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강민우 대학생 기자] 14일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서울 청계천로 105에 자리한 전태일기념관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입장 인원에 제한이 있어 전날 온라인으로 관람 예약을 했다.


'어린 전태일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전태일 열사 50주기 ‘전태일 기념관’을 가다

△전태일 기념관 전경. (사진=강민우 대학생 기자)



지하철 을지로3가역을 나와 청계천을 따라 걷다 도착한 기념관. 먼저 눈길을 끈 건 독특한 외벽 디자인이었다. 건물 정면이 글자들로 빼곡했다. 전태일이 1969년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를 옮겨 적은 것이었다. “여러분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 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그의 물음이 아프게 다가왔다.


상설전시실에서 전태일의 삶을 기억하다

상설전시실은 전태일이 사화를 향해 그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까지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전시한다. 전시는 전태일의 일대기를 따라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전태일의 어린 시절이다. 빛바랜 흑백 사진들이 전시실 곳곳을 채웠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된 시절을 보낸 전태일의 모습이 보였다. 전태일은 유년 시절을 가난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했다.

'어린 전태일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전태일 열사 50주기 ‘전태일 기념관’을 가다

△전태일의 일기와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구술 기록.



2부 ‘전태일의 눈’은 17살 평화시장 봉제 노동자 전태일을 재현한다. 그의 눈에 비친 노동 현실은 비참했다. 그가 남긴 일기와 기록들이 그것을 증언하고 있었다. 일당 50원으로 하루 하숙비 120원을 내야 했던 그다. 버스비를 털어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 먹였던 그의 일화가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구술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어린 전태일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전태일 열사 50주기 ‘전태일 기념관’을 가다

△직공들의 작업장이었던 다락방 전시물.



당시 직공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높이 1.5m 다락방 전시물이 눈길을 끌었다. 직공들이 일했던 공간을 본떠 설치한 전시물이었다. 직접 안에 들어가 보니 허리조차 펼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았다. 햇볕도 들지 않고 먼지가 날리는 이곳 작업장에서 밤낮없이 일한 노동자들의 고달픔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어지는 3부와 4부는 각각 ‘전태일의 실천’과 ‘전태일의 꿈’이다.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든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 외치며 분신하기까지의 과정, 이후 그가 못다 이룬 꿈을 이어받은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투쟁을 전시한다.


기획전시실에서 만난 ‘전태일의 꿈’

기획전시실에선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한 ‘청계, 내 청춘, 나의 봄’이 한창이다. 전시는 전태일 사후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그의 친구들이 모여 출발한 ‘청계피복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다룬다. 청계피복노동조합은 ‘노동조건개선 8개항’이라는 전태일의 꿈을 이어받아 결성됐다.


'어린 전태일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전태일 열사 50주기 ‘전태일 기념관’을 가다

△‘청계, 내 청춘, 나의 봄’ 전시, 여성 노동자들이 공부했던 야학 교실의 모습.



장경순 전태일기념관 해설사는 “전태일이 남긴 불씨를 살리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했던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들을 전시에 담았다. 사진과 사료들은 처음 공개된 것들이다. 야간 학교 교실을 재현한 점 또한 특징이다. 야학 교실은 여성 노동자들이 부족한 배움을 채우는 곳이면서 고된 노동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숨통을 틔우는 장소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카시아회’ 노동자들이 청춘을 회고하는 음성이 담긴 오디오 전시도 인상적이다. ‘아카시아회’는 여성 노동자들로 이뤄진 소모임이었다. 가장 찬란했지만 동시에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담담한 음성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여전히 들리는 전태일의 외침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해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전태일기념관 1층에 열린 노동미술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에 답하라’는 해고노동자, 이주노동자, 산재 피해 노동자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한다. ‘인간선언’을 외쳤던 전태일 정신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기념관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기념관을 찾은 김철우(41) 씨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라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기념관을 찾았다. 다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올 생각이다. 역사교육에 좋은 장소이다”라고 말했다.


혼자 기념관을 방문한 박은진(26) 씨는 “블로그를 보고 왔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분위기라 좋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태일기념관은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8500여 건의 노동 역사 사료를 전시한다. 전태일기념관 입장료는 무료이며 관람 예약은 전태일 기념관 웹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jinho2323@hankyung.com


'어린 전태일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전태일 열사 50주기 ‘전태일 기념관’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