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도 선후배 사이가 끈끈하답니다"…숙명여대 동문 멘토링


테이블 위, 카드가 놓여 있다. 카드에는 ‘마음껏 여행하기’ ‘대기업 입사하기’ ‘좋은 가정 이루기’ 등 누구나 탐낼 만한 소망이 적혀있다. 카드를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각자 10억이라는 가상 화폐가 지급됐다. 학생들은 이 10억을 가지고 ‘가치관 경매’에 참여한다. 10억을 한 카드에 투자해 원하는 소망을 획득하거나, 돈을 나눠 여러 소망을 구매해도 된다. 참가자들은 소망카드가 제시될 때마다 저마다 입찰 금액을 외쳤다. 가장 치열했던 소망 카드는 ‘좋은 가정 이루기’였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강의실에서 진행된 눈꽃 멘토링 프로그램 풍경이다. 행사는 눈꽃 멘토링의 첫 번째 만남으로, 진로 찾기에 앞서 자아를 인식하는 자리였다.


이날 강사로 나선 이는 졸업생 김보연(경제학과 11학번) 씨다. 김 씨는 “재학생 때 멘티로 참여했었다. 당시 멘토의 조언 덕에 대학 시절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돼 조언을 전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눈꽃 멘토링은 숙명여대 졸업생들이 먼저 제안한 프로그램이다. 눈꽃 멘토링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3월이다. 사회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직 동문 100명과 학생 70명이 참여해 ‘멘토-멘티’의 인연을 맺었다.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선후배 연계가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약하다는 인식을 바꾸는데 영향을 줬다.


눈꽃 멘토링은 숙명여대 학생들이 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동문 7~8인과 10인 이내 학생이 한 조가 돼, 한 학기 총 10회의 만남을 가진다.


옥경영 숙명여대 경력개발처장은 “멘토로 참가한 대부분의 동문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봉사활동 등 친근감을 높이는 활동적인 프로그램도 있다. 학생들을 집으로 직접 초대하는 멘토도 있다”고 말했다.


“여대도 선후배 사이가 끈끈하답니다"…숙명여대 동문 멘토링


숙명여대 지난해 취업률은 54.5%로, 1년 사이 약 4%가량이 상승했다. 숙명여대 취업률 상승에는 눈꽃 멘토링 외에도 실무형 프로그램이 한몫했다.


숙명여대 경력개발처는 여대생들이 관심이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취업지원 대비반을 운영한다. 항공 승무원 대비반과 유통업 대비반이 대표적이다. 운영한 지 3주 만에 지도를 받았던 학생이 승무원 공채에 합격하는 등 즉각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지난 하반기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으로 합격한 변승희(환경디자인과 12학번) 씨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취업에 성공했다. 항공사 대비반은 현직 승무원이 참여해 자기소개서 작성법, 이미지 메이킹, 모의면접 등의 커리큘럼을 진행한다. 변 씨는 “8주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준비를 완벽히 할 수 있었다. 동문이 강의로 참여해 집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경력개발처 개편, 진로부터 경력까지 원스톱으로 관리"


“여대도 선후배 사이가 끈끈하답니다"…숙명여대 동문 멘토링


[인터뷰] 옥경영 숙명여대 경력개발처장


숙명여대 취업률 상승의 원동력은?

직무능력 향상 위한 현장실습 프로그램 강화가 취업률을 상승시켰다. 숙명여대는 지난 2015년 대학창조일자리센터로 선정됐다. 기존 운영하던 IPP(장기현장실습)형 일 학습병행제와 병행 운영하면서 시너지가 발휘됐다. 현장실습 기업 확대는 물론, 서울시정 대학생 인턴십, 고용노동부 재학생 직무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대학도 취업지원에 적극적이다. 3월부터 취업경력개발원이 경력개발처로 개편됐다.


조직 개편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조직 개편은 대학 내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경력개발팀, 취업지원팀, 현장실습지원팀과 산학협력단 앙트러프러너십 센터가 같은 처 소속이 됐다. 진로, 취업, 현장실습과 창업이 하나의 처 안에서 운영된다. 하나의 처에서 유기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서 간 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에게 좋은 건가?

물론이다. 학생들은 이제 하나의 기관에서 진로부터 취업, 창업, 현장실습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취업이 단순히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지속해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취업 후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 포기자가 생기는 것은 본인의 진로를 명확히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력개발처에서는 학생들의 진로부터 경력관리까지를 하나의 과정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올해 9월에는 학생 종합경력관리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된다.


새롭게 준비 중인 프로그램이 있나?

취업에 학생만큼 관심이 많은 이들이 바로 취업준비생을 둔 부모다. ‘부모와 함께 하는 나의 진로 찾기(가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공별 찾아가는 설명회’가 인기였다.

2016년에는 총 22개 학과 1209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시행했다. 숙명여대가 대학창조일자리센터로 선정돼 컨설턴트가 늘면서 가능해진 프로그램이다. 찾아가는 설명회는 컨설턴트가 학과에서 원하는 곳을 찾아가 전공 별 맞춤형 취업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여대도 선후배 사이가 끈끈하답니다"…숙명여대 동문 멘토링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