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원


“증권사, 규모 관계없이 정규직 줄이기…‘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무리”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국내 증권업계의 고용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증권사의 전체 직원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인력 감소는 정규직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계약직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경쟁에 돌입하며 신입사원보다 경력자를 우선 채용하고 있는데다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 기술 발전과 정보화 등으로 신규 채용 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권사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증권사 고유의 특성과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 인력과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부문을 개척하고, 지속적인 교육·훈련 시스템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최근 증권사 고용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연구를 실시하게 된 배경은


최근 금융업계에서 구조 조정과 인력 조정이 이뤄지면서 증권사의 여러 가지 고용 지표들을 통해 증권업계 고용의 질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 전체 종업원수와 직원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 임금 수준과 남녀간 임금 격차, 근속연수 등 표면적인 지표들을 살펴봤다.


Q 증권업계의 현황과 채용 특성은 어떠한가


증권사 전체 인력이 감소했다. 특히 정규직 직원 수가 줄고 계약직 비중이 확대됐다. 국내증권사의 직원(임원 제외) 수는 지난해 4분기 3만 3719명으로, 직원 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2011년 4분기 대비 8005명(19.1%)가 감소했다. 정규직 직원 수는 2011년 4분기 3만 3822명에서 지난해 4분기 2만 6090명으로 23.1% 줄어들었다.


계약직 직원의 감소 폭은 정규직 직원보다 적었다. 지난해 4분기 계약직 직원은 7692명으로, 2011년 4분기보다 374명(4.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정규직 직원의 두드러진 감소로 국내 증권사 평균 계약직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2.8%로, 2013년 3분기 16.6%를 기록한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Q 전체적인 인력 규모와 함께 신규 채용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데


전체적인 인력 규모의 감소는 온라인 거래 증가와 증권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지점 축소, 증권사간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국내 전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조 9480억 원으로, 2011년 2조 8340억 원에 비해 8859억 원(31.3%)가 감소했다. 또 외국계 지점을 제외한 국내증권사 점포 수는 지난해 4분기 1167개로, 점포수가 가장 많았던 2011년 1분기에 비해 772개(39.8%)가 줄어 이에 따른 인력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증권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의 인력을 감원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것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경쟁에 돌입하는 등 확충된 자본을 통해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변경하고,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 급격한 기술 발전과 정보화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신입사원보다는 숙련된 경력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증권사 직원 수와 신규 채용은 계속해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Q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와 상관없이 계약직이 늘고 있는 모습인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고용 형태가 동질화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수합병을 진행한 증권사는 정규직은 축소하면서 계약직을 늘리고, 그 외 증권사는 정규직과 계약직을 모두 줄여 자기자본 규모와 관계없이 증권사 전반에서 계약직 비중이 증가했다.


2011년 1분기 정규직과 계약직의 고용규모를 100으로 두고 살펴보면, 인수합병을 진행한 증권사 10개사(2012년 구 한화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2014년 우리투자증권의 NH농협증권,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 아이엠투자증권, 2016년 미래에셋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과 KB증권)의 경우, 2014년 4분기 정규직의 고용규모지수는 76.5로 감소한 반면, 계약직의 고용규모지수는 115.9로 오히려 늘었다. 그 외 증권사의 경우에는 2016년 4분기 정규직과 계약직의 고용규모지수는 각각 79.6, 86.5로 정규직과 계약직 모두 가 감소함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는 자기자본규모가 큰 대형증권사일수록 계약직 비중이 낮은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 관계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 증권사의 계약직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증권업의 업무는 크게 대외적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IB, 자산관리, 리테일 업무 등의 프론트오피스와 시장분석·위험 분석 등의 미들 오피스, 관련 업무에 대한 각종 지원을 담당하는 백오피스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증권사의 기간제 근로자는 프론트오피스와 미들 오피스 등 전문적인 업무를 하는 고연봉의 전문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다른 업권과 같이 증권업계의 비정규직과 계약직을 같은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이 같은 업무들은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경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전문 인력의 연쇄 이동이 활발하다. 그들은 자의 또는 타의로 퇴사 이후 성과에 따라 보수가 높은 비정규직 영업직 등으로 고용형태를 바꿔 재입사하고 있어 계약직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비정규직의 평균 연봉이 정규직의 2배를 넘고, 영업과 IB 등 전문 인력들은 성과연봉제를 바탕으로 해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계약직을 선호한다. 전문 계약직은 장이 좋지 않을 때에는 구조조정의 1순위가 되기도 하지만, 장이 좋을 때는 몸값을 올릴 수 있고 연봉과 인센티브 수준을 높인 후 이직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계약직이 많다는 뜻이다.


또 전문 계약직이 아니더라도 백오피스 업무나 텔레마케팅 업무 등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인력 운용에 탄력적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영업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연한 인적자원관리가 가능한 계약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규모 관계없이 정규직 줄이기…‘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무리”

△증권사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안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Q 증권사 직원들의 성별 계약직 비중과 성별 임금 차이는 어떠한가


여성의 계약직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남성의 계약직 부문은 늘어나며 증권사의 성별 계약직 비중이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남성의 계약직 비중은 2010년 25.6%에서 2016년 30.0%로 4.3%p 증가했지만, 여성의 계약직 비중은 동기간 27%에서 23.4%로 3.6%p 감소했다. 2010년 남성 계약직 비중은 여성 계약직 비중보다 1.4%p 낮았으나 2012년 이후 역전돼 지난해에는 남성 계약직 비중이 여성 계약직 비중보다 6.5%p나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증권업에 종사하는 남성은 주로 프론트오피스 업무에 종사하며 성과연봉제 중심의 임금 구조와 계약직 형태로 고용되는 경향이 높은 반면, 여성은 콜센터나 창구 업무 등 백오피스 업무에 종사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 같은 성별 직무 차이의 영향으로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 평균 임금의 60% 미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6 증권사 직원(임원 제외)의 임금 평균은 1억여 원으로, 여성은 5000만~6000만 원 수준이었다.


Q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며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고연봉 계약직이 많은 증권업계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동일 업무’와 ‘동일 임금’에서의 전환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증권사의 기간제 근로자는 전문적인 업무를 하는 고액 전문 계약직이 대부분이어서 계약직과 정규직의 업무가 동일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일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업계 특성에 맞지 않는다.


예대마진 업무 등 고정적인 업무로 기본급과 연봉이 정해져 있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주식 운용 등 위험을 감수하고 전문성을 발휘해 성과를 내고 이에 따른 보상을 지급받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규직 전환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업무가 아닌 여성이 맡고 있는 일부 계약직 업무에 대해 그들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정규직 전환은 가능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Q 증권사 고용현황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증권업 종사자들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계약직 형태라 하더라도 성과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기본적인 근무 환경이나 여건도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증권사 고유의 특성과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 인력과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부문을 개척하고, 지속적인 교육·훈련 시스템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증권업을 포함한 금융권이 경쟁 강화와 온라인거래 확산, 로보어드바이저 등 IT와 핀테크 기술 발달 등의 변화에 직면하며 백오피스 부문에 대한 인력 수요는 감소하고, 대체투자와 핀테크 등 신사업부문 또는 해외진출과 관련된 전문성을 가진 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인력 재교육 방안이 고민돼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재교육 시스템과 맞물려 종사자에게 실업이 발생했을 경우 그들에 대한 사회 안정망을 확충하고,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토록 하는 것도 증권업 고용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Q 증권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한 마디


증권업계의 신규 채용의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증권업계에 진입한다면 개인 역량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금융권 취업의 경우 경제, 경영 전공만 진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대생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주식 분석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거나 각 산업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가능한 애널리스트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학과나 컴퓨터 공학 전공자, 각 산업별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으므로, 융합적인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길 바란다.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