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영화의 끊이지 않는 논쟁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김건우 대학생 기자] 사람들이 영화 <군함도>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이정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참여로 영화는 시사회가 열릴 때마다 큰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관심의 중심에는 영화의 배경인 하시마가 있다.


<군함도>는 개봉 후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500만 관객을 돌파했음에도 평론가들과 관람객들로부터 낮은 평점을 받으며 역사 왜곡에 대해 쓴 소리를 듣고 있는 상황이다. 왜 사람들은 <군함도>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까?


역사 영화는 대부분 팩션(Faction: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팩션 작품은 사람들로부터 역사왜곡의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팩션에 대한 논쟁은 크게 “예술작품은 역사적 중압감을 가져야한다”는 의견과 “예술작품의 원동력은 무한한 상상력이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팩션을 반대하는 입장은 문화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미디어의 영향력을 많이 받고 있는 오늘날 미디어로부터 지식을 얻는 경우가 많아 역사 왜곡 작품이 여과 없이 보여 지면 큰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말한다. 팩션을 찬성하는 입장은 역사의 경우 고증을 하는 과정이 어려워 상상력이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입장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군함도>의 경우 영화 <덕혜옹주>와 <암살>과 비교해서 본다면 팩션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덕혜옹주>는 작년 8월에 개봉한 영화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 또한 대한제국과 덕혜옹주에 대해 왜곡, 미화했다며 논란을 낳았다.


영화 내용에서 덕혜옹주(손예진 분)와 대한제국의 일가들이 독립투사로 그려지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일본에 대한 반심을 그리고자 감독이 설정한 허구적 장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친일 논란이 있는 대한제국을 미화한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관객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영화 <암살>은 실존 독립투사들을 하나의 인물로 보여주거나 안옥균(전지현 분)의 쌍둥이 등 가상의 인물을 둘러싼 가상의 사건 등 허구적인 장치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군함도>, <덕혜옹주> 그리고 <암살> 등 많은 관심을 받았던 역사 영화들이 다른 상반된 평가를 듣는 이유는 상상력이 작용된 부분과 그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암살>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싸우는 투사들’이라는 주제 아래 영화의 내용을 극대화시키고자 인물에 대한 설정과 사건을 상상력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영화의 주제와 관람객들이 생각한 내용과 이질감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덕혜옹주>의 경우 ‘일본으로 끌려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내용으로 덕혜옹주를 일본으로부터 강제로 끌려가며 나라를 빼앗겼다는 슬픔에 독립투사를 자처하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 또한 상상력에 기초한 인물 설정인데 관객이 생각하는 대한제국과 그의 일가들과 영화의 내용은 달랐기 때문에 논란이 됐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군함도>는 ‘하시마에서 고통 받은 조선인’이라는 전체적인 내용에 부일행위를 하는 조선인, 월급으로 유흥을 즐기는 조선인, 촛불을 들고 탈출을 계획하는 모습 등 역사가 말하는 하시마와는 다른 영화의 내용에 관객들은 큰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군함도>가 <덕혜옹주>를 둘러싼 논쟁과 여론의 반응이 다른 것은 덕혜옹주는 한 인물과 일가의 재설정이었다면 군함도는 하시마 속 조선인들의 재설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군함도>의 역사적 시기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일제강점기 시절이라는 점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팩션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소설 등 미디어분야에서 아직까지도 뜨거운 감자로 인식된다. 여전히 두 여론 사이에서 끝없이 충돌하는 팩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사실 영화가 다큐멘터리 장르가 아닌 이상 순도 100%의 사실만을 다루기가 어렵다. 또한 영화는 예술임과 동시에 상업적이기 때문에 잘 팔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팩션에 대한 논쟁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군함도>에 대한 상반된 여론은 여느 때와 같이 논쟁만 됐을 뿐이다.


팩션 작품을 수용하는 입장에 있어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반영이 됐는지, 왜곡이나 미화의 부분은 없는지 등 작품에 대해 분석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는 있다. 우리가 작품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기르면 감독이 내용을 왜곡했거나 미화했더라도 구분할 수 있고 이는 역사지식 습득에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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