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목 잡는 ‘특허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덮죽덮죽’, ‘감자빵’ 등 레시피와 브랜드를 도용해 논란이 됐던 기업들이 도용 사실을 인정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이러한 브랜드 도용 사례의 기반에는 ‘특허’가 있다. 특히 초기 성장을 앞둔 스타트업의 경우 특허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사업 성장에 사용해야 할 비용, 시간을 소송에 쏟게 돼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 및 벤처 기업의 지식 재산권 분쟁은 전체 지재권 분쟁의 절반을 넘는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특허 분쟁이 대다수다. 현대ICT와 스타트업 드라마앤컴퍼니 간의 특허 분쟁, 진학사와 교육 스타트업 텐덤 간의 표절 공방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한태근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은 전문인력 및 비용을 들어서 스타트업의 특허를 무효화 시킬 수 있는 자료를 찾기 용이하다. 그러한 자료를 찾지 못하더라도 스타트업의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낼 수도 있다”며 특허 분쟁 싸움에서 스타트업이 이긴다 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끼리의 특허 분쟁도 늘어나고 있어 기술 보호에 스타트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시장 초기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으로서는 빠른 특허 선점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스타트업은 더 힘들다 ‘특허 분쟁’

스타트업은 특허 분쟁도 힘들지만 특허 출원 역시 큰 고민거리라고 하소연한다. 일반적으로 특허는 ‘방식심사-심사청구-출원공개-실체심사-특허결정-등록공고’ 등의 긴 절차를 통해야 한다. 특허를 하나 출원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최근 특허출원 후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는 한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 지원 사업의 경우 특허 등록에 대한 부분적 지원을 해주지만 기술을 개발할 때마다 특허를 등록해야 하는 비용과 기간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부분 특허를 내면 한 번에 통과되지는 못한다. 차후에 보정서를 제출해가며 특허청의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특허 등록이 꽤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어렵게 등록한 특허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특허 관련 의혹이 제기될 경우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소송 등에 들어가는 인지대, 발송 비용, 변호사 선임 비용들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큰 규모다.


스타트업 발목 잡는 ‘특허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패션계 고질적인 ‘디자인 도용’ 문제, 기술 특허로 해결하나

특히 패션계 스타트업의 경우, 기존 디자인업계가 안고 있던 고질적인 도용, 저작권 문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디자인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김 모 대표는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해냈을 경우 디자인 등록을 하는 것이 먼저다"라면서 "보통은 시장성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어느 정도 시장에 공급을 해보고 디자인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늦다”고 설명했다.


특허는 첫 출시 이후 1년 안에 출원해야 한다.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당 디자인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의 시장성을 판단하고 보호를 하는 것이 먼저다. 일단 시장에 출시되면 디자인 도용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MBC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귀가 움직이는 토끼모자'를 개발한 권용태 씨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디자인권을 등록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보호 되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권은 특허나 상표권에 비해 쉽고 저렴하게 등록할 수 있는 반면 재료나 디테일을 바꿔 교묘하게 모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김 대표는 “최근 디자인을 다루는 스타트업들은 디자인과 기술을 결합해 특허 출원을 하는 방향으로 회사가 보유한 디자인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에서는 이러한 특허 분쟁에 대한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특허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월 적금 방식으로 납입한 뒤 특허 분쟁, 출원 등 특허 관련 자금을 낮은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또한 특허 분쟁을 막기 위해 ‘IP 디딤돌 프로그램’, ‘IP 나래 프로그램’, ‘스타트업 특허바우처’ 등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태근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가 알려주는 특허 관련 TIP

특허 분쟁 시 고소 진행에 드는 비용은 평균 얼마인가

“특허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 보내는 내용증명 작성 비용은 50만~100만원 선이다. 보통은 50만원 선이나 내용이 복잡할 경우 100만원 가까이 소요될 수도 있다. 고소장 작성에 앞서 특허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사전 검토가 필요한데 이 검토 의견 과정에도 3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후 침해 중지를 요구하는 민사소송 제기, 검찰 고소 등으로 방향이 나뉜다. 민사 소송의 경우 최소 7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의 비용이 들 수 있다. 대형 로펌의 경우 비용은 더 높다.”


실제 특허 관련 상담 건수는 어느 정도인가

“특허출원 상담 건수는 한달에 10~20건 정도다. 특해 침해 상담 건수는 한 달에 1건 정도 하는 것 같다.”


특허 분쟁 시 특허 침해 사실을 인증하는 과정이 까다로울 것 같다

“특허 선후 관계는 출원일, 등록일이 명확히 나와 있어 입증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특허 침해 여부 판단은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된다. 특허 침해가 되려면 특허 등록을 받은 발명(특허발명)의 구성과 침해대상발명의 구성이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두 부분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특허 발명에 등록무효사유가 있는 경우, 침해대상발명이 기존 공지된 발명과 동일한 경우, 기존 공지된 발명에서 용이하게 도출될 수 있다면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항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 침해 여부 판단은 상당히 까다롭다.”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한다해도 기업이 입는 손해가 막대할 것 같다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과 그 이후 손해배상 과정 역시 기업에게는 손해다.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을 권리자가 입증해야 하며 이 절차 역시 복잡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실제 입은 손해액에 비해 실제로 받는 배상액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둠으로써 회사에 막대한 배상금을 물게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 정도 손해배상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 다만 ‘고의로’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 이내에서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수는 있다.”


새로 사업을 개척하는 스타트업들이 특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스타트업에게는 사업 아이디어나 기술이 핵심이다. 이 핵심이 기업의 주요 생존 수단인데 타 기업이나 후발 업체들이 카피하지 않게 막기 위해서 마련된 보호 장치가 특허다. 특허는 진입장벽이라고도 말한다. 특허가 없다면 그만큼 누구든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핵심 특허, 관련 특허 등 진입장벽을 높게 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허에 들어가는 비용은 투자로 봐야 할 것이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