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호준 대학생 기자] 잡지의 시대가 정말 끝난 걸까. 작년 8월, 잡지 '쎄씨'는 휴간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했다. 혹자는 쎄씨의 휴간은 사실상 폐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듯이 국내 잡지계 큰 줄기 중 하나로 꼽히던 쎄씨의 휴간은 잡지시장이 현재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존 잡지에서 봐온 트렌디한 정보들을 최근에는 PC나 모바일로 실시간 접할 수 있다. 접근성과 정보 전달 속도의 측면에서 잡지는 한 켠으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는 분야를 막론하고 창간되고 있다. 디지털의 발전으로 아날로그가 쇠락했지만 없어지진 않듯 잡지시장의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없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될수록 꾸준히 잡지를 찾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잡지에 주목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의 김경희 편집장을 만나 잡지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쎄씨가 휴간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아직 죽지 않았다

△잡지보다는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대다. (사진=구글)



'컨셉진'이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 달라.

"컨셉진은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라는 슬로건을 모토로 8년 동안 발간되어 온 잡지다. 이 모토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일상을 더 아름답고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만들고 있다. 독자들에게 대단한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지루한 일상을 작은 차이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게, 나아질 수 있도록 말하는 게 바로 컨셉진이다."


현재 잡지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편집장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사실 많은 잡지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서 발행하는 잡지가 그렇다. 그런데 컨셉진이나 다른 독립 잡지의 경우, 매년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그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먼저, 콘텐츠를 전달하는 SNS 채널이 다각화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잡지에 광고를 넣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다. 광고수익에 의존하던 잡지들이 살아남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채널변화의 흐름에 따라 잡지업계 상황이 자연스럽게 어려워진 것 같다. 그럼에도 다양한 잡지들이 생겨나는 건 이제 잡지가 광고로 얻는 수익 구조에 기대지 않아서다. 우리 같은 형태의 잡지들은 ‘취향이 있는 잡지’라고 말을 한다. 유행이 아니라 취향을 반영하는 거다. 요즘 세대는 자기 취향에 대해, 그리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한다. 대학생들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취향이 있는 잡지는 최신 발행호든, 과월호든 언제 읽어도 되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트렌드나 정보, 광고를 반영하는 잡지는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취향을 반영하는 잡지는 여태껏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쎄씨가 휴간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아직 죽지 않았다

△컨셉진 회사 내부 모습.



잡지가 가진, 혹은 가져야 할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잡지가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잡지마다 분명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컨셉진'은 일상을 다루는 매거진이고, '볼드 저널(bold journal)'은 아빠를 다루고, '어반라이크(Urbanlike)'는 도시의 삶을 다루는 매거진이다. 이렇게 하나의 콘셉트가 분명하게 존재해야 그것에 관심을 두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찾는다. 또렷한 취향, 분명한 콘셉트가 있는 것이 요즘 잡지의 매력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과거엔 트렌디하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최신 정보 전달에 방향성을 두었다면, 요즘 나오는 잡지들은 다양성과 차별성을 두며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각 잡지가 가진 콘셉트가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예전 잡지들은 광고주들에게 돈을 받아 작성하는 광고성 기사가 다분했다. 요즘 잡지들은 거의 그렇지 않다. 지금 잡지들은 광고주의 요구나 선호에 귀를 기울여 영향을 받기보다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광고 받아서 돈 번다기보다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서 수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더 사랑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독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니까 말이다."



'쎄씨가 휴간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아직 죽지 않았다



덧붙여 김경희 편집장은 현재 컨셉진이 8년째 발간되고 있음을 전했다. 죽어간다고 말하던 잡지 시장에서 8년이란 긴 시간을 버텨낸 것이다. 컨셉진 외에도 최근 발간되는 잡지들은 저마다 분명한 콘셉트를 표방하며 콘텐츠 시장에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매호 하나의 브랜드를 다루는 '매거진 B', 매호 하나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감상을 내놓는 '프리즘 오브(PRISMOf)'와 같은 잡지처럼 말이다. 이러한 동향에 힘입어 ‘무크(Mook)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무크(Mook)는 잡지(magazine)과 단행본(book)의 합성어로, 잡지의 발행 방식과 책의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방식을 같이 활용한 간행물을 일컫는다. 무크지라는 단어의 등장은 예전 단어로는 지금 잡지계의 흐름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잡지계는 시장과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잡지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받아들이는 독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평소 잡지를 즐겨 읽는 백주홍(국민대 시각디자인 대학원, 25) 씨는 "요즘 잡지는 과월호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매호 특정한 콘셉트가 있고 나아가 각 매거진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이 점점 더 부각되는 것 같다. 그래서 구매해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라고 답했다. 잡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사라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은진(경희대, 24) 씨는 "잡지는 항상 비싼 것만 소개하고, 글보다 광고가 많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접한 잡지들로 인해 생각이 바뀌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여성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잡지도 있었다. 잡지에 대한 괴리감과 편견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쎄씨가 휴간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아직 죽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의 잡지. (사진=구글)



시대는 흘러가고 발전한다. 잡지도 그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누군가는 잡지가 이미 죽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해줄 잡지들이 점점 더 시장에서 빛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취향을 논하며 말이다.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취향을 난사할 잡지가 서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잡지는 아직 죽지 않았다.


min503@hankyung.com

[사진=이호준 대학생 기자]



'쎄씨가 휴간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아직 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