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청년취업자들은 눈높이가 달라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 전체고용이 늘어도 20대 대졸자 취업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는가운데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 취업게시판앞을 학생들이 무심히 지나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811
취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청년취업자들은 눈높이가 달라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 전체고용이 늘어도 20대 대졸자 취업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는가운데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 취업게시판앞을 학생들이 무심히 지나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811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지난 10년간 4년제 대졸자 노동시장의 변화(양정승)’를 보면 4년제 대졸 청년층의 고용률은 4.6%p, 정규직 취업률은 10.6.%p, 선망직장 취업률은 9.3%p 감소했다. 직장 전반에 대한 만족 비율,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비율은 하락했고 임금, 복리후생, 근로환경 등에 대한 만족 비율은 증가했다.


양정승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대졸자 노동시장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 조사’ 2006년 자료와 2015년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지난 10년간 대졸자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한 연구 조사다. 10년 동안 다양한 청년 고용 정책을 시행했는데, 그것으로 인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시행한 청년 고용 정책은 장학금과 학자금 사업이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청년 고용 복지가 미비했다. 이러한 제도가 정비된 것이 2005년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학자금 제도를 마련하고, 장학금 제도도 정비했다. 이러한 제도의 목적은 대학생의 대학 생활, 학업 등을 돕기 위한 것인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10년간 청년 고용 정책의 효과는 확인 되었나.


“부모의 월평균 소득 수준별 노동시장 성과 결과를 보면, 저소득층 가구의 고용률이 개선됐다. 부모의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 청년 대졸자의 고용률이 2006년 71.6%에서 2015에는 73.8%로 2.2%p 상승했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정부 정책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취업난, 대기업 등 ‘선망 직장’ 일자리 늘리기로 풀어야”


4년제 대졸자 고용률 10년 사이 4.6%p 하락


‘지난 10년간 4년제 대졸자 노동시장의 변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취업과 선망 직장 취업이 크게 감소해 청년층 고용률 하락을 가져왔다.


4년제 대졸자 고용률은 2006년 76.6%에서 2015년 72%로 4.6%p 감소했다. 공학계열, 교육계열은 각각 3.1%p 감소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다. 반면 인문계열은 5.8%p, 사회계열은 5.7%p, 예체능계열은 6.9%p 등으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선망 직장 취업률은 2006년 29.1%에서 2015년 19.8%로 9.3%p 감소했다. 정규직 취업자도 2006년 63.1%에서 2015년 52.5%로 10.6%p 줄어들었다.


부모의 월평균 소득 수준별 노동시장 성과를 보면, 저소득 가구 청년층의 노동시장 성과가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정규직 취업률과 선망 직장 취업률이 모든 소득계층에서 감소하였으나 저소득층일수록 감소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성과’와 ‘근로조건 및 일자리 만족도’ 두 카테고리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먼저 취업 성과 부분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무엇인가.


“정규직 취업과 선망 직장 취업이 감소한 것이 청년층 고용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10년간 고용률은 4.6%p 하락했는데, 선망 직장 취업률은 두 배 가량 높은 9.3%p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취업률이 감소한 숫자는 미비하고, 대부분이 선망 직장 취업률의 감소라고 볼 수 있다.”


-선망 직장에는 어떤 기업이 해당되나.


“취업준비생이 입사를 선호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기업, 외국계기업, 공공기관 등을 선망 직장으로 꼽았다.”


-4년제 대졸자 고용률이 4.6%p 감소했다. 특히 인문, 사회, 자연, 예체능 계열이 평균치보다 고용률 하락의 폭이 높다.


“인문, 예체능 계열은 정규직 취업률이 50%를 넘지 못한다. 취업의 ‘질’적인 측면에서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최근 공학 중심으로 취업 시장이 움직이다보니 인문, 예체능 전공자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공학 교육을 할 수도 없으니, 적합한 취업 교육이 무엇일지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취업률은 일반 대졸 고용률에 비해 감소폭이 크다.


“선망 직장 취업률의 감소와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 몫 했을 것으로 본다. 정규직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망직장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 후에 비정규직 감소를 위한 방안을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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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소득에 따른 노동시장의 성과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부모 소득이 많아질수록 자녀의 정규직 취업률 감소율은 높았다. 해당 결과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졸업 후 1년 6개월 이내의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조사 결과, 부모의 소득이 많아질수록 자녀의 취업률을 감소했다. 부모 소득 300만원 미만의 경우 고용률이 2.2%p 상승했는데, 소득 1000만원 이상 가구의 자녀는 고용률이 17%p 하락했다. 이는 소득이 높은 가구의 자녀들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노동 시장에 빨리 나오려는 경향이 있다. 노동 의지가 높다. 저소득층의 자녀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적을 확률이 높고, 마냥 대기하면서 마음에 드는 직장을 서치하기엔 기회비용이 크다. 학자금 대출 상환 등을 생각하면 바로 취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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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균 임금·평균 근로시간 감소, 직장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하락


근로조건 및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 변화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청년 대졸자의 월평균 임금과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감소했다. 월평균 임금은 2006년 219만원에서 2015년 210만원으로 9만원 감소했고, 근로시간은 2006년 45.3시간에서 2015년 44.6시간으로 0.7시간 감소했다.


직장 전반에 대한 만족도와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전반에 대한 만족 비율은 10년 사이 2.4%p 감소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 비육 역시 1.9%p 줄었다.


반면 업무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과 기술 수준은 증가했다. 또한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청년 대졸자의 이직 준비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현재 취업자 중 이직을 준비하는 비율은 2006년 8.4%에서 2015년 17.7%로 늘었다. 인문계열은 11.6%p, 사회계열은 10.4%p, 예체능계열은 10.8%p 증가했다.


-근로조건 부분에서는 10년간 청년 대졸자 월평균 임금과 근로시간 등을 조사했다. 10년 사이 평균 임금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나온 결과다. 임금 감소는 민감한 이슈지만, 기술 발전이라는 것이 숙련된 근로자 편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고도의 숙련자만 임금이 증가하는 추세고 나머지는 감소하는 것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다. 청년층은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높지 않으니 임금도 증가하지 않는다.”


-인문계열만 유일하게 193만 원에서 195만 원으로, 2만 원의 임금이 상승했다.


“상승하기는 했으나, 그 액수가 2만 원으로 적은 편이라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만해도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런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던 환경이 근로조건을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점차 나아지는 것이다.”


-근로시간은 0.7시간 감소했다. 10년간 큰 변화가 없다는 것 아닌가.


“근로시간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다 같이 일을 많이 하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고숙련자는 많이 일하고, 저숙련자는 적게 일하는 분위기다. 저숙련자인 청년층의 경우 근로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고숙련자와 저숙련자의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청년 취업난, 대기업 등 ‘선망 직장’ 일자리 늘리기로 풀어야”



-직장 전반에 대한 만족 비율은 2.4%p 감소했다. 소득, 고용안정성, 근무환경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만족도가 높아졌는데, 인간관계 항목만 만족도가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을까.


“직장 전반에 대한 다른 욕구가 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의 불만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관계’라고 지칭했지만 그 안에는 우리나라 특유의 수직적 직장 문화에 대한 불만족도 들어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일자리 비교를 한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는 직장 생활에서의 자율성이 해외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자신의 뜻대로 일하고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자율성이 떨어진다.”


“청년 취업난, 대기업 등 ‘선망 직장’ 일자리 늘리기로 풀어야”



-업무 내용이 교육 수준에 비해 높다고 답한 비율이 10.8%p 증가했다. 직장에서 근로자의 교육 수준에 비해 강도 높은 업무를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나.


“그렇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해당 결과를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 진짜 안 좋은 결과는 ‘교육, 기술에 비해 업무 수준이 낮다’는 내용이다. 이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업무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일을 하면서 배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봐도 된다. 단, 업무 수준에 맞는 양질의 교육 제공도 필요할 것이다.”



“청년 취업난, 대기업 등 ‘선망 직장’ 일자리 늘리기로 풀어야”


-전반적인 이직 준비 비율도 10년 전 8.4%에서 17.7%로 크게 늘었다.


“나쁘게 평가한다면 직장에 대한 만족이 하락한 것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자기계발 의지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물론 후자보다는 전자의 이유가 클 것이다.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면 대학 시절 취업 준비 활동도 증가했어야하는데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자리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수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부문만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청년 취업을 살린다고 해서 경제가 죽으면 안되니까.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망 직장의 취업률 증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에서 채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