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리의 다쓰자]


<YONHAP PHOTO-2549> 추석 연휴, 이제는 연휴를 끝내고 싶은 청춘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서 치러진 현대자동차 그룹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인 '현대자동차 HMAT(인적성검사)'를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2017.9.30
    jjaeck9@yna.co.kr/2017-09-30 14:46:16/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추석 연휴, 이제는 연휴를 끝내고 싶은 청춘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서 치러진 현대자동차 그룹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인 '현대자동차 HMAT(인적성검사)'를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2017.9.30 jjaeck9@yna.co.kr/2017-09-30 14:46:16/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캠퍼스 잡앤조이=이정준 아프리카TV 자소서 전문 BJ] 자소서 첨삭을 하게 된 것은 2016년쯤이다. 입사 후 친구들의 자소서 작성을 돕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생각하던 자소서는 한 마디로 기술적 글쓰기였다. 성격의 장단점이란 문항을 바라보던 내 시선도 기술적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연관성 있게 봤던 것은 직무였다. 취준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 담당자라고 상상하고, 그 직무를 가장 잘 해내기 위해선 무슨 역량이 필요할까 고민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장점으로 끌어올렸다. 그 장점이 지원하는 친구의 실제 성격과 맞지 않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험이 그 친구가 실제로 한 거였으면 만사 오케이였다. 이런 글쓰기 방법은 자기소개서를 쓰지 못해 막막해하는 학생들에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솔루션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다 문득 고민에 빠졌다. 이것이 과연 친구들의 진짜 성격이라고 볼 수 있을까? 200개 이상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가이드하고 나니 성격의 장/단점 문항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우선, 각자의 성격은 어떤 이유에서든 무조건 존중 받아야 한다. 입사를 하겠다고 성격을 바꾸는 것처럼 미련한 행동은 없다. 당장 최종 합격을 하면 잠깐 기쁠 수는 있지만 거짓된 성격에 맞는 일을 하게 된다면 즐거운 회사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유럽에 진출한 축구선수 이재성 얘기를 해 보겠다. K리그 MVP 출신에 탈아시아급 기술을 갖고 있어 유럽 진출 0순위로 꼽히던 선수다. 하지만 체력적 문제 때문이었는지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세간의 관심에 비해 중소 리그라 할 수 있는 독일 2부 리그에 진출했다. 그 팀이 이재성을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선발 자리를 보장했고, 팀 창단 이후 가장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현재 그곳에서 데뷔골을 넣는 등 2경기 연속으로 맹활약 중이다.


아직 섣부르게 결과를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재성의 진가가 뿜어져 나올 수 있는 여건의 팀에서 그가 뛰고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자신의 역량을 인정하고, 명예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경우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일하게 될 직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성격을 솔직히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 그곳이 우리에게 최종 합격 통보를 해 줄 것이다.


이제 성격의 장/단점 관련한 실용적 조언을 하려 한다. 간단하다. 장점만 얘기하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간혹 ‘나는 성격이 소극적인데 영업을 지원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나’와 같은 너무도 뻔한 질문이 들어온다. 최근 출간된 책 중에는 ‘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라는 제목도 있다.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도 모시던 팀장님 중 한 분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분이었다. 그러나 승진은 굉장히 빨랐다. 싫은 소리를 못하다 보니 본인이 직접 총대를 메고 일했고, 책임자가 실무를 직접 하니 더욱 꼼꼼했다. 회사 내 업무 평가가 좋은 것은 기본이고, 후배들에게 일을 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부하 평가도 좋았다. 회사생활을 해보기도 전에 나의 성격이 회사, 직무와 맞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벽을 치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다.


만약 약점을 써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갖고 있는 장점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도드라지는 단점이 생긴다. 즉, 모든 성격엔 빛과 어둠이 존재한다. 나 같은 경우는 적극적인 성격이라 모든 일에 시도부터 먼저 하다 보니 꼼꼼함이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어떤 면접관은 ‘계획을 세우는 편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성격부터 인성평가 문항에서까지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생각이 나 아니라고 답했다.


면접관은 기회를 잡아 꼬리 질문을 이어갔다. 나는 그때 가수 이소라가 다이어트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그냥 굶었다”고 했던 인터뷰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빠른 시도가 빠른 성과를 낼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면접은 통과했다.


단점 역시도 받아들여야 한다. 억지로 그것을 감추려 하는 모습이 더 어색해 보인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 주는 데 좀 더 집중하길 바란다. 결국 취업을 하려면 나를 매력적으로 PR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내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게 좋다.


하리하리(이정준, kindoublej@gmail.com)

LG 서브원에 2년 10개월 재직 후 4월 중순 퇴사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 취업 이후 200여 명의 친구들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하리하리의 다쓰자’ 개인방송을 운영 중이다. 브런치, 네이버 포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기소개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