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알바 15기…“스페인 이주민들 돕고 문화교류 다녀왔어요”

▲천국의 알바 15기 참가자들, 왼쪽부터 이석민, 오세림, 박다원, 조동범 씨.


알바천국이 주최하는 특별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천국의 알바’ 15기 참가자들이 스페인을 다녀왔다. 4명의 참가자는 지난 1월 21일부터 2월 4일까지 2주간 스페인의 휴양지인 발렌시아에서 현지 이주민을 위한 컴퓨터·다문화 이해 교육 등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의 짜릿한 천국의 알바 후기를 전한다.


“새로운 문화, 사람과의 만남에서 세상을 배우다


천국의 알바 15기…“스페인 이주민들 돕고 문화교류 다녀왔어요”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천국의 알바에 합격한 이유는 솔직함이다. 1차 지원서부터 3차인 면접까지 ‘솔직함’을 앞세워 도전했고 그 부분이 합격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까진 합격을 위해 스펙을 최대한 부풀리며 ‘있어 보이는’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에만 집중했었지만, 이번엔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3주간 스페인에서 머물면서 좋았던 기억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던 단체 Jarit의 담당자 Papa씨와 친해져서 저녁에 초대되었던 일이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세네갈에서 오래전 발렌시아로 이주한 Papa씨와 발렌시아 토박이인 그의 아내 그리고 나까지 세 문화권이 공존하는 자리였기에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배우고 교류할 수 있었다. 덤으로 서로 다른 세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더욱 흡족했던 저녁 식사였다.


또한, 우연한 기회로 독일에서 온 Robin이라는 친구와 친해졌는데, Robin이 비야레알 축구구단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덕분에 비야레알 홈 경기를 Private Box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첫 축구 직접 관람이었는데, 프리메라리가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화창한 날씨, 음식이 제공되는 전용석, 그리고 ‘2:0’의 점수 등 완벽한 조건 덕분에 정말 기억에 남는 축구 경기 관람이 됐다.


이외에도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본떠 디자인된 놀이터에서 다 같이 노래를 부른 기억, 발렌시아루사파 지역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영어 수업에 참관했던 기억, 기차역에서 기타를 치며 공연했던 기억, 선술집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또래 여행자들과 문화 교류를 하며 친해진 기억,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을 들른 기억, 마드리드의 멋진 노을을 감상한 기억, 바르셀로나의 탁 트인 해변을 구경한 기억, 플라멩코를 관람하고 가우디 건축물을 구경하고 샹그리아와 빠에야를 즐겼던 기억 등, 스페인에서의 모든 일상이 추억으로 남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게 된다. 이번에 천국의 알바를 통해 알게 된 우리 15기 구성원들이 나에게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3주간 함께 생활하며 서로 챙겨주고 가까워진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숙해질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면서 비슷한 점에는 공감하고, 다른 점은 수용할 수 있었다. 비록 쉽게 만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 외국인 친구들도 여럿 생겼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추억을 쌓은 것은 물론이고, 천국의 알바를 통해서 언어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영어 구사능력이 제각각인 다양한 외국인들과 대화하면서 소통능력 자체가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늘 배우고 싶던 스페인어에 입문하고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


이석민(서강대 정치외교학 22)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던 3주간의 시간


천국의 알바 15기…“스페인 이주민들 돕고 문화교류 다녀왔어요”


천국의 알바 합격 전화를 받고 시내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며 기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녀온 후기를 쓰고 있다니 시간 참 빠르다. 사실, 첫 천국의 알바 모집 공고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15기의 주인공은 나다’라고 생각했다. 이런 다짐을 이루기 위해서 1차 자기소개서에서부터 2차 3차 시험까지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


2차 임무는 웹 디자이너를 하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여러 날 간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고, 3차 때는 역대 알바천국 합격자들의 후기와 블로그를 샅샅이 뒤져가며 합격요인과 면접 때 나올 것 같은 예상 질문을 분석하고, 스스로 ‘내가 면접관이라면 어떤 사람을 뽑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스페인으로 가는 천국의 알바가 스페인어 전공자인 내게 큰 기회임을 알았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결국, 이런 점이 천국의 알바 15기에 선발된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우리는 발렌시아에서 2주를 보낸 뒤, 나머지 1주는 스페인 자유여행을 하며 보냈다. 스페인에서 좋은 추억이 참 많이 생겼고, 그중에서도 봉사 기간 중 센터장이었던 Papa씨로부터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네갈 출신인 Papa씨, 한국인 피아니스트 이루마 씨를 좋아하시던 Papa씨의 아내 이사벨 씨, 그리고 우리까지. 살아온 환경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함께 포도주를 마시고 선물을 나누는 동안 그 어떤 장벽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서로 장난도 치고 ‘내일 또 와라, 술 더 마시고 가라’는 정 넘치는 말도 주고받아 오랜 친구와 함께하는 것처럼 정말 즐거웠다.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스페인에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변화했다. 당장은 천국의 알바 이후의 제 모습이 이전의 내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번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고 큰 배움을 줬다.


조동범(계명대 스페인어 중남미학 24)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다”


천국의 알바 15기…“스페인 이주민들 돕고 문화교류 다녀왔어요”


천국의 알바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가 입시 스트레스가 한창이던 고3 중순이라 그랬는지 내게는 더욱 간절하게 느껴졌다. 천국의 알바를 통해 스펙을 쌓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타지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던 선배들의 모습이 멋있어서 지원하게 됐다.


면접 전형에서도 ‘면접을 본다’는 생각 대신 ‘면접을 즐기겠다’는 다짐으로 임했기에 합격할 수 있었다. 사실 대학생 선배들과 면접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주눅이 들었었지만, 이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에라 모르겠다, 그냥 즐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 같다.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없었기에 오히려 내 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고, 이 점이 바로 합격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발렌시아 하릿트에서 천국의 알바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중에서도 공원으로 소풍을 가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타국에서 그곳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게 내게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입시로 정신없었던 한국에서와 달리, 스페인의 한 공원에서 자유롭게 여가를 보내는 내 모습이 새로웠고 괜히 찡하기도 했다.


천국의 알바를 통해 20대의 첫 시작, 사회로 나가는 첫 포문을 다른 친구들보다 더 멋있게 열 수 있게 되어 뿌듯했다.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인종, 인성, 개체가 존재함을 느꼈고,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도 배웠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음에도 결과 중심적인 사고를 했기에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배우지 못했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런 점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게 됐다.


천국의 알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줬고,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해주고 나의 ‘comfort zone’을 넓혀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박다원(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 20)


“나 보다는 우리라는 것을 배운 시간”


천국의 알바 15기…“스페인 이주민들 돕고 문화교류 다녀왔어요”


천국의 알바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센터에서 우리를 담당하고 챙겨주셨던 파파씨와의 저녁, 함께 타파스를 챙겨 떠났던 피크닉, 초등학교 방문행사 등. 하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축구경기직관과 문화교류 축제, 그리고 아쿠아리움 방문이었다.


문화교류 축제에서는 수많은 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부스들을 구경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주민을 돕는 저희의 활동을 스페인 현지인들에게 알릴 좋은 기회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이자 발렌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아쿠아리움 방문 역시 즐거운 추억이었다.


천국의 알바를 통해서 배운 점이 참 많다. 처음엔 좋은 경험을 쌓고 해외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부분에 매력을 느껴 천국의 알바에 지원했었는데, 3주간의 활동을 끝내고 나니, ‘나’보다는 ‘우리’로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았음을 느꼈다.


천국의 알바 활동을 떠나기 전에 이전 기수 선배들을 만날 시간이 있었다. 그 행사에서 포춘 쿠키를 뽑았는데, 그때 나왔던 문구가 ‘서로를 향해서 양보와 배려가 있어 준다면 달아나던 복도 되돌아와서 우리에게 안길 것입니다. 그것은 잘 알려진 진리임에도 많은 사람이 잊어버리고 삽니다’였다. 사실 처음엔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천국의 알바 활동을 끝내고 난 뒤에야 그 뜻을 헤아릴 수 있게 됐다.


나는 배려와 양보를 최우선시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3주간 서로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조원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처럼 천국의 알바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게 해줬다.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오세림(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 22)


정리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