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현 씨와 그의 친구들이 '언택트 송년회'를 즐기고 있다.(사진 제공=김다현 씨)
[한경잡앤조이=장예림 인턴기자] 직장인 김다현(31) 씨는 15년지기 친구 네 명과 함께 지난 11일 ‘언택트 송년회’를 가졌다.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김 씨와 그의 친구들은 매년 연말마다 송년 모임으로 우정을 다졌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비대면으로 송년 모임을 진행했다.
언택트 송년회에 참석한 김 씨와 그의 친구들은 각자 음식과 주류를 준비해 모니터 앞에 모여 앉았다. 화상채팅 앱 ‘구글듀오(Google DUO)’를 이용해 화면 효과도 넣어가며 재미를 더했다.
언택트 송년회를 주최한 김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날로 늘어가는 상황에 연말 대면 모임을 강행할 수 없었다”며 “작년 이맘때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같이 옆에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발전된 기술덕에 음성이 아닌 영상으로 친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 있는 기분을 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연말연시 송년회 풍습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13일에 이어 사흘만에 두 번째로 신규확진자수가 1000명을 돌파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으로 들어갔다. 이에 화상회의 어플리케이션인 ‘줌(Zoom)’, ‘구글 듀오(Google DUO)’ 등을 활용한 ‘랜선 송년회’로 송년 모임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은 ‘올해 송년회를 대면으로 진행할 계획이 없거나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22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송년회 계획 현황’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송년회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3.3%에 불과했다. 2019년 동일 조사에서 88.5%가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해 보면 55.2%p 떨어진 수치다.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30.2%로 지난해 대비(11.5%) 3배 가량 증가했고, ‘정해진 바 없다’는 답변은 36.5%를 기록했다.
이들이 올해 송년회를 포기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가장 컸다. 송년모임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바를 묻자,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85.3%, 복수응답)’이 압도적인 응답률로 1위에 올랐다. 이 밖에 ‘경비 부담(39.2%)’, ‘과식 및 체중 증가(35.1%)’, ‘음주·숙취(22.7%)’, ‘피로감(12.8%)’ 등이 있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직원 모임’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외국계 코스매틱 유통 업체에 재직 중인 심미영(42) 씨는 연말연시 송년회 시즌을 맞아 16일 회사 직원들과 ‘랜선 송년회’를 가졌다. 심 씨는 “(온라인으로 송년회를 진행하니) 미국지사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도 한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추억의 뽑기와 선물증정식 등의 이벤트를 구성해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심미영 씨와 그의 직장동료들이 줌(Zoom)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송년회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사진 제공=심미영 씨)
아예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종무식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곳도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이춘택병원은 해마다 개최하던 종무식 파티를 취소하고 1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종무식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예년까지의 관행인 초청 가수 축하공연, 다과행사 등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라이브 방송을 활용한 ‘우수 직원 시상식’ 행사를 마련했다.
윤성환 이춘택병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라이브를 통해 진행하게 돼 아쉽다”면서도 “올 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해준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프리랜서 행사MC로 활동 중인 A 씨는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 결혼식, 돌잔치, 계모임, 송년회 등 행사를 하루 평균 1~3개씩 뛰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행사 시장에 먼지만 날리고 있다”며 “동료들은 온라인 행사 기획 쪽으로 눈을 돌려 활동 방향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춘택병원 소속 직원이 사무실에서 '종무식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사진 제공=이춘택병원)
대학생들은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언택트 ○○○’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언택트 도서관’, ‘언택트 영어회화 스터디’ 등이 그 사례다. 대학생 김지연(25) 씨는 매일 아침 ‘언택트 도서관’에 접속해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화상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각자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형식이다.
김 씨는 “비대면 강의체제가 길어짐에 따라 학업의 동기부여를 위해 언택트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주변 방해 없이 화면 속 선의의 경쟁자들과 학업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어 자주 이용 중이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계속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회화 스터디를 꾸준히 이어온 대학생 정지현(24) 씨도 비슷한 체험담을 전했다. 정 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지면서 대면 스터디를 진행할 수 없어 존폐위기에 놓였었는데, 화상채팅 어플리케이션 줌(Zoom)을 활용한 ‘언택트 스터디’로 진행 방식을 바꿨다”며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시간적, 비용적으로 훨씬 효율적인 방안인 것 같다. 스터디 공간 대여비나 카페 이용비 등 부대 비용이 들지 않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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