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세상의 모든 재미를 담아내는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만화는 불온서적으로 취급받는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콘텐츠입니다. 만화 소재가 드라마나 영화로 새롭게 제작되기도 하면서 원작이 주목받는 경우도 많아졌죠. 저는 일본의 유명 만화처럼 국내 만화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국내 만화시장은 과거부터 불황과 호황을 자주 오가는 굴곡진 역사를 가졌다. 시대가 바뀌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국산 만화의 퀄리티 또한 크게 발전했다. 몇몇 사람들은 한국의 만화를 일본의 아류라고 표현하지만, ‘재담미디어’는 '한국스럽게' 기획된 만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만화의 글로벌 성공을 이끌고 있는 재담미디어의 황남용 대표를 만나 그 '한국다운' 개성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재담미디어는 어떤 스타트업인가.


“음악 시장에서 YG, JYP, SM과 같이 대형기획사들이 가수들의 앨범을 기획하고 유통하는 것처럼, 재담미디어는 소속된 만화작가 분들의 콘텐츠 기획 및 관리, 영화, 드라마 등으로 콘텐츠가 확장되는 부가 판권을 사업화 하고 있다. 작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콘텐츠의 해외 수출이나 만화가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는 비즈니스를 작가와 함께 고민하고 작품 외부 시장까지 콘텐츠가 대중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스타트업이다.”


-만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유통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IQ점프’를 출판 했던 서울문화사에서 18년간 편집 기사로 일하면서 콘텐츠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편집자로서 만화 콘텐츠 안팎으로의 넓은 경험을 했다.


특히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기존 출판 만화와 달리 만화 콘텐츠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됐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미래엔 더 많은 독자들이 웹툰을 소비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웹툰 작가들을 관리할 수 있는 회사가 필수적일 것이라 예상했고, 나처럼 콘텐츠 시장과 작가, 만화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변화는 곧 창업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출판 만화와 재담미디어가 유통하는 웹툰이 갖는 차이는 무엇인가.


“보는 방식과 미디어에 변화에 따른 표현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도, 출판 만화와 온라인 만화시대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느낀 만화의 본질은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 표면적으로 가장 큰 차이라 하면 페이지를 넘겨보는 과거 출판물과 웹툰의 세로 스크롤은 그 형식에 따라 연출이나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만화가 재밌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공포물은 공포물답게, 로맨스는 로맨스답게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과거와 현재, 디바이스와 형식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만화업계에는 호황과 불황이 있었지만 '재미있는 만화는 성공한다'는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재미를 더 많은 채널에서 노출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해외로 수출하며, 판권을 판매하여 영상화한다.”


-만화 기획 제작사로서 재담미디어가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모든 스타트업이 그러하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형 출판사와 달리 계약을 통한 작가 선점이나 콘텐츠 기획 및 시장 진출의 의사결정이 더 빠른 편이다. 또 다른 경쟁력은 국내 시장에서는 3가지 형태의 만화 미디어 회사가 있는데, 첫째는 비즈니스맨 출신들이 만든 제작사, 두 번째는 작가 출신들이 모인 제작사, 마지막으로 재담미디어와 같이 편집자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다.


각각 장단점이 다르겠지만 편집자들이 만든 회사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편집자들은 작가들의 속성과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제작사로서 서포터의 역할에 충실 할 수 있다. 또 어떠한 만화를 기획할 때 편집자의 시선으로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부터 만화 시장의 흐름과 독자들의 니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작가와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는 빠른 의사결정과 작가와 시장 모두를 볼 수 있는 인사이트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토털 미디어 시장에 적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해 달라.


“우리가 유통했던 콘텐츠 중 ‘궁’이라는 작품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었다. 작품은 이미 오래전에 완결됐지만 2016년과 작년 각각 태국과 멕시코에 판권을 수출했고, 최근에는 텐센트와 연재계약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 영화 계약을 한 ‘몸’이라는 작품은 연재와 시작과 동시에 일본,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까지 수출이 되면서, 이번 2월에는 영화로까지 제작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릴러이면서도 만화의 소재들이 어느 나라에서나 공감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작품의 소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전 세계 유통을 염두에 두고 기획을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확산 될 수 있는 만화를 연재할 예정이다.“


-재담미디어의 기획 과정이 궁금한데.


“흔히 만화 작가가 다 스토리와 그림을 모두 기획한다고 생각하지만 재담미디어와 같은 기획사가 시장의 트렌드를 보고 이런 로그라인이나 소재를 함께 기획안을 잡는 경우도 많다. '누가' 주도적으로 작품을 기획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기획안을 잡아 스토리작가와 그림 작가를 섭외해 작품을 만들거나, 작가가 기획 포맷을 가져와 기획사가 발전시키는 경우로 나뉜다. 어느 쪽이나 기획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작가들은 작품자체에만 몰두하는 반면, 기획사는 작품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체 프로젝트를 기획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품내부의 내용이나 소재뿐만 아니라 작품 외부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늘 염두하고 있다.”


-만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부적인 환경의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모든 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하면서 과거의 출판 만화와는 다르게 질 높은 콘텐츠를 웹을 통해 전 세계에 쉽게 유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만화라는 콘텐츠만 놓고 보면 일본과 같이 애니메이션 강국이자 출판만화 시장에서 내공이 상당한 경쟁자가 있지만, 출판물과는 다르게 그들도 새로운 디바이스와 환경에 적응해 '웹툰' 영역으로 들어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경쟁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또 드래곤볼, 진격의거인, 나루토 등은 충분히 성공을 거뒀지만 반대로 영화나 드라마화 하기 어려운 소재이거나 영상화 됐을 때 우리나라의 ‘올드보이’처럼 전 세계에서 흥행을 이룬 경우가 드물다는 것도 국내 만화 콘텐츠에게는 또 다른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의 2차 확장성을 위해서는 기획의 방향이나 차별성이 중요한데, 작품과 시장사이에서 재담미디어와 같은 기획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치 대형 음악기획사들이 아이돌을 관리하는 것처럼 작가 개인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그 콘셉트를 기획하고 유통, 마케팅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만화가 주목 받는 것 외 국내 만화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공포의 외인구단’부터 최근 영화화된 ‘신과 함께’ 등 국내 히트작은 계속 나온다. 하지만 만화 자체로 일본의 슬램덩크나 원피스처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과 같은 성공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 개인의 실력 이외에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소재 선택과 기획을 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다.


최근의 미생과 같은 만화를 보면 그 소재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어 사랑받았을 수 있지만,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같은 감동을 만들기란 힘들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된 원피스나 나루토는 판타지 만화라는 비현실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첫 번째로 국경이 없는 소재 선택과 퀄리티 높은 작품을 다양한 나라에 유통시키기 위한 충분한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늘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것이지만 올해는 만화 한편 이상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형 시장에서 히트시키고 싶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국내 만화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재조명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그 순서를 바꾸고 싶다. 만화가 먼저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받아 다양한 영화, 게임, 캐릭터 분야에서 재생산 될 수 있는 글로벌 만화를 제작하는 것이 올해 1순위 목표라 할 수 있다.”

-재담미디어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미래에 글로벌 히트작을 많이 제작하게 된다면 만화 IP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을 사업화 할 수 있는 '토털 콘텐츠' 회사가 되고 싶다. 할리우드 영화가 한편 출시되면 캐릭터 사업부터 게임, 패션까지 다양한 사업 채널에서 콘텐츠가 쏟아지지 않나. 우리는 그 중심을 영화 대신 만화로 만들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본에서는 최근까지 만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만화만큼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본의 비현실적인 판타지 만화를 영화화 했을 때 캐릭터나 상황이 다소 유치해질 수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완성된 영화에 대해 '오그라든다'라는 감상평이 일본 영화팬들의 자조적인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만화가 원작인 대부분의 드라마, 영화는 현실적인 흥행성과 대중성 모두 높게 평가 받아 전 세계로 수출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만화가 먼저 주목받든 영화가 먼저 주목받든 그 순서가 중요할까? 대중은 재담미디어와 같은 기획사가 작품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기획하는 이 '현실적인' 만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한국적인' 만화의 색깔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