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소현 대학생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본격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범유행의 장기화로 하반기 공채에서도 고용위축은 여전하리란 전망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학생에게 답을 묻다 ②] 서울대생도 서류합격률 절반으로 ‘뚝’… 멈춰버린 취업시장

하반기 공채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 사진=에브리타임 게시물 캡처



서울대학교 학생 전용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SNULife)의 취업게시판에서 한 학생은 “작년과 똑같은 스펙으로 이번 하반기에 원서를 넣기 시작했는데, 작년에 비해 서류합격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마케팅·영업·인사·재무 등 경영학 직렬로 대표되는 일반 기업의 문과 직종들의 경우, 원래도 좁았던 취업 문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좁아졌다는 의견이 학생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고시·대학원 진학 준비 등 눈길 돌리는 학생 많아져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대학생들은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어문계열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현재 하반기 취업을 포기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중이다.


A씨는 “요즘은 기업 공채에 합격하는 확률보다 고시류 시험이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해 합격할 확률이 더 커 보인다”라며 “경영학을 부전공했지만 지금처럼 공채 자리가 얼마 없는 상황에서는 원서를 넣어도 족족 떨어질 것 같아 로스쿨 준비로 방향을 틀었다”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또한 “주변 동기들을 보면 각종 어학 성적과 금융계열 자격증, 학회 및 인턴 경험을 갖췄더라도 서류 탈락이 당연시되는 상황이다”라며 취업 분위기를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19일 치러진 법학적성시험(LEET)에 지원한 응시생은 총 1만1150명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A씨처럼 취업 준비 대신 로스쿨에 진학해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진 탓이다. 학내 에브리타임 내 취업·진로 게시판의 한 학생은 “차라리 공인회계사시험(CPA)나 행정고시 등 고시류 시험이나 공기업 시험 준비에 올인하는 것이 (직업을 얻기에) 더 가망성 있어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학생에게 답을 묻다 ②] 서울대생도 서류합격률 절반으로 ‘뚝’… 멈춰버린 취업시장

현재 취업시장의 분위기를 실감케 해주는 한 학생의 글. 사진=에브리타임 게시물 캡처



취업 불안에 치솟는 학회·동아리 경쟁률

기업 공채를 포함해 인턴 자리를 구하기조차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내 활동에 집중해 취업 스펙을 보충하려는 학생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B씨는 얼마 전 교내 경영전략학회 중 한 군데에 지원했지만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경영학 관련 수업들을 다수 이수했고, 그간 몸담아 왔던 대외활동·동아리·단과대 학생회 경험을 자기소개서와 면접 과정에서 충실히 풀어냈는데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B씨는 “학회 관계자 말을 들어보니 이번 학기에 갑자기 지원자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원래 서류에서 떨어지지 않을 사람들이 탈락한 경우도 왕왕 발생한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대 내 경영전략 분야를 포함해 기업과의 실무 및 모의 마케팅을 진행하는 학회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2.5:1~3: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논해진다. 하지만 반년이 넘도록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기업 공채와 인턴 등의 취업 기회가 계속해서 줄어들자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가중돼 실무 경험을 간접적으로 쌓을 수 있는 학회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의견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학생에게 답을 묻다 ②] 서울대생도 서류합격률 절반으로 ‘뚝’… 멈춰버린 취업시장

교내 학회에 지원했으나 합격하지 못한 학생들. 사진=에브리타임 게시물 캡처



“취업 스트레스로 잠이 안 와요.” 교내 에브리타임의 취업·진로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 중 하나다. 10개 이상의 추천 수를 받아 ‘HOT 게시물’ 전용 게시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코로나 속 취업 한파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취준생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일축한 문구기도 하다. ‘스펙업’이나 ‘독취사’ 등 취준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기업 취직이 아닌 다른 진로로 선회하는 학생들도 존재하지만, 많은 학생은 여전히 취업 준비에 몰두하며 언제 열릴지 모르는 공채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얼어붙은 취업시장 속에서, 학생들은 얼음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최선의 힘을 다하고 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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