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취업률 1위’?...항공사 승무원 학원의 이면

사진=한국경제DB



“항공사들이 우리 학원 출신을 가장 선호해요. 80% 이상은 합격한다고 보면 됩니다.”

“취업률을 어떻게 집계해요…. 그런 거 기록하는 학원은 아마 없을 걸요.”


승무원 지망생으로 소개했을 때와 기자 신분을 밝혔을 때, 한 승무원 학원의 답변은 전혀 달랐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학원들은 ‘업계 최초’ ‘업계 1위’ 등의 홍보문구를 사용했지만 정작 취업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한해 채용 인원은 평균 1000명 안팎이다. 연 3회 정기 공채를 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에 최근 노선을 확대 중인 저가항공사(LCC)의 수시 채용까지 더해져 갈수록 채용 인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발 맞춰 승무원 양성 학원도 성업중이다. 하지만 이들 학원의 정확한 취업률이나 강사진의 역량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될 때까지… 승무원 학원 ‘합격보장반’ 170만원대


현재 국내 승무원 지망생은 1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객실승무원 공채에는 매번 1만 명 이상이 지원한다. 저가항공사도 평균 9000명안팎의 지원자가 몰린다. 이달 초 승무원 공채 서류접수를 마감한 이스타항공은 9208명이 지원해 3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항공사의 인력 수요 증가로 승무원학원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승무원 양성기관은 크게 대학 항공운항 관련 학과와 승무원 학원이 있다. 승무원 직종은 지원시 전공제한이 없기 때문에 사설 학원의 입지는 대학만큼 탄탄하다. 게다가 국외항공사는 채용 자체를 승무원 학원에 위탁하기도 한다. 승무원학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저마다 ‘취업률 1위’?...항공사 승무원 학원의 이면

국내 승무원 학원은 서울 강남에 특히 집중돼 있지만 홍대 인근에도 세 곳의 대형학원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이도희 기자



현재 국내 승무원 학원 시장은 5개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중소 학원까지 포함하면 학원수가 15개로 늘어난다. 또한 이들 학원의 지역 분점 등을 더하면 그 수는 두 배까지 늘어난다. 블로그나 지인 소개를 통한 개인과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업계는 합격이 될 때까지 책임지는 이른바 ‘합격보장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류 준비부터 임원 면접까지의 전 과정을 지도한다. 기업이 서류전형에서 요구하는 스펙 쌓기,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을 강의한다. 실무 면접을 위해 이미지 메이킹과 말하기 방법도 가르친다. 수강료는 150만~170만원이다.


공식 취업률 요구에는 “절대 불가”


이들 학원의 실제 취업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부 학원에서 승무원 지망생으로 소개하고 상담을 받아봤다. 수강생의 평균 취업률을 물으니 “대부분이 취업한다” “80%는 합격이 가능하다”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우리 학원의 수강생이 가장 많은데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다른 학원에 다니다가 옮기는 수강생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임을 밝히고 4곳의 대형 학원에 다시 묻자 모두 취업률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담당자에게 문의해보겠다”고 한 뒤 연락을 하지 않거나 아예 “취업률을 조사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A학원 : 취업률 집계요? 당연히 안 하죠. 지금 집계 하려고 해도 선생님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려요.(얼마나 걸릴까요?) 엄청 오래요.

B학원 : 그런 건…. 한 번 담당 선생님께 물어보고 알려드릴게요.

C학원 : 아마 안 될 텐데…. 담당 선생님께 물어보고 알려드릴게요.

D학원 : 취업률 집계는 불가능해요. 기준도 제각각이고 취업결과를 일일이 기록해놓지 않거든요.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속인 일부 승무원 학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업계 최다 1위 합격률’ ‘인천공항 항공지상직 100% 취업보장’ ‘대한항공 남자 승무원 합격률 1위’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채용 위탁 외항사 수를 부풀려 광고한 곳도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업자는 누적으로, 취업률은 유리한 특정시기를 지정해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원끼리도 취업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재 후 업계의 취업률 과장 홍보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일대일 상담에서는 여전히 취업률을 홍보하고 있다.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지상직 취업률을 내세우는 곳도 있다. 심지어 사설 설문업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내걸기도 하지만 조사 대상 기간이 특정 몇 달치 결과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대한항공은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는 승무원 학원을 고발했다. 대한항공 인사담당자는 “승무원학원 등에서 속성으로 만들어져 인위적이고 정형화된 태도와 이미지를 갖춘 지원자들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