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유경 대학생기자]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15세 때 집안형편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다. 아버지가 수입을 낸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포함해 오빠까지 부양하려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장 역할을 했다는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년, 대통령에게 바란다⑬] 빚 갚으려 대학 포기… “출발선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Q. 언제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요. 남들은 한창 공부할 때 저는 일 나가느라 바빴어요. 학교에서는 학생인데 일은 무슨 일이냐면서 보충수업까지 다 끝날 때까지 안보내줘서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주말에는 하루종일 일했어요.

Q. 부모님은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라고 하지 않나요.

사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돈 안 벌어도 되니까 대학 갈만큼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한 달에도 몇 번씩 빚쟁이가 찾아왔고, 제 스스로 빨리 빚을 갚아서 다시는 그 사람들을 보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대학은 나중에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했고요.

Q. 친구들은 대학 2학년쯤 됐을 텐데 아직 대학 입학 욕심은 없나요.

아니요. 거의 포기했어요. 빚을 다 갚으려면 적어도 4년은 더 필요한데 그러면 25세는 될 거고, 그때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을까 봐요. 공부를 제대로 못해 기초 지식도 없고요. 그냥 하루하루가 지겨워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나를 위해서 쓰지 못하고 다 빚갚는 데 보태야 하니까.

Q. 또래친구들이 부럽지 않으세요?

너무 부럽죠. 고등학생일 때는 이런 게 티가 안나잖아요. 다 똑같은 교복입고 똑같은 급식먹고.. 하지만 대학 때는 확실히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집안사정에 따라서 그 친구의 미래도 따라간다는 게 느껴진달까. 얼마 전, 가장 친한친구에게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그 친구가 대학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느꼈어요. 동시에 왜 나는 우리집 같은 데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도 많이했어요.

Q. 현재도 같은 생각인가요.

그렇죠. 하루하루 일하러 가야 하는 삶에 너무 우울해요. 삶에 희망이 없죠. 또 4년 뒤 빚을 다 같은 후에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뚜렷한 계획도 없고 계획을 세우고 싶지도 않아요. 출발점이 다른데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냥 이런 삶이 반복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도 안 낳을 거예요. 저 같은 삶을 살게 하고싶지 않아요.

Q. 오빠가 있다고 들었는데 오빠도 직장생활하며 생활비를 보태지는 않나요.

아니요. 그냥 놀고 있어요. 오빠도 요즘 저 같은 생각에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아요. 사실 오빠야말로 군인 월급까지 전부 집으로 보낼 정도였어요. 그런데 제대 후 6개월 정도 하던 직장생활을 그만 둔 뒤에는 계속 백수로 지내요.

Q. 정부 지원금을 받지는 않나요.

안 나와요. 제가 알기로는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기준 수입보다 1~2만원을 더 벌어서예요. 그래도 많이 힘든데….

Q. 이번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잖아요. 바라는 점이 있나요?

현실적으로 그냥 돈 문제예요. 금전적 부담을 덜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에도 부합되도록 기준이 바뀌었으면 해요. 또 저처럼 대학에 가고 싶어도 집안 사정 때문에 못 가는 학생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창업 지원금이나 심리치료지원 등이요. 지금보다 조금 더 보람있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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