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잡앤조이 1618= 김인희 기자]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은 중요한 기회다. 지난해까지 학생들은 현장에서 직접 일해보고 본인이 기업에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시험해볼 수 있었다. 이것은 학생이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다수 학생들이 겨울방학이후 취업의 길에 홀로 서게 된다. 새로운 현장실습 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지난해 대비 올해 하반기 취업률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고졸 채용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교육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도 여파로 취업률 큰 폭 하락 예고
올해부터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시기가 3학년 2학기인 10월(선도기업) 또는 겨울방학 이후(참여기업)로 늦춰졌다. 이 변화로 학생들은 졸업 전 취업할 수 있는 문이 좁아져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공업, 상업, 가사?실업 등 여러 계열의 특성화고의 취업지도 상황을 취재한 결과 취업률은 큰 폭 하락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대다수 학생들이 취업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우선 대다수 학교들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중기 취업맞춤반 ▲글로벌 현장학습 등 정부주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선도기업 현장실습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 윤강우 연구사는 올해 취업률 전망에 대해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7년 50.6%에서 지난 2월 기준 42%로 하락해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은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취업률 하락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며 겨울방학 이후 취업여부는 고용노동부와 고용노동청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연구사는 각 시?도 교육청의 노력과 학교의 관심에 따라 학생들의 취업이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제도는 각 시?도 교육청의 재량에 따라 학교의 현장실습 운영 방침에 차이가 있고 학교 측에서도 기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발굴하느냐에 따라 학교 간 취업률 분명하게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공공기관은 고졸채용 유지…금융권 채용인원 ‘국민은행?우리은행’ 외 나머지 감소
최근 다녀온 성일정보고에서는 8월 기준 ▲공무원연금공단 1명 ▲삼성화재 1명 ▲신한은행 1명 ▲국민은행 2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신한은행은 현장실습 제도 변화를 감안해 합격자는 내년 1월에 입사하며 공무원연금공단과 국민은행 합격자는 곧바로 현장실습에 나간다.
이처럼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에 따라 고졸 채용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성일정보고의 우현정 취업담당 교사는 “대기업과 공공기업은 정부 정책의 변화를 파악하고 현장실습 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어 현장실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업계열(금융?사무) 학생들이 선망하는 금융권 채용시장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두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채용인원이 과거보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고졸채용을 따로 하지 않는 다.
국내 10개 시중은행의 각 홍보팀을 통해 최근 3년 간 고졸 입사자 수를 조사한 결과 국민은행은 최근 3년간 50명 내외로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고졸 채용을 통해 50명이 입사했다. 우리은행의 입사자 인원은 2015년 70명에서 2016년 전년도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하반기 채용인원을 다시 60명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의 입사자 수는 ▲2015년 90명 ▲2016년 50명 ▲2017년 49명으로 감소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3년간 ▲2015년 15명 ▲2016년 23명 ▲2017년 20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고졸 입사자는 2015년 16명에서 2016년 58명으로 1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으나 2017년 다시 10명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상반기 전년도보다 소폭 상승한 18명이 채용됐다. 또한 한국산업은행은 2015년 15명을 채용한 이후 지난해와 올해 총 5명으로 줄어들었고 기업은행은 ▲2015년 50명 ▲2016년 40명을 채용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함에 따라 학력을 구분해 채용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일자리 인식 개선 후퇴시킨 현장실습제도
이 제도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중소기업과 이곳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다. 취업 담당 교사들에 따르면 중소기업 측은 당장 일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학습프로그램을 진행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학습중심 현장실습 운영 자체에 부담을 갖고 아예 고졸 채용 공고를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성화고의 대다수 학생들은 전공과 관련한 기술을 배우거나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번 제도로 인해 “정부의 일자리 정책 방향인 ‘중소기업 일자리 인식 개선’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학교 측에서는 “기업 규모가 작아 내부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도 있지만 학생들로부터 근무환경?복지 측면에서 인정받는 중소기업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연구사는 “이번 학습중심 현장실습에 제시된 참여기업의 선정기준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제대로 된 근무환경이 갖춰진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며 “중소기업 인식개선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kih0837@hankyung.com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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