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작가 “당신의 자존감과 인간관계는 안녕하신가요?”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강민정 대학생 기자] ‘나는 자존감이 부족한 것 같아’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였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다들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자존감과 인간관계.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여러 사람과 부딪히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당신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고 있는가? 최신 심리학 연구를 통해 자존감 및 관계를 다룬 네 권의 책, <심리학 일주일>,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내 마음을 부탁해>를 쓴 박진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심리학과 관련하여 네 권의 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계속해서 심리학과 관련한 책들을 꾸준히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심리학 연구들을 접하다 보면 흥미로움과 함께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와 같은 깨달음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했던 행동들과 생각들이 그래서 그렇다며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책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심리학이라 하면 두루뭉술하게 상담할 때 쓰이는 것, 심리테스트 정도로 생각하며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심리학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심리학을 알게 되면 우리 삶에 있어서 어떤 점이 유익할까?

현대 심리학은 설문연구나 실험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 중에 어떤 것이 진짜인지, 어떤 것은 잘못된 통념인지, 또 내가 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최대한 과학적으로 밝히려고 애쓰는 학문이다. 연구들을 보다 보면 의외의 발견들도 많고(자존감이 높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이 아니라든가, 행복에 물질이 미치는 영향이 10% 정도 밖에 안 된다든가, 외로우면 일찍 죽는다든지, 또 타이레놀을 먹으면 외로움이 줄어든다든지 등등) 그간 잘못 생각했던 것들을 바로 알게 되는 것도 나름 도움이 된다. 특히 잘못된 고정관념(각종 남녀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 등)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여자는 남자보다 수학을 못 한다든가, 여자가 남자보다 말이 많다거나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속설들도 실제로 연구해보면 그렇지 않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밝혀내기 전까지는 남들이 그렇다고 하면 다들 그런가 보다 하면서 잘못 생각하게 되고 잘못된 기준으로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판단하게 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감 넘치게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사람마다 자존감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스스로 가혹하고 비판적인 사람들의 경우 자존감보다도 스스로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 예컨대 ‘100점을 받지 못하면 나는 살 가치가 없는 존재’, ‘능력도, 성격도, 신체적 매력도 모두 뛰어나야만 괜찮은 인간’이라는 식의 비현실적인 기준을 세우는 경향을 보인다. 지나치게 기준이 높으므로 웬만해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객관적으로 잘했더라도 늘 ‘너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이런 비판적 완벽주의자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적인 자기검열을 한다. 둘째, 자신의 행동이 될 수 있는 대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비판적이며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편이다. 셋째, 그러다 보니 심지어 좋은 결과를 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넷째,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대한 과한 걱정이 심하다. 다섯째, 일상의 작은 일에서도 사사건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 이유는 모든 일에서 자기 검열을 하며 자신의 좋은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확대해석하기 때문이다. 또 일이 잘못됐을 때는 그것을 나의 능력 또는 자질 부족이라거나 또는 자신의 성격이 이상한 탓이라며 실패를 꼭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인다. 뭔가 잘 안 되면 ‘이게 다 내가 미룬 탓이야’, ‘상황을 이렇게 만든 내 탓이 크다’, ‘무엇을 할지 모르고 헤맨 것도 다 내 탓이다. 좀 더 잘 알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등 잘 안 된 일을 굳이 개인적인 문제로 발전시킨다. 여기에는 사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말이다. 예컨대 ‘(아직 경험이 많아서 익숙하지 않았고 적절한 도움도 받지 못했고 일에 대한 정확한 지시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결국 다 내 탓이다’라고 한다.

따라서 학자들은 자기 자신을 아주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무엇보다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고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악담을 퍼붓는 행동은 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이런 의미에서 무작정 나는 멋지다며 자존감을 가지기 보다는 ‘내 마음이 힘들구나, 내가 참 수고가 많다’와 같이 자신을 향한 너그러움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있다.

자신을 향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적인 이유도 크다. 개인들이 완벽해지길 바라고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정답에서 벗어나는 순간 ‘루저’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사회라면, 개인들 역시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준에 자신을 평가하며 괴로워하기를 반복할 것이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무슨 차이일까? 자신감이 높으면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인가?

자신감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효능감’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기효능감이란 능력에 대한 평가이다. ‘나는 영어는 잘하는데 수학은 잘 못 하고 음악은 잘하는데 미술은 잘 못 한다’와 같이 나의 능력에 대한 평가여서 능력 영역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능력 전반에 있어 높은 자신감을 느끼는지 아닌지의 차이도 존재한다.

자존감은 이보다 두루뭉술하게 나라는 인간이 괜찮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평가이다. 자기효능감과 자존감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나는데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이 자존감이 높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자기효능감이 높은 관계) 여전히 자신의 능력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난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어(자존감이 높지 않은 경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자존감은 결국 주관적인 평가라서 실제 능력치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자격조건이 좋다고 꼭 자존감이 높은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해서 꼭 자존감이 낮은 것도 아니다. 주변을 살펴봐도 상위 1%라고 할 만한 사람도 자기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난 아직 부족하다고 좌절하는 사람들 많다. 왜냐하면, 우리는 비교에 약한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존감은 무엇이며, 건강한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살짝 언급했듯이 많이들 강조하는 자존감의 높낮이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편이다. 연구들을 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좀 더 행복하긴 하지만 높은 자존감을 가질 때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일례로 화를 버럭 내거나 갑질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자존감이 낮기보다는,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가 있었다.

‘네가 감히’라고 말하며 버럭 하는 경우는 스스로가 정말 가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낮은 자존감), ‘이렇게 대단한 나를 너희가 이따위로 대해?’라고 하는 일종의 억울함이다. 또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경우, 아예 실패하지 않음으로써 자존감의 추락을 방어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화를 내거나 비교 우위를 통해 우월성을 항상 확인하려 하거나 자신의 실패를 ‘내가 잘못했을 리 없어’라며 남의 탓을 하는 식으로 자존감을 수호한다.

그래서 Baumeister나 Crocker, Leary 등의 학자들은 인간이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자존감은 무엇의 ‘원인’이기보다 삶의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내 삶이 행복하고 스스로 만족스러우면 저절로 그 삶과 자기 자신을 좋아하게 되지만, 삶이 엉망진창이라면 좋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자존감만 높이려고 하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가 우선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인간이 완벽해지는 건 불가능해. 멋지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스스로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자기 자비(self-compassion)가 필요하다. 늘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지금의 자기 모습을 감싸 안으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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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 있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모든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좋게 지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모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목표 또한 너무 높고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에는 시간과 돈뿐만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와 정신력이 소모되는데, 우리의 에너지와 정신력은 한정되어 있다. 그것을 모두에게 쏟았을 때 얻는 이득과 몇몇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에게 쏟았을 때의 이득을 살펴보면 후자가 나은 결과를 내곤 한다. 일례로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잘 안 맞는 사람은 좀 덜 만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우리는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거절이나 갈등을 항상 나의 문제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예컨대 저 사람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꼭 그게 나 때문이라고 자기중심적인 해석을 내리곤 한다. 이런 경향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관계에서의 갈등이 내 문제가 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관계가 틀어질때도 있다. 그리고 관계가 틀어진 사람과 계속 대면해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틀어진 관계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나의 행복과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가 되는 경우라면 그 관계가 꼭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관계인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또 감정이 격해지게 되면 다른 사람과 사이가 틀어진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이게 안 되면 인생이 망할 것처럼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수그러들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우리의 감정은 속도가 느린 생각 회로보다 훨씬 빠른 ‘경고 시스템’이라서 그냥 어딘가 좀 이상이 있는 거 같으면 ‘늑대가 나타났다아아아!!!’라며 호들갑을 떠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정말 늑대일 수도 있지만 어쩌다 늑대처럼 보인 나뭇가지 그림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먼저 수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작은 문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해결책이 보이곤 한다.

또 갈등의 원인으로 나의 오해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이게 정말 이성적인 사고방식인지 혹시 그 사람이 싫어서 밥 먹는 모습도 미워 보인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도 좋겠다.


-책에서 인간을 ‘하드코어란 사회적 동물’로 묘사했다. 하지만 요즘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혼밥족, 혼술족 등 혼자서 하는 것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사회적 추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 꼭 24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사회적 동물의 숙명인 ‘외로움’의 경우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보다 단 한 명이라도 정말 마음을 터놓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귀찮고 짜증나는, 그다지 질이 좋지 않은 관계들을 억지로 강요하는 면이 많다. 그런 시간은 외로움을 해소해주지도 않으며 행복도를 높여주지도 않고 피곤하기만 한, 따라서 없는 게 나은 시간이 되어버린다. 또 인간관계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누구에게나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우선 자기 자신을 향해 너그러워지자. 여기서의 너그러움이란 나의 모든 잘못을 무시하고 감싸기만 하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나 다른 사람들이나 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그런 우리가 그나마 이 정도 사는 것도 대단하다는 비교적 정확한 현실인식을 하자는 것이다. 항상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고 따라서 항상 잘하고 멋지지 않아도 괜찮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패나 좌절이 찾아오면 그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저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당연히 여러 번 실패하고 좌절하는 것인데 그게 뭐 별일일까? 어떤 실체가 있다기보다 추상적이고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가능성이 큰 ‘나의 이미지’를 멋지고 완벽하게 만들려고 발버둥 치는 집착도 좀 내려놓자. 생각해보면 사실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에 금이 간 것일 뿐, 진짜 내가 망하게 된 건 아니다. 머릿속에서 존재할 뿐인 나의 이미지를 드높이기 위해 인생을 바치는 건 어찌 보면 좀 아까우니까 말이다.


-녹록하지 않은 현시대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리학을 배우다 보면 알게 된다. 인간은 각종 편견을 가지고 있고 자기중심적이며 제한된 자기통제력과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는, 부족한 것 투성이인 존재다. 그런 인간이 나름의 꿈을 갖고 매일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실은 절대로 쉽지 않은 대단한 일임을 느낀다. 많이들 한다고 해서 절대 ‘당연한’ 일도 아니다.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대단함을 인정하고 너도나도 정말 수고 많다고 이야기해주자.


jinho2323@hankyung.com

박진영 작가 “당신의 자존감과 인간관계는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