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와인감별사’로 알려진 소믈리에는 외식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의 취향, 니즈에 따라 그에 맞는 와인을 추천, 서비스하며 만족도 높은 식사를 할 수 있게끔 돕는 일을 한다.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 최근 와인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양윤주(28) 소믈리에를 만났다.



최연소 여성 우승자 양윤주  “술 한 모금 못 마시는 소믈리에랍니다”

△ 사진=금양인터내셔날 제공


와인바 ‘하프 패스트 텐’의 오너 소믈리에 양윤주 소믈리에는 지난 2016년 소펙사가 주최한 제15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최연소 여성 챔피언 자리를 꿰찼다. 그는 남다른 미각과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 뛰어난 서비스까지 소믈리에의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양윤주 소믈리에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체질적으로 술 한 모금 입에 대기 어렵다는 것. 술을 마시지 못하는 그가 최고의 와인 소믈리에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이 필요했을까.


Q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포도주를 서비스하는 전문인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모든 주류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편이다. 국내에서는 특별한 자격증이 있어야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에서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대게 국내에서는 대회 수상 경력이나 유학을 다녀온 이력 등을 중요하게 본다.


Q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인가

중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가 19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생각하던 진로는 파티셰, 바리스타 등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에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더라. 고객들이 음식을 서비스 받은 뒤 ‘맛있다’, ‘좋다’고 말하는 것이 나를 향한 칭찬처럼 들려 기분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했는데, 프로모션 판매를 잘 하는 편이다보니 ‘와인을 많이 판매하면 본사로 승진시켜주겠다’는 제안까지 받았다. 기회를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와인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책으로만 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직접 현장에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말을 이용해 와인을 배워보고자 작은 개인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와인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길로 원래 다니던 패밀리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작은 레스토랑에 입사해 와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Q 와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느꼈나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에는 와인의 당도가 제조 과정 중 조절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보고 공부를 하다 보니 와인의 맛은 전적으로 땅의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설탕도 전혀 들어가지 않고, 비,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자란 포도에 따라 와인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와인 한 병에는 그 해의 날씨와 손길이 모두 들어있다는 생각을 하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최연소 여성 우승자 양윤주  “술 한 모금 못 마시는 소믈리에랍니다”

△ 사진=금양인터내셔날 제공


Q 소믈리에 준비는 어떻게 했나

아카데미를 다니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독학을 선택했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흔한 와인부터 구해 공부를 시작했다. 책도 보고 친구들과 시음도 해보며 맛의 기준점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소믈리에 준비를 하면서 하루에 약 5종의 와인을 테이스팅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났으니 모두 합치면 양이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와인을 구입하는데 쓴 돈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와인 수입사에서 진행하는 시음회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무료로 다양한 와인을 접할 수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지금도 시음회 등의 행사에는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Q 힘든 점이 있다면

사실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다. 때문에 테이스팅 후에 와인을 삼키지 않고 뱉어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양의 와인을 테이스팅 해야할 때에는 조금씩 마시기도 하는데,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다. 비타민 등의 약을 챙겨먹으며 겨우 버티고 있다. 부모님도 이런 체질을 알고 계셔서 소믈리에라는 진로에 대해 많이 반대하셨다. 술을 마시지도 못하는 사람이 술을 배운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하신거다.(웃음)


Q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소믈리에의 고충이 있다면

저녁부터 밤까지 근무를 하고, 주말에도 일하다보니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만나기가 굉장히 힘들다. 휴가도 제대로 챙겨가기가 어렵다. 자신만의 여가시간을 갖는 것이 어렵다고나 할까. 아직은 배우고 싶은게 많아 그런 부분이 크게 힘들게 느껴지진 않지만, 여행이나 개인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급여 조건도 높은 편이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가 업장의 매니징까지 담당한다. 바텐더 업무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일반 레스토랑의 서비스직과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연소 여성 우승자 양윤주  “술 한 모금 못 마시는 소믈리에랍니다”

△ 사진=금양인터내셔날 제공


Q 소믈리에에게 필요한 능력, 자질은 무엇인가

손님이 와인을 한 잔만 마시고 싶은 건지, 음식을 곁들이고 싶은 것은 아닌지 등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내에서는 마음을 여유를 느끼고자 와인을 찾는 고객이 많다. 전문적으로 와인을 추천하고 지식을 자랑하기보다는 손님의 기분이 어떤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소믈리에는 미묘한 맛의 차이도 잘 구분한다. 미각도 뛰어나야하는 게 아닌가

필요한 부분이다. 나의 경우에도 미각이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소믈리에 대회라는 것이 맛을 감별하는 게 중요한데, 미각이 뛰어나면 좋은 성적을 받기가 쉽다. 나는 어릴 적부터 김치 등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아 미각이 남들보다 예민했던 것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현장에서 와인을 배우다보니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족한 면을 보고도 다그치거나 화내기보다 직접 제자를 대하듯 가르쳐주려는 손님들이 기억에 남는다. 한 손님은 직접 공부를 시켜주겠다며 주문한 와인을 한잔 주면서 직접 맛을 표현해보라고 한 적이 있다. 반대로 좋지 않은 기억들도 있다. 소믈리에가 여자이기 때문에 서비스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기회 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레스토랑에서는 절대 치마를 입고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Q 소믈리에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퇴근 시간이 늦고 급여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 국내 외식 문화가 성숙하지 않다보니 전문가라기엔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게 될 텐데, 그 안에서 함께 커나가면서 느끼는 보람과 재미가 있을 것이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다양한 와인을 다루고 배워간다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목표

8년 전 처음 와인을 배우기 위해 입사했던 레스토랑 ‘하프 패스트 텐’을 3년 전에 인수해 오너가 됐다. 한 업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는 유럽 소믈리에처럼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 꿈이다. 한 자리에서 꾸준히 손님을 맞으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