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왜 거리 투쟁에 나섰나 (中)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싶어요”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이하 특성화고 노조) 조합원들이 연일 거리로 나서 고졸 일자리 보장을 촉구하는 가운데 특성화고 노조 최서현 실천단장을 만나 직업계고 노동정책에 대한 생각과 대안을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감안해 서면과 전화 통화로 진행했다.

특성화고 노조 결성 이유에 대해 최 단장은 “특성화고를 졸업한 20대 청년들이 자꾸 일하다가 죽어가는 현실에 슬퍼하고 추모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바뀌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당사자들이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바꿔 나가야만 현실이 변화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처음 전국 100명 정도의 조합원들이 설립했다.

노조원들은 대부분 특성화고 졸업생들로 구성됐다. 최 단장은 “올해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 문제를 바꾸려고 행동을 시작하면서 3학년 학생들도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다”며 “교섭을 통해서 고졸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입자가 늘어 현재는 150여명 가량의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성화고 노조, 정부 및 교육 당국에 7가지 요구안이 담긴 사회적 교섭 요구

특성화고 노조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아래 7가지 요구안이 담긴 사회적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특성화고 노조의 7대 요구안>

가. 한 달 후 실업자가 되는 스무살의 일자리 대책 마련

나. 고용노동부, 교육부는 사회적 교섭에 임할 것

다. 공공부문 고졸일자리 비율 20% 보장

라. 대기업 고졸 일자리비율 확대 대책 마련하라!

마. 지자체마다 고졸취업지원센터 설립

바. 2021년 졸업생 중 취업희망 구직자에게 코로나 고졸취업급여 지급

사. 취업 교육 등 고졸취업활성화지원금 제도 신설

고졸 인재 요람인 특성화고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대학 입시 기관으로 변모

최서현 단장은 취업 절벽으로 고졸 인재 요람인 특성화고가 대학 입시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올해는 특히 취업이 너무 안 돼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대부분 대학 진학원서를 쓰고 있다”며 “입학할 때는 취업률 90%, 손 쉬운 취업, 공기업 및 대기업 입사 등의 홍보물 키워드를 보고 희망을 키웠지만 실제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열악한 근무 조건 및 차별에 시달린다는 것을 깨닫게 돼 대학으로 진로를 바꾸곤 한다”고 꼬집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해 최 단장은 ▲비정규직이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 ▲임금체계 승진승급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는 일자리 ▲‘고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취업처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안전규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현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고졸일자리를 확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고졸을 뽑지 않을 수 없게끔 하는 제도를 정립하는 등 대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열악한 곳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초과근로수당 한 푼도 없이 밤 10시까지 야근하는 업체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온갖 고졸 차별발언, 막말, 욕설로 우울증까지 걸릴 정도의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언제 손가락이 날아갈지 모르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월급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조합원 등 다양한 예를 들었다.

특히 최 단장은 “2016년 구의역 김 군, 2017년 제주 이민호 군 사건 이후로 정부에서 현장실습처 안전기준을 제시했는데 그에 대해 업체들에서는 이런 안전기준이면 특성화고 졸업생을 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취업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jinjin@hankyung.com 사진=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