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디지털패션비즈센터장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안경 제작 업체인 이지에프 김경현 대표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유통망 확보나 이렇다 할 마케팅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회사를 운영해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매번 결과가 아쉬웠다. 빅 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김 대표는 부산디자인센터 내 디지털패션비즈센터에서 창업자들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길로 센터를 찾았다. 김 대표는 센터 방문 후 사업 컨설팅과 지원 자금 등 생각지 못한 지원을 받으면서 점차 사업의 활개를 펼쳤다. 김 대표는 “처음엔 국내 점포에만 영업을 하다 보니 실적이 형편없었는데, 센터에서 컨설팅을 받고 자금도 지원받아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며 “현재 국내 백화점과 중국 시장에도 진출에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광역시 공동 펀딩으로 설립된 부산디자인센터는 수도권 중심의 디자인 정책에서 벗어나 동남권 지역 디자인산업의 육성·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이곳에서 지난 2015년 토털 패션 분야의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패션비즈센터가 만들어졌다.

디지털패션비즈센터는 의류를 포함한 신발, 액세서리 등 토털 패션 창업자들에게 창업 가이드는 물론, 창업에 관한 정보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국 토털 패션 창업자들 사이에 성지로 불리는 디지털패션비즈센터의 박재현 센터장을 만나 패션 산업의 미래, 그리고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패션 창업이 어렵다고? 디지털패션비즈센터로 오세요”


박재현 디지털패션비즈센터장

부산디자인센터 전략사업팀장 겸 창업진흥지원단장

디자인학 박사(디지털 디자인)


-디지털패션비즈센터를 소개해 달라.

디지털패션비즈센터는 부산디자인센터 내 소속된 조직으로, 2015년에 개관해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사업을 수주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탬플릿 기반 3D 패션CAD기술 개발’, ‘디지털 제조 플랫폼 기술개발’, ‘스마트(웨어러블) 다이버 슈트 개발’, ‘디지털 토털패션 성장 플랫폼’ 등 패션 기술 및 인재 양성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탬플릿 기반 3D 패션 CAD기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금까지 패션 산업에서는 일일이 원단을 떼 재단하고 가봉을 해야 옷을 만들 수 있었다면 3D패션은 최소한의 옷감으로 정확하고 많은 양의 옷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화면에서 원단 설정이나 재단 등 디자이너들이 오프라인에서 결정하고 실행했던 일들을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방식으로 샘플을 제작하면 평균 72시간이 걸리는 반면, 3D 가상 제작 시간은 약 35분 정도 소요된다. 스웨터는 14분, 팬츠 24분, 재킷 44분, 코트 43분의 시간이 걸린다. 또 디자이너 브랜드 시즌 기획 샘플 제작비용은 보통 3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이 드는데 반해 3D 패션 기술은 300만 원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센터와 함께 국내 기업인 클로버추얼패션과 유스하이텍과 공동 개발 중이다.



“패션 창업이 어렵다고? 디지털패션비즈센터로 오세요”



-3D 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몇 개국 정도 되나?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총 6개국이 3D 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술은 시간 대비 구현성이 높아 세계 톱 수준이다.


-3D 패션 기술이 상용화되면 패션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의류 매장에 재고가 사라지게 된다. 지금 매장을 가보면 한 쪽에 창고를 만들어 재고박스가 쌓여 있는데, 3D 기술이 적용되면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제작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패션 창업이 어렵다고? 디지털패션비즈센터로 오세요”

-최근 일자리 문제가 화두인데, 패션 산업 현장이 디지털화가 되면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정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재 국내 패션시장은 해외 SPA브랜드의 가세로 중소브랜드들이 잠식되고 있다. 매년 수입되는 의류시장이 60억불인데, 이중 5%인 3억불만 줄여도 5만 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D 패션 기술로 중소브랜드들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략이다. 또 패션제조 분야의 청년층 인력부족으로 현장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


매년 2161명의 패션 전공자들이 배출되는데, 그들이 전공과는 무관한 패션 산업 또는 아예 다른 분야로 취업한다. 그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패션 플랫폼을 키워나가야 한다.


-토털 패션을 다루는 중소기업 양성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나?

우선 사업 지원금이나 운영에 관한 컨설팅,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기업은 판로개척도 지원하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20개 업체를 선정해 현재 60곳 정도 지원하는데, 올 하반기 지원 기업을 더 늘릴 계획이다.


-기업 선정 기준이 있나?

우선 업체를 방문한다. 그리고 회사가 커나갈 수 있는지부터 체크한다. 스타트업 중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친구들이 많다. 옥석을 가려야하는 작업도 한다. 괜찮은 아이템인데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한 곳을 선정해 더 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기업 중 소개할만한 사례가 있나?

우연히 알게 된 업체인데, 25년간 대기업에 납품한 경력을 무기로 몇 년 전 창업한 신발제조업체였다. 백발인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회사였는데, 인력이 부족한데도 제품 퀄리티나 디자인이 훌륭했다. 센터에서 지원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드렸더니 신발 만들 시간도 없다며 거절하시더라. 그 후로 몇 번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할 수 있었다. 주객이 전도된 격이지만 그 회사의 비전이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그게 센터의 역할이기도 하고···. 최근 해외 수출을 시작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걸 보면 뿌듯하다.(웃음)


-비수도권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사업 수주를 많이 한 걸로 정평이 나 있는데, 비결이 있나?

최근 3년간 정부사업 수주 전적이 17전 15승 2패다.(웃음) 딱히 비결이라고 할 건 없지만 굳이 꼽자면 열정과 근성이다. 센터에서 지원하는 기업은 성과가 나올 때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심사위원이 듣고 싶어 하는,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것도 팁이다.



“패션 창업이 어렵다고? 디지털패션비즈센터로 오세요”



-패션 분야 창업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 달라.

제품에 대한 프라이드는 있되, 자만해서는 안 된다. 제품은 팔려야 가치가 생기는 것인데, 몇몇 창업자들은 ‘내가 만든 옷이 최고’라는 마인드로만 일관한다. 다른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창업은 절대 자아도취해서 성공할 수 없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디지털패션비즈센터가 디지털 패션산업에 거점이 되고 싶다. 중소패션브랜드나 기업들이 환경은 열악하지만 새로운 시스템 적용이 빠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비전있는 업체들을 발굴하고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그리고 미래에는 부산을 스마트토털패션 아시아 비즈니스 벨트로 키우고 싶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