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응시율 44.7%...공공기관 합동채용에 금융공기업 시험장 '텅~'

“한반에 절반 정도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한국은행 필기시험 응시생)

“우리반은 50명 응시자 가운데 10명정도만 시험을 봤습니다.” (금융감독원 필기시험 응시생)

[캠퍼스 잡앤조이=공태윤 기자] 지난 21일 치러진 금융기관 및 금융공기업 필기시험 응시율이 반토막났다. 기보에 응시한 한 수험생은 “어떤 반은 겨우 5명만 출석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감원,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 10곳이 같은날 동시에 시험을 치렀다. 시험 응시대상자는 약 1만5000명~2만명선. 특히 생활안전분야 7·9급 공무원시험과 롯데·금호아시아나·효성·GS칼텍스 등의 대기업 그리고 한국토지신탁, 한국수자원공사 입사시험도 함께 치러져 해당 기업과 기관들의 결시율은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22일에도 삼성,CJ,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시험을 치렀다. 지난 주말 이틀간 수험생 20만명이 ‘가을 입사전쟁’을 치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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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응시율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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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9월초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합동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합동채용이란 성격이 비슷한 기관의 채용 시험일을 한날로 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46개 공공기관이 이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공공기관 합동채용으로 인한 응시율 하락은 '예견된 참사'였다. 국가공무원 시험과목변경땐 3~4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과 달리 별도의 유예기간도 없이 바로 시행되면서 수험생들의 혼란도 가중됐다. 수험생들의 중복 합격을 방지해 경쟁률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직장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반발도 나왔다.

올 하반기 종합기획직 70명을 선발하는 한국은행은 서류전형을 통과한 2100여명에게 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날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은 응시자의 44.7%(938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응시율 53.2%보다 8.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는 시험날짜가 금감원과 달라 두곳 모두 응시한 수험생도 많았다. 한국은행에서 시험을 친 한 수험생은 ”경쟁률이 낮아져 수험생의 입장에선 유리한 점도 있지만, 다른 기관에 응시할 기회가 사라져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내년에는 경쟁률이 낮은 공공기관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 눈치보기 지원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합동채용 방식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있다. 한 수험생은 “어짜피 여러곳의 금융공기업에 합격해도 한 곳만 시험을 볼 수 없기에 처음부터 목표 기관을 정해 공부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합동채용이 정착된다면 공공기관들도 중복합격으로 인한 이직률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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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공직윤리‘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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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 공공기관들의 시험문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금감원은 수험생들에게 ‘한국의 공직자 윤리가 낮은 이유와 제고 방안’을 물었다. 최근 채용비리,주식부당 거래, 방만 운영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금감원의 고민이 담긴 문제라는 평가다. 금감원은 지난해도 당시의 고민이었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금융당국이 참여할때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서술하라‘는 문제를 낸 바 있다. 이밖에 ‘4차 산업혁명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과 금융당국의 대응방안’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블록체인의 한계’ 등에 대해서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의 논술주제는 평이했다. 공통 주제는 ‘미디어발달에 따라 소통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갈등완화방안 제시하라’가 출제됐다. 경제 전공자를 위한 논문형 제제는 ‘인구 고령화와 통화정책’, 경영 전공자를 위한 논문 주제는 ‘최저임금’이 각각 나왔다. 산업은행은 논술에서 '직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남녀·세대 간)에 대한 넛지(nudge)식 대응 방안에 대해 논하라'고 주문했다. 문학적 소양과 시사·경제 지식을 함께 갖춰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조남주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남녀 갈등을 드러낸 부분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에서 세대 간 갈등을 드러낸 부분을 발췌해 지문으로 제시했다.

기업은행은 '트럼프노믹스가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이 국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금융의 발전방향'이라는 세 가지 주제 중 어느 하나를 골라 논술하도록 했다. 트럼프노믹스, 최저임금, 디지털 금융은 각각 세계 경제, 국내 경제, 금융산업의 최근 화두다. 약술형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금리', '젠트리피케이션', 생체인증 기술' 중 하나를 택해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한국거래소는 독과점의 폐해, 무임승차 문제 등을 질문했다.한국무역보험공사는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현상을 묻는 문제를 냈다. 네덜란드 병은 네덜란드의 사례에 착안해 석유나 가스 등 천연자원 발견으로 일시적 호황을 누리던 국가가 물가 상승이나 환율 하락 등의 부작용으로 장기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겪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금융 A매치에 참여한 10개 기관들의 신규채용규모는 모두 725명이다.

한편, 이달말과 다음달까지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의 입사시험은 계속된다. 오는 28일에는 국민연금공단,한국철도시설공단,국립공원관리공단,한국전력공사, 한전KPS,KEB하나은행,금융결제원,동화기업이, 29일은 SK그룹,에쓰오일, NH농협은행 등의 시험이 각각 예정돼 있다.

공태윤 기자/김우영 채민석 정윤혜 JOB인턴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