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정영희 대학생 기자] 남은 날보다 지난 날이 더 많아진 여름방학. 이제 슬슬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의 감정에 휩싸일 때가 된 수많은 대학생들은 뭐라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가 더운 날씨 탓에 금방 카페로 도망가기 일쑤다.
문화생활을 해볼까 싶어 영화나 연극을 알아보지만 돈이 드는 것이 문제다. 이도 저도 못하는 이들의 남은 방학을 유익하고 저렴하게 채워줄 방법은 바로 전시회 관람이다. 대학생들의 교양을 빵빵하게 채워줄 전시회 세 개를 소개한다.
인생샷 남기고 싶어,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Volez, Voguez, Voyagez ?Louis Vuitton) 전시
신조어 중 ‘인생샷’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잘 나온 사진이라는 뜻이다. 방학을 맞아 여름 베스트 컷을 찍고 싶은 대학생에게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전시장 내부 디자인에 공들인 전시회가 안성맞춤이다. 조명이나 작품 배치 등 무엇 하나 대충한 것이 없는 이 전시의 경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포인트도 있으니 놓치지 말고 카메라에 담아 오자.
<관람 후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8월 27일까지 개최된다. 패션 전시의 대가로 잘 알려진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이야르(Olivier Saillard)가 기획했고 무대 세트 기획자 로버트 칼슨이 총 10개의 공간을 디자인했다.
패션에 대해 공부한 적 없는 보통의 대학생이라면 ‘루이비통’을 옷이나 가방, 향수들을 만드는 명품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탈피하게 도와준 것이 전시장 초입부터 늘어선 트렁크들이다. ‘루이비통’이 주문제작 트렁크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테마 별 공간 디자인에 엄청난 자본을 투자한 덕에 탄성을 자아낼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여행을 주제로 한 4번 전시장은 실내에 사막, 배, 비행기와 기차 모두를 구현해냄으로써, 먼 길을 왔어도 아쉽지 않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한다.
한국을 주제로 했다는 10번 전시장에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썼던 스케이트 트렁크 하나만 놓여있어 작위적인 느낌을 주어 아쉬웠다. 전시장 전체를 꼼꼼히 보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나오기 전에 스태프가 건네는 ‘루이비통X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 무료 쿠폰도 꼭 챙겨오기를 추천한다.
이모티콘까지 받고 나면 꽤 든든한 전시회였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한남동 디뮤지엄(D MUSEUM)에서 진행했던 ‘샤넬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보다 많은 볼거리와 깔끔한 큐레이팅이 눈에 띄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사전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일시 : ~ 2017.8.27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홈페이지 : http://kr.louisvuitton.com/kor-kr/homepage
지식 충전용 전시회를 원한다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전시 <하이라이트>
미술은 어렵다. 전공생들도 힘들게 하는 미술사 공부를 타과 학생들이 하려니 지루하기도, 이해하기 어렵기도 해 선뜻 미술과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적으로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방학처럼 여유 있을 때가 아니면 과제와 시험에 치여 예술에 관한 지식을 채워 넣을 시간 또한 부족하다. 직접 보고 들으며 ‘미잘알(미술 잘 아는 사람)’ 이 되고 싶다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 들러보자. 배울 것이 많다.
<관람 후기>
시계 및 쥬얼리 브랜드로 알려진 ‘까르띠에(Cartier)’. 명품 거리로 알려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가면 초입부터 ‘까르띠에’ 건물의 위풍당당한 위용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세계적인 브랜드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목적으로 1984년 프랑스 파리에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이하 재단)을 설립하고 재능이 있으나 경제적으로 힘든 혹은 예술성을 보여줄 자리가 없는 신인 예술가들을 발굴 및 육성하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작품 활동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 장르 구분 없이 전반적인 예술 후원을 진행하는 타 기업과 다르게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재단이 호평받는다. 이번 서울시립미술관과의 협업 기획이 재단의 첫 아시아 투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는 8월 15일에 막을 내린다.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서둘러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았던 동시에 힘들었던 부분은 큰 전시장이다. 전시관 5동, 총 3층을 전부 차지할 만큼 많은 수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니 데이트를 위해 가는 커플이라면 편한 신발을 신기를 추천한다.
전 소장품 관람을 마치면 1시간이 훌쩍 넘는 만큼 어느 정도 걸어야 한다. 작품 수가 많을 뿐 아니라 회화, 건축, 공예, 영상 등 장르가 다양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축 및 공예 작품들은 관객들의 포토존이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극사실주의 예술가 론 뮤익의 작품은 인스타그램에 ‘하이라이트전시’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사진을 차지했다. 재단의 후원을 받아 개인전시를 진행했던 한국의 예술가 이불의 작품은 욕조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숱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대미술을 후원하는 재단답게 젊은 작가들도 눈에 띈다. 3층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1988년생 미디어아티스트 선우훈의 <가장 평면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2017)>은 놓치지 말고 보자. 픽셀아트를 통해 서울 시내를 살펴보며 여성 인권, 세월호, 대선 등의 문제를 유쾌하게 다뤘다.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협업작을 볼 수 있는 곳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나, 매 정각에 상영하는 등 상영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전시장이 화려하거나 작품이 유명한 전시를 원한다면 이곳은 맞지 않는다. 잘 몰랐던 현대 미술에 대해 조금 알아갈 기회가 필요한 관람객이라면 만족할만한 일정일 것이다.
일시 : ~2017.8.15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홈페이지 : http://sema.seoul.go.kr/
가깝게 다녀올 수 있는 전시회가 필요하다면?
북서울시립미술관 <아시아디바-진심을 그대에게> 전시
서울 강북 거주자에게 안성맞춤인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 내 총 세 개가 있는데, 그 중 특이하게 주택가에 둘러싸인 곳은 바로 노원구에 위치한 북서울시립미술관이다. 여유로운 주말, 이 여유를 깨고 싶진 않지만잠깐 동안의 외출을 하고 싶을 때. 미술관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관람 후기>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주택가 속 전시긴 하지만, ‘아시아디바 - 진심을 그대에게’는 결코 가벼운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1960-70년대의 미국과 소련의 냉전, 그 결과로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같은 후기식민 국가들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줬다.
당시 만연했던 군사독재와 산업화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노력 속에서 향유했던 문화들을 음악, 영상, 사진 등을 통해 다룬다. 어렵다. 그 시대를 정확하고 자세히 아는 대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컨텐츠를 구현해놓은 방식이 매우 쉽다. 가수 김추자의 노래와 무대의상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대중음악에서 대중문화로 확대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전시장은 조용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며 전시장 속에는 당시의 기성곡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알리고자 하는 알맹이는 어렵지만 그 방식이 쉽기 때문에 관객은 이를 해석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당시 가장 힘든 삶을 살았던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인권에 주목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예술가 배출이 늦었던 국가 출신의 작가들이 드러내는 당시의 여성 인권 실태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설치미술이 많아 사진 찍기에도 좋다. 동네 데이트를 하고자 하는 커플에게도 추천한다. 다만 위치가 서울 북쪽에 치우쳐있어 교통이 불편할 수 있다.
일시 : ~ 2017.10.09
장소 : 북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 http://sema.seoul.go.kr/
Jinho2323@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