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 대학생기자 ‘취재 후’: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아이템은 '킬' 당해도 끝까지 취재한다" 한경잡앤조이 대학생 기자의 ‘취재 후’: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백승훈 대학생 기자]

# Prologue : 한 달에 두 번, 반드시 써야만 한다

거의 텅 빈 백지에 까만색 커서가 규칙적으로 깜박였다. 노트북 앞에 앉은 지 한 시간이 넘었지만 쓴 거라고는 제목과 바이라인 뿐이었다. 기사 마감까지 고작 하루밖에 남지 않은 날이었다. 이번 달 내가 쓸 기사는 ‘팀 기획기사’였다. 취재원 인터뷰도 마쳤고, 관련 통계 자료와 이미지 파일도 모두 준비돼 있었다.

리드 문이라도 써놔야 마음이 편한데 키보드에 영 손이 가지 않았다. 제목이 기사의 얼굴이라면 리드는 기사의 첫인상이다. ‘어떻게 써야 더 설득력이 있을까’ ‘이런 표현은 지양하는 게 좋지 않을까’ 리드 쓰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가장 많이 시간을 쓰는 편이다. 두세 시간을 더 한컴오피스와 씨름한 끝에 마침내 기사를 완성했다. 그렇게 기사와 사진이 압축된 파일을 기자단 카페에 업로드하면 이번 달 기사는 무사히 마감이다.

"아이템은 '킬' 당해도 끝까지 취재한다" 한경잡앤조이 대학생 기자의 ‘취재 후’: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 이런 취재도 했다 : 기사를 위해 생애 첫 위내시경을 했다

나의 첫 아이템은 ‘위내시경’이었다. 어떤 기사라도 취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패기로 가득 차 있던 때였다. ‘시의성과 신선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기획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결정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획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나 스스로의 건강이 실제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발제하기 전, 어떤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생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환을 경고하는 기사였다. 위·식도질환은 그중 하나였다. 그래도 그렇지, 새파랗게 젊은 20대가 무슨 내시경까지 받느냐며 주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진찰을 담당한 의사는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위·식도질환 판정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나 역시 내시경을 받은 후 ‘역류성 식도염’ 판정을 받았다. 예상된 결과였다. 맵고 짠 음식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거의 집에만 머물다 보니 식사 후 바로 누워버리는 습관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왼쪽 팔에 링거를 맞은 채로 병상에 누워 내시경실로 향하던 순간에는 살짝 ‘현타(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이렇게’까지 취재를 해야 하나 싶었다. 당시에는 직접 내시경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기사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모든 취재를 마치고 완성한 기사는 생각을 바꿔놓았다. 질병통계를 다룬 보도자료만을 받아쓰는 기사와는 현장성에서 오는 생동감의 차이가 컸다. 기사를 읽은 지인은 “몰입감도 좋았지만 신뢰를 높였다는 게 주목할 만한 요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내시경을 받는 것에 대해 청년층은 무관심하거나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가 직접 체험해 믿을만한 기사가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 직접 발로 뛰었다 : 반나절 동안 카페 스무 곳을 돌아다녔다

"아이템은 '킬' 당해도 끝까지 취재한다" 한경잡앤조이 대학생 기자의 ‘취재 후’: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백승훈 대학생 기자가 취재한 카페 사진.

마치 단속 나온 공무원이 된 듯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한창이었던 때였다. 직원의 관리·감독 없이 방치된 방문자 출입 명부와 체온 측정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인천 시내 카페 스무 곳을 돌아다녔다. 그 날 하루만큼은 우리나라에 카페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처음으로 감사했다. 3시간도 되지 않아 목표치를 채울 수 있었다.

방역관리를 소홀히 하는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은 건 가장 일상적인 순간부터였다. 교내의 한 카페에 들어갔는데 문 앞에 출입 명부와 체온계만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셀프 방역’ 현장에 문득 눈길이 갔다. 대학생 기자단 명함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게 된 뒤부터 보이는 것들이었다. ‘관리가 없으면 귀찮다는 이유로 방역을 생략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긴 사소한 궁금증은 새로운 아이템이 되었다.

카페에 방문할 때 직원이 직접 방문자 방역에 관여했던 기억이 없다는 걸 떠올리고 무작위로 시내 카페들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방역 구멍’은 생각보다 많았다. 스무 곳 중 절반이 넘는 카페에서 ‘셀프 방역’을 하고 있었다. 개인 카페뿐 아닌 프랜차이즈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음료 주문 전 QR코드로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 곳은 그나만 나았지만 이마저도 허점이 있었다. 캐셔 앞에 있지 않은 이상 직원이 관리를 하지 않는 건 똑같았고 이곳들의 방역 역시 방문자들의 양심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기사 이후로도 직접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기사를 자주 쓰려했다. 대학생 기자에게는 취재원과 정보가 부족하다. 쓸 수 있는 기사가 매우 한정적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 매몰돼서 발제하는 기사의 아이템들을 좁은 틀에서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예컨대 이번 기사와 같은 ‘코로나 셀프 방역‘ 기사처럼, 바깥에서 정보를 얻고 일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장 참신한 아이템은 어쩌면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 숨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 Epilogue : 한경 잡앤조이 15기 대학생 기자단을 마무리하며···

지난 6개월 동안, 내가 발제한 아이템이 킬(kill)당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떤 달은 혹시 몰라 준비한 아이템 세 개가 전부 기획 단계에서 엎어지기도 했다. 기획이 늦을지언정 기사를 제출하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 다른 대학생 기자들보다 아이템을 발굴하는 아이디어가 부족할지라도 꾸준한 성실함으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고 믿었다.

총 10편의 기명기사를 썼다. 그 중에는 사흘 만에 쓴 것도, 일주일을 넘게 시간을 들인 기사도 있었다. 처음 기자단 활동을 시작했을 때와 같은 열정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못하겠다. 연말까지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자단 활동에 적지 않은 제약이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오프라인 회의도 못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생 기자들도 대외활동 하기에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편의 완성된 기사엔 단순히 물리적이고 시간적인 노력만으로 환산될 수 없는 것들이 투입되어있다. 어떤 활동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열정과 사명감 같은 것이 기자단 활동을 지속하는데 훨씬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6개월 간 가슴에 고이 품고만 있을 수 있다면 분명 소정의 원고료보다 값진 가치가 되어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이후 기수에도 한경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단에 지원할 분들을 위해 건투를 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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