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이윤하 대학생 기자] 출퇴근마다 지하철 안으로 몸을 들이미는 사람들과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몸싸움이 벌어진다. 들어가려는 사람도, 안에 있는 사람도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내려야할 정류장에 내리지 못하는 승객도 있다. 지하철 9호선의 일상이다.



"우리는 매일 고통을 탑니다" 지하철 9호선을 타는 사람들

△오전 6시 30분. 9호선의 종착역인 종합운동장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고 있다.



9호선 혼잡도 직접 체험기

pm 6:30, 9호선 종점역 ‘종합운동장 역’에 도착했다. 9호선 종점역인 종합운동장역에는 승객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처음 예상과는 달리, 출입문 뒤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 서 있다.


“퇴근할 때 마다 고통입니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당산역’으로 출퇴근하는 김가영 씨(가명, 42세)는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의 고행으로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는 매일 고통을 탑니다" 지하철 9호선을 타는 사람들

△오전 출근시간에 지하철 9호선에 몸을 싣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pm 6:40, 출발지에 몸을 실었다. 종점에서 탑승했지만 급행열차 탓인지 자리는 금세 만석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재빠르게 들어가 빈자리를 찾았다. 실제 문이 열리자마자 10초 안돼 모든 자리가 승객들로 찼다. 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문 옆쪽에 섰다.


‘신논현 역’에 도달했을 때, 지하철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처음 탔을 때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하철 내부 온도는 올라갔다. 지하철이 흔들리면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사람들이 보이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승객들은 서로의 몸을 밀착시켰다. 아니 오히려 밀착이 되기 싫었지만 공간 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노량진 역’에 도착하자, 하차하려는 사람들과 탑승하려는 사람들의 실랑이가 극에 치달았다. 하차하는 사람들을 위해 몸을 비켜줘야 하는 내부 승객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자 역시 문 옆에서 몸의 중심을 잡기위해 기둥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억지로 몸을 넣는 사람들 때문에 지하철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고, 곳곳에서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열차의 문이 닫히고 지하철에 몸을 넣지 못한 사람들의 짜증 섞인 표정 역시 적나라했다.



"우리는 매일 고통을 탑니다" 지하철 9호선을 타는 사람들



그렇게 사람들로 가득 붐빈 9호선 급행열차에서 겨우 서 있던 기자는 마지막 ‘김포공항 역’의 바로 전 역 ‘가양 역’에서 우선 하차했다.


‘가양역’에 하차한 이아름(30세)씨는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하는데도 자리에 앉기 위해 치열하게 들어간다.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도 답답하고 빨리 내리고 싶은데, 서있는 사람들은 오죽할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출퇴근 시간에 9호선 이용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익근무요원이 배치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다른 지하철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의 안전을 좀 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포공항역’으로 향하는 9호선 일반열차가 때마침 ‘가양역’에 도착했다. ‘가양역’이 급행열차로 따지면 종점 바로 전 역이라 승객들이 비교적 덜 했던 데 비해, 일반열차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찼다.


pm 8:00. 반대로 돌아가는 길에는 ‘가양역’에서 급행열차 대신 일반열차를 탑승했다. 퇴근시간을 살짝 비껴난 탓일까. 승객 수가 오전 6~7시 때보다 한층 줄은 듯 했다. 다행이 빈자리가 있어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노량진 역’에서 하차한 박민성 씨(가명, 51세)는 “김포공항역에서 노량진역으로 매일 출퇴근을 하는데, 8시 전후로는 사람들의 수가 한풀 꺾이긴 하지만 7시에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게 사람이 넘치는데 일반열차는 여전히 4량으로 운행되고 있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일 고통을 탑니다" 지하철 9호선을 타는 사람들

△9호선 급행열차 노선도.


9호선이 ‘지옥철’이 된 이유는 제때 증편을 하지 못한 것?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악명 높은 혼잡도는 이미 많은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9호선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수요에도 객차 수를 제때 늘리지 못하고, 4량짜리 ‘미니 열차’를 지속 운영한 것이다. 승객들의 불만이 증폭하면서 서울시는 3단계 개통과 함께 급행열차를 모두 6량으로 교체하기로 했고, 그 결과 지금은 급행열차 17편성 중 10편성이 6량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나머지 급행 7편성과 일반열차 20편성은 여전히 4량으로 운행되고 있어 사람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9호선 관계자는 “열차 구조상 8량 위치로 운행할 수 있게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것은 맞지만 10년 전 개통했을 땐 4량 운행, 10년 지난 후엔 6량화가 된 것처럼, 향후 8량으로 늘어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시점을 재차 물어본 결과 “그 부분까지는 정확히 답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3단계 구간개통을 통해 구간을 넓힐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예산 부분에 있어서 한꺼번에 구간을 증량하기엔 어렵지만 계획대로 8량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하철 9호선을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출퇴근 시간의 9호선은 그야말로 ‘지옥철’이었다. 매일 9호선에 몸을 실어야하는 승객들의 고충을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승객들이 9호선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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