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관문이 고시(高試)와도 같아서 붙여진 이름 ‘언론고시’. 하지만 언론사 입사에 대한 정보는 여타 대기업 취업 정보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편. 이에 기자, 아나운서, PD가 되고 싶은 대학생들은 바늘구멍과 같은 입사를 위해 주변 선배들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음알음 정보를 얻곤 한다.


Stack of international newspapers on white background
Stack of international newspapers on white background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기자(서강대 4)가 세 명의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에게 물었다. “언론사 입사,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Q 자기소개서 항목에 언론사 관련 활동 보다는 다양성이 돋보이는 경험을 쓰는 게 좋을까요?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이하 구) “기자가 보기에 '인턴기자' 이야기가 재밌겠냐?” 제 첫 자기소개서를 본 어느 선배의 뼈아픈 피드백이었어요. 실무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서 인턴기자나 방송국 막내작가 이야기만 잔뜩 써놨었거든요. 제가 그랬듯이, 기자 준비생들은 ‘내 자기소개서를 읽는 건 현직 기자’라는 것을 간과하는 실수를 자주 하곤 합니다.


물론 인턴기자나 학보사 활동은 언론인으로서 역량을 기르기에 좋은 경험이죠. 하지만 현직 기자들이 짧은 인턴기자 활동을 읽고 ‘오, 대단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제게 피드백을 해줬던 선배는 기자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었어요. ‘something new’를 좋아하는 기자의 특성상 취재, 기사 쓰기 같은 얘기로 흥미를 끌기는 어렵다는 거죠. 기자에게는 일상인 일들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인턴기자 등 실무 경험은 최대한 짧게 중요한 것만 쓰려고 했습니다. 대신에 쌩뚱 맞은 이야기를 제가 생각하는 기자의 역량과 엮어봤어요. 가령 저는 기자란 ‘오지랖’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의 가방 지퍼를 올려주다가 오해를 받았던 경험으로 시작해 오지랖을 자랑하는 자기소개서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대단한 경험을 쓴다기보다는 먼저 자신만의 주제를 잡고 사소한 경험이라도 거기에 맞게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윤선 IT과학부 기자(이하 남) 저는 대기업에서 5년간 일하다 온 대기업 출신입니다. 언론사 경험은 없었고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공채를 봤습니다. 기자생활을 약 8년 하고 느낀 거지만, 경제지 기자로서 실물경제 경험은 경험 쌓기 뿐만 아니라 자소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안재광 중소기업부 기자(이하 안) 언론사 뿐 아니라 어떤 경험이든 그 경험이 어떻게 해당 매체에서 기자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 지 연결해서 자소서를 쓰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언론사 인턴이나 학보사, 방송사 경험을 쓸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소서를 읽는 분들이 현직, 혹은 현직을 거쳤기 때문에 잘못 썼다가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경험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느꼈고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설득력 있게 연결을 잘 해야 합니다.


Q 논술과 작문의 경우 스터디원들 간의 피드백에도 한계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럴 경우 학원을 다니는 게 도움이 될까요?

학원보다는 현직 선배들의 조언을 받으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 기자를 준비할 때 막막한 마음에 한 달 정도 방송아카데미에서 언론사 논술 수업을 들으며, 소위 말하는 이른바 ‘언론사 논술’의 기초를 익히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스터디를 하고 어느 정도 논술을 준비해본 단계라면 학원은 ‘가성비’가 떨어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신참 기자들의 피드백이었어요. 이미 같은 단계, 고민을 거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생산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직접 시험을 보러 다닌 사람들이니 1~2년 내 각 언론사에서 어떤 논술, 작문 문제가 나왔는지도 잘 알고 있고요. 또래이다 보니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훨씬 도움이 됐어요. 혹시 지인 중에 최근 입사한 기자를 찾기 힘들면 다음 카페 ‘아랑’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인사이트와 지식을 능가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응시생들 글을 읽으면 내공이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평소에 책도 안 읽고 글 쓰는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논술 시험 준비를 한다고 단기간에 늘지는 않습니다. 굳이 글과 관련된 스킬로 설명한다면 신문방송학과 수업에 많이 나오는 데로 두괄식으로 글을 쓰며, 모든 문장은 단문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주술구조가 두 번 나오는 복문이 나오면 기자들은 잘 읽지 않습니다.


Q 경영, 경제 상식을 쌓는 데에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저 역시 국문과 출신이라 언론사를 준비하면서 특히 경영 경제 상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쓴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경제지를 읽는 것, 관련 책을 읽는 것, 대학 강의를 활용하는 것이죠. 먼저 경제지 읽기를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좋은 기사는 중학생이 읽고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기사’라는 말이 있죠. 경제지들도 예외는 아니라서, 되도록 쉽게 경제 경영 현안을 다룹니다. 어려운 용어는 따로 풀이도 해주고요. 저는 같이 기자를 준비하는 친구들과 신문스터디를 했었어요. 각자 신문을 정해서 읽고 중요한 기사를 서로에게 설명해주는 방식이었는데 이때 되도록 경제지를 맡아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했어요.


경제 지식을 쉽게 풀어 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경제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면, 자신의 관심 분야와 경제학을 함께 소개하는 책을 읽는 것도 좋죠. 가령 저는 한국경제신문 오형규 논설위원이 쓰신 『경제학, 인문학의 경계를 넘다』처럼 인문학과 경제학을 접목시킨 책을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 때 ‘경제학의 이해’를 수강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학점도 따고 아주 기초 수준이나마 경제학을 공부할 수 있어 1석2조였습니다. 책과 마찬가지로 경제인류학처럼 경제학과 다른 분야를 접목시킨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Smiling politician giving interview to three journalists
Smiling politician giving interview to three journalists


Q 언론인이 된 후 가장 뿌듯했거나 기분 좋았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큰 기사는 아니었지만, 기간제 교사 채용 관련 부조리를 기사로 쓴 뒤에 교육청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하겠다’고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 ‘아 이런 경험은 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하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저는 모뉴엘이라는 업체의 사기 행각을 단독 보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 전체를 뒤흔든 특종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내용이 좋든 좋지 않든 기사에 피드백이 있을 때 뿌듯합니다.

Q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취재는 과정상의 어려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루 앞서 생각해야 한다’는 데 한창 적응 중이에요. 내가 오늘 저녁에 쓴 기사를 신문 독자들은 내일 아침에 받아보니까요. 그리고 내일 어떤 기사를 취재하고 발제할지 전날 구상해야 하고요. 훌륭한 선배들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진전될지 전망하는 기사까지 쓰시지만, 저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진 못했습니다.


늘 어렵습니다. 세상이 똑같은 일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작은 기사도, 큰 기사도 기사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늘 조심스럽습니다. 취재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취재원과 관계 입니다. 취재원은 기사의 소스이지만 너무 가까이 해서도, 멀리 해서도 안 됩니다.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필요한 사실을 취재원으로부터 얻어 내는 게 늘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Q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제가 선배들에게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도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제가 들었던 조언을 그대로 전달하자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면 된다’는 거예요. 적극적인 성격이 취재원과 단기간에 친해지기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그 관계를 이어가고 취재, 기사로 발전시키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는 조언이었어요. 특정 분야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성격이라든가 눈썰미가 좋다든가, 자신만의 강점을 파악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출입처에 대해서는 특종으로든, 출입처에 대한 지식으로든 타사 기자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자존심. 쉽고 재미있게 글 쓰는 능력. 사람 만나는 것을 즐거워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감수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세상의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자기 일처럼 깊이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이 없고 시큰둥한 사람은 언론인이 되기 어렵고, 설령 되더라도 보람과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yena@hankyung.com


[대학생 기자] 현직자들에게 듣는 언론고시 이야기… “기자, 어떻게 준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