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률 전문가’ 권기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 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6년 27.7%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는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을 위한 ‘퇴사 학교’까지 생겼다. 이곳을 다녀간 직장인이 벌써 3000여 명이 넘는다. ‘취업만 하면 행복 시작’이라 자신하던 신입 사원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이직률, 그 안에는 과연 무엇이 숨어 있을까.


[2017 이직률 조사] “이직률 관리, CEO가 나서야… ‘입사하고 보자’는 생각도 문제”


건국대 권기욱 경영학과 교수는 인사 조직을 전공하며 이직률 관련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그는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연구 자료를 발표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논문 ‘직원 이직률과 기업 성과의 관계: 고성과자와 비고성과자의 이직률을 고려한 탐색적 연구’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언제부터 이직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


2002년, 기업의 핵심 인력 관리를 했다. 기업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핵심 인력을 뽑아 오기도 힘든데, 왜 이들이 회사를 떠나는지가 궁금했다. 핵심 인력을 관리하며 이직률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직률 관련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는데, 국내에서는 자료 수집과 변수 측정 등이 어렵다 보니 이 분야를 크게 다루고 있지 않은 듯하다.


이직률이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기업 성과 면에서 보자면 이직률이 높은 것이 긍정적이지 않은 현상임은 분명하다. 인적 자본, 휴먼 캐피탈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는 데는 그에 따른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또 함께 근무하던 사람이 회사를 나가면 나머지 직원 사이의 네트워크가 깨지는 등 사회적 자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은 직원의 스트레스가 커지는 만큼 업무 효율도 떨어진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고성과자, 핵심 인력의 이직이다. 이 경우 기업의 손실이 매우 크다. 기업은 핵심 인력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 관리를 해야 한다.


핵심 인재 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CEO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CEO가 핵심 인재를 잘 관리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또 핵심 인재가 맡는 직무도 중요하다.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게 하는 것보다, 새롭고 도전적 목표를 제시하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직률에 숨은 긍정적 의미는 없나.


이직률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회사 입장에서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일을 못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의 자리를 채울 새로운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이것을 순기능적 이직률이라고 한다.


신입 사원 이직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신입 사원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회사나 직무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특히 중소·중견기업에서 신입 사원 이직률이 높게 나온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취준생은 질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입사부터 하자는 마음을 갖는다. 적성이나 직무를 고려한 취업은 어려운 현실이다.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결국 일자리가 제대로 매칭되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준생이 회사와 자신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 실업 해결과 이직률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


최근 삼성그룹이 공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채용 시장의 특성상 삼성그룹이 공채를 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도 서서히 공채를 폐지할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신입보다 경력 채용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은 신입 사원을 교육해 일을 하나하나 가르칠 정도로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다.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효율적이다. 이 경우 사회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취준생이 당연하다는 듯 대기업만 목표로 한다. 하지만 향후에는 신입 사원으로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좋은 중소기업, 중견기업에 입사해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이직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이직 사유는 다양하다. 직무적 측면, 자신의 역할적 측면, 슈퍼바이저와의 관계, 인사 처우, 성장 가능성 등이다. 직무 만족도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자율성, 급여 등이 직무 만족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만족도가 크면 회사를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핵심 인재의 경우 회사의 비전, 도전적 직무, 슈퍼바이저의 서포트, 급여 등이 중요하다.


기업은 이직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인사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우리 회사와 맞는 사람인지 잘 판단하고 직원을 선발해야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채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이직률은 해외와 비교해 어떤 수준인가.


이직률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국내 이직률은 해외보다 낮은 편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해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만 해도 해고 통보가 자유롭다. ‘직원은 자의로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데 기업은 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나’라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사회적 인식도 한몫한다. 한국은 이직하는 사람을 두고 배신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직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다. 혹여 자신의 성과가 좋지 않아 더 나은 곳으로 가지 못하더라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의 기업 이직률 조사 결과를 어떻게 보나.


기업별 문화가 이직률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포스코, 현대, 한화의 경우 대체로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입사하는 기업이기도 하고, 회사 문화에 ‘의리’라는 키워드가 있거나 해고를 하지 않는 기업 분위기 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은 이직률이 조금 높게 나올 수 있다. 삼성은 성과제 문화를 갖춘 기업인 만큼 직업의 안정성보다 성과를 낼 자신이 있고 그걸 인정받고 싶은 성향의 사람들이 입사한다. 삼성은 직원들에게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잘하면 그만큼 보상도 크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직원 스스로 ‘내가 잘못했네’라는 생각으로 떠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같은 회사 직원들은 비슷한 성향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사하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회사를 떠난다. 결국 비슷한 사람만 남는데, 이런 것이 쌓여 기업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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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