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연세대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불문과 11학번

박진아 인스팅터스 대표


[2021 연세대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비건 콘돔부터 유기농 러브젤까지… 건강한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이브(EVE)는 피임부터 월경용품까지 생식기에 닿는 모든 것을 건강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출시한 것만 ‘비건 콘돔’, ‘유기농 러브젤’, ‘유기농 외음부 세정제’, ‘의료용 실리콘 생리컵’, ‘오가닉 코튼 생리팬티’ 등 다양하다. 이중 러브젤인 ‘이브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WHO 권고사항에 맞춰 380mOsm/kg 이하의 오스몰랄농도를 구현한 유기농 96% 포뮬라다. 최근에는 손가락에 끼우는 핑거콘돔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대표 상품은 이브콘돔이다. 콘돔 제작 과정에서 3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나온다는 조사결과를 보고 이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인스팅터스의 이브콘돔에는 니트로사민은 물론 탈취제, 탈크, 향, 색소도 들어있지 않다. 또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고 동물 실험도 진행하지 않아 동물보호단체인 피타(PETA)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2000년대 이미 ‘웰빙’ 열풍이 화장품이나 먹거리에는 당연하게 자리 잡았지만, 똑같이 몸에 직결된 ‘성’과 관련된 제품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데 착안해 탄생한 스타트업이 인스팅터스다.


박진아(29) 인스팅터스 대표는 “제품 자체가 양지에서 다뤄지지 않고, 대개 민망한 성인용품으로만 인식돼왔다”며 “이브는 한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콘돔 속 성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이런 제품들은 성적 건강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성(性)이나 성관계라고 하면 대개 행위 자체를 떠올리지만 인스팅터스는 성을 건강과 문화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제품으로 구현한다”며 “그런 관점의 차이가 차별화된 품질을 실현하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전에 없던’ 제품인 만큼 개발과정도 까다로웠다. 원하는 스펙의 제품을 합법적인 선 안에서 구현하기 위해 논문부터 관련 법률, 시행령을 모두 공부했다. 테스팅도 수없이 했다.


자금마련도 문제였다. 2014년, 박 대표가 22세 되던 해에 처음 팀빌딩을 해, 각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2년간 반지하방에서 사업을 꾸렸다. 월급도 당연히 없었다. 게다가 아이템이 의료기기이기에 제품 개발과 허가 절차에 많은 돈이 필요했다. 콘돔이라는 아이템 탓인지 각종 창업지원사업에서도 서류부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의외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다행히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무리 없이 매출이 차근차근 늘었죠. 인스팅터스의 철학을 좋아하는 팬도 많이 생겼어요. 현재까지 5년째 자사몰 판매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대형 유통채널에서도 입점 연락이 많이 왔고요. 본질에 충실하니 길이 열리더라고요.”


2019년 기준 인스팅터스는 매출 약 50억원을 달성했다. 일본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앞으로 인스팅터스는 실리콘 베이스의 윤활제도 선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실리콘은 방부제가 필요 없고 알레르기도 없어서 이식수술에 사용되는 완성도 높은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비거니즘이나 성소수자 인권 등 제가 사업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들이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욕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대신 제 가치관을 재무제표로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인스팅터스로 계속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서 제가 지향하는 세상이 맞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설립일: 2015년 2월

주요사업: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

성과: 매출 약 50억원, 종업원 수 약 20명, 2019 소셜벤쳐 경연대회 해외부문 최우수상 수상(2019)


tuxi0123@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