 없이 저를 드러낼 수 있다. 여기엔 나 같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에게 온라인 커뮤니티는 하나의 주머니다. 관계가 고플 땐 꺼내쓰고 필요 없을 땐 다시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잘 맞으면 밖에서 몇 번 더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은 유대감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얽매이기 싫다”고 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처럼 언제든 관계를 초기화하는 ‘리셋’ 버튼을 바라고 온라인 공간을 찾는 것은 아니다. 군 복무 중인 대학생 박모(26) 씨는 달랐다. 그는 지난 4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휴가를 나가지 못하게 되자 소개팅 앱을 다운로드했다. 새로운 만남이 주는 흥분이 그리워서였다. 처음엔 단순 호기심에 불과했지만 마음이 맞는 이성이 나타났고 이내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박 씨는 “시작할 땐 서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다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친해졌다. 나는 작곡을 공부하고 상대방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었다. 잘 통했다.(웃음)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졌을 때 휴가 나가서 번호도 교환했다. 얼마 전엔 내가 쓴 곡을 상대에게 선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만남도 사람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현실 만남으로 시작하지 않았다고 언제든 벗어 던질 수 있는 인연인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온라인 만남은 믿을 수 없다며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성균관대 재학 중인 최모(23) 씨는 “그 사람이 누군지 서로에 대한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 만나야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온라인으로 만나면 상대방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것 같다”며 “혹여라도 원치 않는 연락이 계속 올까봐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시작해도 다들 결국 오프라인에서 만날 목적 아니냐”며 “코로나19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언택트 만남은 새로운 트렌드
글로벌 앱 비즈니스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지출액 기준 상위 10개 앱 중 3개가 데이팅 앱이었다. 거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소개팅 앱 ‘틴더’는 작년 4분기 590만 명에서 올해 2분기 620만 명으로 유료가입자 수가 증가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시대 ‘접속’을 통한 사랑은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물론 팬데믹의 영향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과거부터 ‘관계소비’는 청년들의 고정 지출 항목이었다. 하지만 취업난 등으로 20대의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역시 축소됐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투입 대비 효용이 높은 온라인 만남이 청년들을 사로잡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심리적 인식의 변화 역시 작용했을 것”이라며 “여러모로 사랑이 힘든 시기에 흔히 말하는 ‘밀당’처럼 관계 유지에 쏟는 수고는 번거로운 일이 됐다. 간편하게 맺고 끊을 수 있는 ‘손쉬운’ 관계에 청년들이 점차 빠져든 것이다. 심리적인 저항이 적다는 점 또한 온라인 만남의 장점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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