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 “프랑스어 연극 본 적 있나요?”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원어 연극 `Incendies` 연습 현장을 가다


지난 3월 17일 오후 5시 40분, 성균관대 경영관 지하 4층 성균 마당에서는 독특한 의상을 입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방 가운데에 있는 나무 책상과 나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노트북으로 음악을 트는 사람, 구석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 할아버지 분장을 하는 사람, 벽을 보고 프랑스어로 말을 하는 사람 등 가지각색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들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이들의 정체는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제39회 원어 연극팀으로 오는 23일부터 진행되는 연극 `Incendies`을 연습 중이었다. 연극 공연 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아 연습 현장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배우들은 의상을 갖춰 입고, 스텝들은 음향과 자막 등을 점검했다. 학과 지도 교수가 도착한 6시가 되자 원 테이크 (one take) 연습을 시작했다.


배우들은 방 가운데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했다. 자막팀은 수시로 대본을 확인하면서 자막을 넘길 곳을 확인했고, 음향팀은 음악을 틀어야 하는 순간을 점검했다. 오랜 대기로 잠시 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도시락으로 저녁을 대신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연습이 진행되던 한순간 음향이 멈췄다. 배우들은 짧은 쉬는 시간을 즐겼지만, 음향을 담당하는 학생의 표정은 진지했다.


[대학생 기자] “프랑스어 연극 본 적 있나요?”


연습은 하루 평균 4~5시간 진행된다. 양소영 씨는 “계속해서 연습만 하지는 않는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연극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 전체가 이야깃거리”라고 말했다.


연습 분위기는 밝았다. 연습만큼은 진지했지만, 시종일관 분위기는 유쾌했다. 여자 주인공이 출산 장면에서 거북이 인형으로 아기를 대신하자 사람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학생 기자] “프랑스어 연극 본 적 있나요?”

사막 신에서 더운 척하며 목을 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퍼졌다. 웃음에는 배우들도 예외는 아니다. 연기 도중 웃음이 터지면 어떻게 할까. 문성열 씨는 “얼굴을 마주하면 계속 웃음이 난다. 그래서 시선을 피한다”고 했다.


문 씨는 전공이 프랑스어문학이 아니다. 영어영문학 전공이지만, 문 씨처럼 희망하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김동한 씨는 “프랑스어를 잘 못 해도 상관없다. 교수님들이 직접 발음 교정을 해준다. 연습하면서 프랑스어 실력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연습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였다. 학생들은 내전의 참혹함에 울분을 토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 화를 내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실제로 배우들이 눈물을 흘렸는데, 보는 사람도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장면이었다.


연극을 하면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신소민 씨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라고 말했다.


연극 `Incendies`는 어머니의 알 수 없는 유언으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반전 이야기다. 오는 3월 23, 24, 25일 저녁 6시, 성균관대 명륜 캠퍼스 경영관 지하 3층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인터뷰

정지용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대학생 기자] “프랑스어 연극 본 적 있나요?”


프랑스어문학과 원어 연극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올해로 39회다. 1963년부터 시작됐다. 국내 불문과가 몇 개 없던 시절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원어 연극을 시작했다. 연습 기간은 약 3개월이다. 프랑스 문화원,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 대사관에서 공식적 후원을 받는다. 여기에 학과 예산, 선배들의 모금 등 재정적인 지원이 더해진다. 프랑스어와 프랑스어권의 문화 교류 행사의 일환인 프랑코포니 축제 기간에 공식행사로 지정돼 있다.


학생들이 연극을 주도하나?

연극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모든 과정을 학생이 주도한다. 선, 후배들이 끈끈하게 뭉쳐 자발적으로 하는 학생 자치 활동이다. 교수들은 극의 시대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등의 이론적인 부분을 채워준다. 프랑스어 발음, 억양 지도 등도 교수의 몫이다.


올해 연극의 특징이 있다면?

이전에는 주로 프랑스 고전 작품을 선택해 연극을 공연했지만, 이번에는 현대극을 택했다. `Incendies`는 오늘날의 난민, 이주 문제, 종교 분쟁 등 국제사회의 문제를 첨예하게 다루는 현대 작품이다. 학과에서 직접 저작권을 샀다. 한국에서 최초로 `Incendies` 를 프랑스어로 연극을 한다는 점이 이번 연극의 특별한 점이다.


이진호 기자 / 맹수연 대학생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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