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 2019년 11월 LG전자 로봇 인터랙션팀 리더 김상훈 CTO 영입


-국내 최초 ‘교체형 배터리’로 안전성 확보와 비용 절감


-전기전자 전공해 남들따라 대학원 진학… 선배와 함께 한 벤처경험이 인생 바꿔


-자율주행 전동 킥보드가 곳곳의 데이터 수집… 영화가 현실화 될 것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만 13세부터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기존 킥보드 업체는 킥보드 가입 조건을 낮추지 않는다는 계획이지만 안전성이 특히 중요해지면서 이들 업체 개발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공유 킥보드 ‘씽씽’을 운영하는 피유엠피는 2019년 11월, LG전자 출신의 김상훈(44) CTO를 영입했다. 김상훈 CTO는 지난해 씽씽 합류와 동시에 국내 최초로 교체형 배터리를 도입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던 것을 국내 업체와의 협업으로 국산화 하면서 안전문제 발생에 따른 즉각적인 개선을 가능케했다.


LG전자에서 로봇 인터랙션팀을 이끈 김상훈 CTO는 3년 전 출장으로 떠난 미국에서 전동 킥보드’ 붐을 목격한 뒤 인공지능을 모빌리티에 결합한다면 상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는 씽씽을 활용해 도심 데이터를 구축, 자율주행 기술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씽씽’의 배터리를 직접 교체·수거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도 탄생할 것입니다.”


[직업의 세계] 김상훈 ‘씽씽’ CTO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비해 안전성 확보에 총력… 자율주행 전동 킥보드가 상상 실현시킬 것”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킥보드의 안전성 확보가 특히 중요해졌다. 씽씽은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

“씽씽에 합류하면서 가장 먼저 배터리를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에는 배터리를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했는데, 만약 제품에 문제가 발생해도 해외업체와는 즉각적인 소통이나 개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상태로라면 배터리가 이 사업의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씽씽은 국내 최초로 교체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통신 전문업체인 피플웍스와 협력해 국내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기반으로 확보해 자체 배터리 팩을 제조하고 있다. 교체형 배터리로 비용도 절감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몸체 충전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업체들은 일체형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킥보드를 충전하기 위해선 몸체 자체를 들고 가 충전한 뒤 다시 가져다 놓아야한다. 성수기에는 평균 5000대를 운영하는데 이중 절반인 2500대는 매일 교체가 필요하니 상당한 비용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체형 배터리를 적용한 뒤엔 배터리만 갈아 끼우면 돼 운영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배터리에 결함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배터리가 발이 닿는 바닥에 내장돼 있기 때문에 킥보드를 사용할 때마다 배터리에도 충격이 많이 가해진다. 킥보드가 생각보다 험하게 사용된다. 주차된 킥보드를 밟고 지나가거나 차가 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또 기기 한 개당 한 달에 500~600km를 달리기 때문에 쉽게 닳는다. 이밖에 침수, 노화 등 여러 문제에 노출되기 때문에 배터리에 이런 충격이 덜 가해지도록 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는 TMS라는 운영 서버를 이용해 원격으로 안전점검 모니터링을 실시해 문제가 있을 경우 수리를 하거나 조기 폐기 처리한다. 또 배달앱 ‘띵동’과 파트너십을 맺고 ‘마스터’라 부르는 라이더들이 배터리 관리와 수리, 서비스 제공 상태 등을 수시로 점검하도록 하고 콜센터도 운영한다. 이밖에도 전문가와 함께 배터리팩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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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의 대학시절이 궁금하다. 어떻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나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해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고 또 남들처럼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때 반도체 칩 설계 분야가 붐이었기에 칩 설계를 전공했는데 공부 중에 이 흐름이 꺾이기 시작했고 대신 2차 벤처붐이 일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닿아 선배들과 같이 벤처를 시작해 로우레벨 소프트웨어를 다뤘다. 12년간 벤처에 있다가 LG전자로 이직해 기술기획을 담당했다. 헬스케어, 미용, 인공지능, 로봇 네 가지 영역의 신기술을 연구하면서 ‘프라엘’을 정식 사업화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그 뒤에 로봇 인터랙션팀으로 이동해 리더 역할을 했다. 로봇 인터랙션은 결국 인공지능 기술을 로봇과 인간의 인터랙션 행위에 적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아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인공지능의 종합 결과물인 로봇을 연구하며 많은 것을 경험했다.


씽씽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건 체계적인 업무 환경이나 선후배관계 등 문화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언젠가 스타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고 지인을 통해 윤문진 피유엠피 대표를 소개받아 합류하게 됐다. 3~4년 전 미국에 출장을 갔을 때 이미 킥보드가 현지에서 매우 유행하고 있는 것을 봤고 씽씽이 모빌리티 업체였기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비스 업체에서 CTO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있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서비스에 투자하긴 해도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였기에 기여할 게 많을 것 같았다.


현재 씽씽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전동킥보드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프론트엔드(front-end)와 백엔드(back-end)를 모두 포함하는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벤처기업에서 경험했던 하드웨어 및 시스템 개발, 품질관리 역량과 대기업에서 쌓은 인공지능 및 로봇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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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발중인 기술이 있나

“2021년 상반기 중 블랙박스 기능이 탑재된 킥보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킥보드 사용자가 경각심을 갖고 안전 운행하도록 유도하고, 선명한 사고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킥보드 운행에서 특히 중요한 게 제동력이다. 기존 전기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강하지 않아서 후륜 브레이크를 추가해 브레이크 성능을 강화하는 등 모터 및 컨트롤업체와 계속 실험중이다. 브레이크 패드도 노화를 늦추는 강한 물질로 대체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타이어도 광폭으로 바꾸고 소프트하게 요철구간에 충격이 덜하게 할 계획이다.


전동 킥보드가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씽씽은 킥보드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만들기 위해 플랫폼을 공개해가고 있다. 최근 티머니가 운영하는 통합 이동 서비스 플랫폼 ‘티머니고에 씽씽이 킥보드로 합류하게 됐고 대구 스마트 시티 국책사업에 선정돼 하나의 교통수단으로서 실증 테스트 중이다. 교통카드와의 연계도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이 탑재된 킥보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킥보드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킥보드는 길이 있는 곳은 모든 곳을 다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길이 있는 곳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고 카메라 및 몇 가지 센서를 탑재해 향후 로봇이 다닐 수 있는 가상의 길을 만드는 데이터로 활용될 것이다. 씽씽은 킥보드의 자율주행보다는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장치들의 자율주행에 집중하고 있다. 킥보드의 대여 및 반납 위치와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결합해 사용자가 필요한 시간 필요한 곳에 킥보드를 배치해 시간대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위치에 광고를 넣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게 만드는 위치로 만드는 등의 역할을 해 나가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수 십 만대 장치들이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데이터를 수집해주는 세상을 영화나 상상 속에서만 봤다면 이제 씽씽이 전동 킥보드를 통해 현실화 해 가고 있는 것이고 그 이후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의 계획 또는 목표가 궁금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킥보드가 대중교통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다. 계단 외의 모든 지면에 킥보드가 다니게 하고 싶다. 이렇게 되면 킥보드에 카메라나 미세먼지 온·습도 센서 등을 달아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의 가치는 교통수단 그 이상이 될 것이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