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최지묵 대학생 기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흡연구역이 돼 담배연기를 그대로 마시는 경우가 많아요.” “(비흡연자들을)이해는 하지만 그럼 어디서 담배를 피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대학가의 미흡한 흡연구역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원성을 듣고 있다. 흡연 장소가 제대로 지정이 되지 않아 모두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에 따라 학교는 건물 내부 전체가 법정 금연 구역이다. 다만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함께 건물 외부에 흡연 장소를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은 작은 휴지통과 함께 표지판으로 야외 흡연 구역을 알린다. 고려대·서강대·중앙대 등은 실외에 흡연 부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유명무실 흡연구역에 갈 곳 없는 대학가 흡연자들

△ 고려대(안암캠퍼스)에 설치된 흡연 부스 (사진= 최지묵 대학생기자)



하지만 흡연구역을 지정해 놓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흡연 장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탓에 지속적인 불만이 제기된다. 성균관대 국제관 건물 앞에서 만난 재학생 유 모씨는 “건물 출입구 근처에 흡연 장소가 지정돼 있어서 실내로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며 “흡연 구역 지정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학생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 흡연 구역으로 지정돼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많은 학생이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비흡연 학생들의 피해 역시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흡연 구역이 제대로 지정되지 않아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서울교대에는 금연구역이라는 표지판만이 보일 뿐 제대로 된 흡연 구역을 찾기가 힘들다. 학내에 위치한 부설 초등학교의 영향인지 흡연 구역은 건물 뒤 구석진 곳이 주로 자리를 잡는다. 심지어 금연구역 표시가 돼 있는 곳에도 간혹 담배 재떨이를 버리는 쓰레기통이 보이기도 한다.


유명무실 흡연구역에 갈 곳 없는 대학가 흡연자들

△ 금연구역 표지가 무색할 만큼 쓰레기통 위에 담배 꽁초가 수북하다. (사진=최지묵 대학생기자)



여대의 경우도 흡연 구역을 학교 차원에서 설정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화여대에는 따로 흡연 장소가 지정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비흡연 학생들의 불만도 많다. 이화여대 재학생 장 모씨는 “사람들이 나무 밑에서 담배를 피워서 지나갈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신여대는 학교 차원에서 학내 전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관할 지역 보건소에서 비흡연구역으로 구분하는 지역이라는 것이 해당 관리자의 설명이다. 덕성여대는 흡연 구역이 설치되어 있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에 위치한다. 이 학교 재학생 박 모씨는 “흡연 구역이 있다고는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며 “흡연구역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과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등 종교적인 문제로 흡연구역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연세대 학생회관 건물 주변에는 학생식당이 있어서 많은 이들의 흡연 장소로 이용된다. 하지만 종교 시설이 근처에 위치하기에 학교 차원에서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흡연을 제한하고 있다.


유명무실 흡연구역에 갈 곳 없는 대학가 흡연자들

△종교적 문제로 금연 표시가 되어있는 연세대학교. 사진= 연세대학교 공식 블로그 ‘와이온’ 제공)



관련 전문가들은 건물 입구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금연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대학의 경우 실외 흡연을 제재할 법적인 방안은 없다” 면서 “대학 관리자가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여 비흡연자들의 간접 흡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마다 금연 캠페인을 실시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학교 차원의 명확하고 적절한 흡연구역 지정이 비흡연 학생들과 흡연 학생들 간의 분쟁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tuxi0123@hankyung.com


유명무실 흡연구역에 갈 곳 없는 대학가 흡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