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면 전화번호 바꿔 애 먹었죠...취업률 조사, 요즘은 건강보험 데이터 활용”

▲국내 대학 취업률 조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교육개발원 이기준 교육통계연구센터 취업통계팀장. 사진=김기남 기자


취업률 조사 담당하는 한국교육개발원 이기준 팀장

지난해 취업률 상승했지만 창업 열풍탓

정부 대학재정 취업률에 좌우돼 부풀리기도

연 인원 6000명 투입해 조사 정확도 높여

취업 형태, 연봉 등 조사 영역 확대 계획


대학의 직원, 교수, 학생 모두가 관심을 두는 통계가 있다. 바로 ‘취업률’이다. 국내 대학 취업률 조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이뤄진다. 조사 목적은 졸업자의 취업현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함이다. 취업률 집계는 2004년부터 이뤄졌으며, 대학은 이를 활용해 교육 정책을 수립한다. 한국교육개발원 내 대학 취업률 조사 담당 기관인 교육통계연구센터 이기준 취업통계팀장을 만났다.


올해 발표한 취업률 조사 특징은.

전체 취업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그렇다고 단순 취업자가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취업 형태를 보면 기업에 취업한 비율은 낮아졌지만, 1인 창업자와 프리랜서 비율이 늘었다. 창업 열풍과 맞물려 직장에 들어간 사람은 줄고,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취업률 조사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조사대상은 4년제 일반대학, 2년제 전문대학뿐 아니라 교육대학, 산업대학, 기능대학, 일반대학원까지 포괄한다. 대상자는 2015년 2월 졸업자다. 대학만 전국 565개로, 한해 약 50여만 명에 달하는 졸업생을 조사한다. 대학 및 전공분야별로 조사하는 만큼 규모가 크다. 각 대학에서 취업률 조사에 투입되는 인원만 연 6000여명이다.

조사 초기에는 일대일 전화 조사를 통해 취업률을 분석했다. 그러다 지난 2010년부터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 활용 방식으로 바뀌었다. 직장인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건강보험을 근거로 취업률을 조사하고 있다.


취업률로 인정하는 기준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외에도 대학 취업자, 해외 취업자, 농림어업종사자, 개인 창작 활동 종사자, 1인 창업자, 프리랜서도 취업자로 인정한다. 대학원 진학자도 포함된다. 입대자, 6개월 이상 장기 입원자, 항공 등의 전문교육기관 교육대상자는 취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외자는 해당 대학이 관련 증명서를 제출해야 인정된다.


조사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과거에는 직접 취업 여부를 파악했기 때문에 전화번호 DB가 중요했다. 특히 학생들이 취업하면 전화번호를 바꾸는 경우가 잦아 조사관들이 애를 먹었다. 연락이 안 되면 담당자가 집 을 찾아가는 때도 있었다. 그래서 대학들이 주기적으로 졸업자 전화번호를 업데이트했다. 건강보험 DB를 활용하면서 그런 고충이 줄었다.


“취업하면 전화번호 바꿔 애 먹었죠...취업률 조사, 요즘은 건강보험 데이터 활용”


취업률 조사가 연 2회에서 1회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취업률 조사를 6월 1일과 12월 31일 연 2회 실시했다. 2015년부터는 12월 31일 기준으로 한번만 취업률을 조사한다. 졸업자의 현실적인 취업준비 기간을 고려해서다. 한 취업포털 설문에서 졸업부터 취업까지 평균 ‘10개월’이 소요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2월 졸업생이 6월까지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 다른 이유는 창업자의 소득이다. 현재 창업자가 취업으로 인정받는 기준이 연 수입 600만 원 이상이다. 신규 창업자가 단기간에 기준을 채우기 쉽지 않다는 점이 반영됐다.


취업률 발표 후 대학의 반응은.

대학들이 취업률에 민감하다. 링크(LINC), 에이스(ACE) 사업 등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 평가 항목에 취업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평가 항목에서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은 제외됐다. 전문대는 계열 구분 없이 전 학과 취업률을 평가에 반영한다.


예체능 전공은 취업률 평가가 어려운데.

3년 전부터 예체능 학과 취업률 평가 방식이 바뀌었다. 예체능 전공자는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드물다.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직장 건강보험 가입이 어렵다. 이를 고려해 연 1회 이상 작품 활동을 한다면 취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학 내 작품 활동도 포함된다. 졸업 작품 등 학업 연장으로 이뤄진 활동은 제외했다. 일부에서는 대학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작품전을 무분별하게 개최한다는 불만도 있다. 사회초년생이 공식적인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어 그 부분은 제한하지 않고 있다.


“취업하면 전화번호 바꿔 애 먹었죠...취업률 조사, 요즘은 건강보험 데이터 활용”


대학의 취업률 부풀리기가 문제된 적이 있다.

2009년까지만 전문대 평균 취업률이 80%가 넘었다. 당시 실태조사를 하면 기준에 맞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교내취업자로 취업률을 부풀리는 일도 있다. 졸업생을 월 20~30만 원의 낮은 급여를 지급하며 학과 조교로 취업시키는 방식이다. 지금은 최저임금 기준에 따르는 급여자만 취업자로 인정하고 있다.

건강보험 DB 기반 조사 후에는 대학의 취업률 부풀리기가 줄었다. 자료를 기반으로 해 허수 취업률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취업률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한해 약 7000여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직접 취업 여부를 확인한다.


앞으로의 취업률 조사는.

지금의 조사는 취업자가 어떤 직업을 택했는지, 취업 형태가 정규직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등 세부적인 데이터가 없다. 그러다 보니 활용 범위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취업률 데이터가 학생들의 구체적인 진로 설정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조사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