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6월 14일 오전 9시 30분,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1번 출구를 나와 길을 걷다보니 빼곡한 아파트와 건물 뒤편으로 기와지붕의 한옥 ‘광흥당(廣興堂)’이 눈에 들어왔다. 돌계단을 오른 뒤 마당에 들어서니 한옥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국의 진짜 매력 보여드려요”…틈새 직업으로 떠오른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한국의 진짜 매력 보여드려요”…틈새 직업으로 떠오른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은 붉은색 치마와 노란 저고리의 한복을 입고, 새 색시는 다홍빛 치마에 녹색 저고리 한복을 입습니다. 저고리 고름이 자주색이면 남편이 있다는 뜻, 또 소매 끝동이 남색이면 아들이 있다는 뜻으로, 예전에는 옷을 보고 상황을 짐작해 말조심, 자랑 등을 삼가는 예도 있었어요.”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김은주 한국예절문화원 교수가 20여 명의 사람들 앞에 서 ‘한복 바르게 입는 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붉은 빛깔 비단 방석 위에 앉은 사람들은 김 교수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꼼꼼히 내용을 받아 적었다.


“한복을 입어보실 분은 앞으로 나오라”는 김 교수의 말에 사람들은 옆 사람에게 ‘잘 어울릴 것 같으니 입어보시라’고 서로 권유했다. 한국의 복식 문화와 한복 입는 법에 대한 김 교수의 수업을 들은 이후, 사람들은 서로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모두가 한복으로 갈아입고 저마다의 한복 자태를 카메라에 담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한국의 진짜 매력 보여드려요”…틈새 직업으로 떠오른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이날은 서울산업진흥원과 한국예절문화원이 양성하는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3기 교육생들의 첫 번째 현장 수업이 실시된 날로, 교육생들은 이날 광흥당에서 ‘한복 바르게 입는 법’ ‘한국전통 배례법’ ‘차 예절’ 수업을 들었다. 3기 교육생들은 6월 23일까지 한국형 체험여행 콘텐츠 기획, 한국문화의 이해, 한국전통 놀이·공예체험, 체험여행 트래킹-동네골목투어, 한식체험-비빔밥, 모듬전 만들기, 관광마케팅, 체험관광 창업의 이해와 활용 등의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는 K-컬쳐(한국문화)와 체험여행(전통문화 체험), 가이드(여행 안내사)가 결합된 새로운 직업이다. 관광가이드의 역할에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지식과 콘텐츠를 더해, 한국의 문화를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재창조하는 여행서비스 전문가를 의미한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지난해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를 ‘미래형 신직업군’으로 선정한 후, 1기와 2기 교육생 50여 명을 배출했다.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여행가이드와 다른 점은?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3기 교육생 박재욱(54) 씨는 현재 프리랜서 여행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3기 교육생 중에는 박 씨처럼 현직 여행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여행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더욱 좋은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평소에 근무를 하면서도 틈틈이 어학 공부나 자기 계발을 하는데, 박 씨 역시 관광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더욱 나은 여행프로그램을 찾던 중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를 알게 됐다.


그는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여행을 넘은 한국 문화 체험투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여행의 패러다임이 여행사 혹은 가이드가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여행객’ 위주였다면, 요즘에는 다양한 여행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여행객들이 스스로 알아보고 움직이는 ‘여행자’로 변화했기 때문에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그는 학자들이 입었다는 한복을 직접 입고, 머리에 복건(幅巾)을 썼다. 박 씨는 “한국 사람임에도 한복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거나 직접 입어본 적이 없었는데, 단순히 한복을 입어보는 것뿐 아니라 막연하게만 알던 복식문화와 한복의 미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은 대부분 쇼핑과 맛집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고,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더라도 잠시 둘러보는 것에 그친다”며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가 직접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익혀서 관광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행 가이드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국내의 외국인 관광객 또는 국외를 여행하는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이드 업무를 수행하는 관광통역안내원, 국내 여행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여행안내원이 있다. 또 우리의 문화유산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재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전달하는 문화관광해설사도 있다.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는 이들의 역량이 모두 결합된 직업으로, 보다 넓은 활동범위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여행객의 관광 목적에 맞는 코스 설계부터 인솔까지 직접 관여하며 국립공원과 같은 특정 장소가 아닌, 도시 또는 지역 전체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재희 한국예절문화원 원장은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가 다른 여행 가이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여행서비스를 제공할 때 ‘체험’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라며 “눈으로 보기만 하는 관광이 아니라 전통의례, 전통놀이, 만들기, 여가활동 등의 문화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여행객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진짜 매력 보여드려요”…틈새 직업으로 떠오른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관광객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구성할까?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라면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정확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강의 내용은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보편주의자보다 상대주의자 쪽에 가깝다’, ‘한국인이 효(孝)를 중시하게 된 것은 예로부터 유목민이 아닌 정착민 형태로 농사를 지으며 가족단위 체계로 마을을 이루어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등등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역사 강의 등으로 진행된다.


 “한국의 진짜 매력 보여드려요”…틈새 직업으로 떠오른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


취업을 준비중인 3기 교육생 이은지(26) 씨는 평소 ‘여행’과 ‘역사’를 좋아해 이 두 가지를 접목한 데 매력을 느끼고 교육에 참가하게 됐다. 여행가이드로의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탓에 여행가이드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던 이 씨는 이번 교육을 통해 같은 수업에서 만난 현직 여행가이드들에게 실무 정보와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이 씨는 ‘특화된 나만의 여행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다. 그는 “여행가이드로의 역할에 역사, 전통문화와 관련된 지식을 더한 특화 역량을 갖추면 새로운 여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행객의 연령, 국적, 종교, 취향 등이 각기 다를텐데, 이처럼 다양한 고객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기회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교육을 수료한 후 나만의 한국문화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싶다”며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도 내 주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여행 테마를 기획하고, 관광객들에게 한국 문화, 체험 관광, 전통문화 등 관광과 전통문화를 융합해 같은 코스를 여행하더라도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를 준비하는 사람은 대졸 구직자, 1인 창업 준비생, 관광산업에 특화된 전문 체험 여행 가이드를 하고 싶은 사람, 관광관련 전공자, 관광관련 자격증(관광통역안내사 등)을 소지한 사람 등 매우 다양하다. 전재희 원장은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 한류와 같은 한국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평소 한국문화에 자긍심을 가지고 전통문화 계승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K-컬쳐 체험여행가이드에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