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샵 20곳 중 12곳은 가격표 아예 없어...미용실, 홍보 가격과 실제 가격이 달라
유명 어학원 “대면 상담하셔야 정확한 가격 알려드릴 수 있다”

올해로 시행 11년째를 맞은 옥외가격표시제(이하 가격표시제)를 여전히 지키지 않는 매장들이 많다. 그중 가격표시제를 피해가는 가장 대표적인 수법은 최소 가격만을 제시하는 매장이다.

예를 들어, 미용실의 경우 기본 커트 혹은 젤 네일 가격을 적어두고 머리 길이, 네일 색 종류 등이 바뀌면 추가금이 붙는 형식이다. 미용실, 네일샵과 같은 미용업소는 고객과 상담을 통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하면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 최저가격부터 최고가격까지 게시해야 한다. 최저 가격만을 게시하는 것은 명백히 가격표시제에 위반되는 행위인 것이다.
네일샵, 실물 가격표 없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문의해야 해서울에 위치한 네일샵 약 20곳을 취재해 본 결과, 가격표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네일샵은 약 12곳이었고, 기본 네일 가격만 명시한 곳은 5곳이었다.

그중 명동에 위치한 A네일샵의 가격표를 알아본 결과, ‘손 젤 10,000원~’이라고 했으나 ‘여성 손케어’가 10,000원일 뿐 원컬러 젤네일은 28,000원이었다. 미리보기로 보이는 가격과 실제 가격이 달랐다.

직접 문의해 본 결과, 미리보기 가격표가 어떻게 돼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손젤은 10,000원이 아니라 최소 가격 28,000원이라고 답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격 안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격 안내
지난 11월, 네일샵이 모여 있는 또 다른 지역인 홍대 그리고 연남동 일대를 찾았다. 연남동에 위치한 한 네일샵은 가게 외부에 어떠한 가격표도 게시하지 않았다. 해당 네일샵은 SNS 계정을 통해 네일 디자인, 예약 가능 날짜 등을 안내하고 있었는데, 주로 사용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도 소비자를 위한 가격표는 없었다. 이에 직접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들어가 본 결과, 기본 가격 안내문을 문의해야만 가격표를 볼 수 있었고, 그마저도 직접 디자인을 찾아가 예약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가격 안내가 없었다.

얼마 전 네일샵을 방문한 ㄱ씨는 영문도 모른 채 추가금을 결제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원하는 디자인에 가격을 미리 안내받고 방문했으나 결제할 때 보니 2만 5천 원이 추가돼 있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매장에 이유를 물어보니 손톱이 애매한 길이라며 대신 큐빅을 크고 비싼 걸로 붙였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추가금을 여부를 들은 ㄱ씨가 난감하다는 입장을 표했으나 업주는 다른 가게보다 저렴한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서비스를 주겠다고 말하고 무마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추가금이 붙게 되면 디자인을 변경하겠다고 말했는데도 미리 안내받지 못하고 결제할 때 알게 되어 불쾌했다”고 전했다.

“결제할 때 보니 추가금이 붙어있었어요” 불명확한 가격으로 홍보하는 미용실미용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소재 미용실 23곳을 확인한 결과, 서비스 품목의 가격을 모두 적어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가격표가 외부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미용실은 13곳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미용실이 기본 ‘커트’ 비용조차 적지 않은 것이다.

이 중에는 가게 외부에 할인율만 적어 직접 가게에 상담을 가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또 네일샵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가격을 문의해야만 알 수 있는 곳도 존재했다. 심지어 여러 개의 체인점이 있는 대형 미용실도 일부 품목은 온라인 가격표에 ‘변동’ 혹은 ‘상담’이라고 적어두었다.

ㄴ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무제한 탈색’이라는 서비스 가격을 보고 방문했으나 서비스를 받고 난 후 30만 원의 추가금도 함께 결제했다”라며 불편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글에서는 추가금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 기장이나 모발 상태와 무관하게 무제한으로 탈색할 수 있는 줄 알고 방문했다며 속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예약했던 디자이너는 결제할 때 한번 보고 다른 분들이 탈색을 해줬다며 상세하지 않은 가격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직접 대면 상담해야 정확한 가격 안내해 드릴 수 있어요” 가격 공개 피하는 학원

가격이 명확히 표시되지 않은 곳은 미용실, 네일샵 등 미용업소뿐만 아니라 학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4일, 종로구에 위치한 모 대형 영어학원을 직접 찾았다. 해당 영어학원은 여러 채의 건물을 쓸 정도로 규모가 컸으나 가게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격표는 없었다. 상담 문의를 위한 QR코드와 전화번호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에 직접 주말반 가격을 문의하자 원하는 강의 가격을 알 수 있었다. 추가로 강의마다 시간이 다르기에 가격이 차이 날 수 있다며 이는 직접 상담을 받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가격표가 게시되지 않은 건물 외부의 모습
가격표가 게시되지 않은 건물 외부의 모습
종로에 위치한 또 다른 대형 영어 회화 전문 학원도 가격표를 게시하지 않고 있었다. 공식 카카오톡 채널에 들어갔으나 빠른 문의가 가능하도록 해둔 매뉴얼엔 ‘학습방법’, ‘학습 어플 설치 방법’ 등만 있을 뿐, 가격표를 알 수 있도록 해둔 메뉴얼은 없었다.

이곳 역시 직접 전화로 문의했으나 정확한 가격을 알 순 없었다. 학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간략한 설명과 함께 대략적인 가격만 안내해 줄 뿐이었다.

정확한 가격을 묻자, 레벨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 후에 알려줄 수 있다며 대답을 피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할인으로 빠르게 방문해 결제해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간별로 달라지는 이벤트용 가격으로 안내해 준 것이다. 영어학원 이외에도 요리학원, 패션 전문 학원 등도 건물 외부에 있는 팸플릿에는 상담 문의 전화번호만이 적혀있었다.

자격증용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 위해 알아보던 ㄷ씨는 학원 외부에서 가격표를 찾을 수 없어 직접 상담을 받아야 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다시 알아봤으나 학원 블로그 글에만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 가격도 특정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만 적용되는 가격이었다며 상담하러 가기 전까진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ㄷ씨는 “업종을 불문하고 결제할 땐 가게 외부에 있는 가격표에서 추가금이 붙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보완된 가격표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세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