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청년취업자들은 눈높이가 달라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 전체고용이 늘어도 20대 대졸자 취업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는가운데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 취업게시판앞을 학생들이 무심히 지나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811
취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청년취업자들은 눈높이가 달라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 전체고용이 늘어도 20대 대졸자 취업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는가운데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 취업게시판앞을 학생들이 무심히 지나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811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취업준비생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종종 ‘신입사원 채용도 안하니 인사팀은 편하겠네’라는 푸념 글이 올라온다. 하지만 인사팀 출신 컨설턴트의 말을 들어보면 요즘처럼 인사담당자가 힘든 때도 없다고 한다.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인사담당자의 역량은 ‘뽑아놓은 직원이 얼마나 오래 근무하는지’로 평가된다. 그런데 요즘은 입사한지 1~2년 사이에 사표를 던지고 나가는 신입사원이 많아져 인사팀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은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6년 27.7%를 기록했다. 입사한지 1년도 안 돼 10명 중 3명꼴로 회사를 떠난다는 얘기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때, 왜 신입사원들은 힘들게 들어온 회사를 다시 떠나는 걸까.


지난 하반기 모 대기업은 해외영업직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공고에는 근무지가 ‘서울’로 나와 있었지만 직원들은 입사 후 전원 지방 근무를 시작했다. ‘현장 업무를 배워야한다’는 이유로 해외영업직을 현장직에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최종면접을 볼 때까지, 합격 통보를 받을 때까지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인지한 지원자는 아무도 없었다.


신입사원은 출근하는 그 날까지도 본인이 다니게 될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받게 될 월급이 얼마인지, 근무지는 어디인지, 하게 될 업무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업은 5000자 이상의 자기소개서와 몇 번의 면접을 거치며 지원자에게 대해 속속들이 확인하려 한다. 직무와 전혀 무관한 키, 몸무게, 하물며 아버지 직업까지 궁금해 하면서 정작 지원자가 당연히 알아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 정보’라는 이유로 입을 다문다. 지금 취준생들은 마치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모른 채 박스의 크기와 포장만 보고 선물을 골라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신입사원 조기 퇴사의 이유 중 절반가량은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49.1%)’다. ‘급여 및 복리후생 불만(20%)’,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15.9%)’ 등도 뒤를 잇는다. 이는 곧 신입사원이 입사 전까지 직무나 급여, 복리후생, 근무지역 및 환경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취업포털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비용은 1인당 평균 116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돈 들이고 시간 들여 뽑아놓은 신입사원이 일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사표를 내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손해다. 떠난 이들의 자리를 채울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또 다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100명을 채용하는데 5억 원을 쏟으며 조사기업 중 최고의 비용을 쓴 A기업은 가장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 부분으로 ‘리텐션 프로그램’을 꼽았다. 리텐션 프로그램이란 최종합격 통보 후 입사예정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파티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리텐션 프로그램에 거금을 쓴다고 해서 이탈하는 신입사원을 잡아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업이 외부에 공개해야 할 정보 중 하나는 ‘이직률’이다. 이직률은 취업준비생 뿐만 아니라 회사를 평가하는 다양한 외부자 입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회사의 내부 이슈나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 등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수치이기 때문에 취준생들은 입사하기 전 반드시 이직률을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이직률’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직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뿐인데 대뜸 “무슨 이상한 기사를 쓰려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인 사람도 있었다. 이직률을 외부에 공개한 기업은 80여 곳에 불가했고, 그 중 신입사원 이직률을 밝힌 기업은 단 한 곳이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보다 안정적인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이직률을 포함한 정보들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것이다.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하게 될 업무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비교하고 신중하게 선택해 지원하는 신입사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과 애사심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애사심은 부모에게 꽃다발을 보내고 외식 상품권을 준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