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번지며 기업들이 분주하게 재택근무 시행에 나섰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행된 조치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여건의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특히 팀원이 10명 이내인 소규모 스타트업의 경우 별도의 인프라 없이 재택근무를 시작해 즉각적인 소통이나 돌발 상황 대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한 아이템의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운 스타트업 간의 ‘재택 빈부격차’ 역시 뚜렷하게 나타났다.


“무늬만 재택근무, 스타트업끼리도 ‘재택 빈부 격차’ 있네요”



“무늬만 재택근무, 사무실 출근합니다”

한 스타트업 직원 김 모(27)씨는 “분명 다음 주부터 재택근무를 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하지만 금요일이 되자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하라는 공지가 내려왔다”며 황당함을 전했다. 김 씨는 신사업 기획을 위해 해당 주 재택근무를 취소한다는 추가 설명을 들었지만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 씨는 “같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도 흡연자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흡연 부스를 다녀오는 직원들을 보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편으로는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씨의 회사는 코로나19 2차 유행 때 단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했다. 김 씨는 “재택근무임에도 ‘자택’에 머무르지 않거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사무실 근무가 낫다고 생각해 출근하는 직원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패션 스타트업 직원 한 모(31)씨는 시장 조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이 아닌 현장으로 출근한다. 한 씨는 “사업 초기라 현장이나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 미팅은 줌으로도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비즈니스는 서로 얼굴을 트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화상으로는 그러한 과정이 잘 전달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씨는 대신 시장 출입 시 마스크를 두 개를 착용하고 작업용 장갑을 끼고 다니는 등 각별히 개인위생에는 각별히 주의하고 있었다.


11월 인크루트가 직장인 7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77.5%가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하며 재택근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기반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코로나19에 대처해야 하는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포기하거나 선택적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무늬만 재택근무, 스타트업끼리도 ‘재택 빈부 격차’ 있네요”

△업무용 메신저 협업 툴 ‘슬랙’의 사용화면.(사진 제공=슬랙)



“메신저 의사소통 중요해졌어요. 효율성 문제없다면 앞으로도 재택근무 괜찮죠”

취재 차 만나본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재택근무 이전부터 메신저 기반의 협업 툴인 ‘슬랙’을 사용하고 있었다. 슬랙을 사용하면 직원들끼리 사적인 SNS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소통할 이유는 사라진다. 사적인 대화와 업무용 소통에 경계가 생기면서 업무 능률도 오른다. 슬랙에는 사용자의 ‘접속 중’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교육업 스타트업에 종사 중인 오 모(25)씨는 8월에 재택근무를 시작해 현재까지 무기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오 씨는 “처음에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자택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접속 중 표시를 자주 점검했다. 일정 시간 컴퓨터에서 접속이 없을 경우 접속 중 표시가 꺼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업무 중 쉬는 시간은 관리하는 것이 신경 쓰이긴 했다”고 설명했다. 일시적인 대처로 시작했던 재택근무가 장기화 되자 오 씨는 업무 방식을 재택근무에 맞게 바꾸고 있다고 답했다.


오 씨는 “자신만의 On과 Off 시간을 확실히 정해서 루틴대로 일을 하는 것이 재택근무에도 업무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재택근무 이후 야근이 늘었다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집에서 일하는 공간과 업무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씨는 이어 “앞으로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를 업무 방식 중 하나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효율성이 저하되지 않는다면 굳이 사무실 출근을 고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스타트업과 가장 많은 접촉을 이루고 있는 창업진흥원에서도 빠르게 프로그램 전반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지원 스타트업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다. 각종 지원 프로그램이나 멘토링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해 진행하고 있다”며 “얼마 전 막을 내린 ‘컴업 2020’ 행사 역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을 채택해 최소 인원과 현장에서 진행해 행사로 인한 코로나19 이슈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창업진흥원의 모든 시스템은 온라인으로 대체돼 진행 중이다. 창업진흥원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멘토링 시트템을 개발해 원활한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세미나를 취소하고 자체 교육 플랫폼인 ‘창업 에듀’를 이용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 스타트업에는 방역 수칙에 대한 안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창업진흥원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부터 최근 스타트업 글로벌 축제 ‘컴업 2020’을 진행하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