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펼쳐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의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이 인간의 경쟁상대가 됐다는 놀라움도 잠시, 이제는 인공지능의 바둑 실력이 인간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인공지능·로봇 기술은 여러분야에서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 됐다. 인공지능 기술의 대명사인 IBM 왓슨은 미국 최대 세무 컨설팅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올해 초부터 국내 의료현장에 도입돼 암 치료에도 활용된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빠른 발전은 인간의 미래 일자리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말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이재흥)은 2025년경에 국내 취업자 10명 중 6명이 인공지능·로봇에 일자리를 내주게 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고용정보원의 박가열 연구위원을 만나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큼 다가온 로봇·인공지능 시대...취업자 10명 중 6명 일자리 뺏긴다”



연구 결과의 핵심은 뭔가.


2025년이 되면 인공지능·로봇이 현재 사람이 하는 업무를 상당 부분 대신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국내 인공지능·로봇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현재 사람의 업무가 어느 수준까지 대체될지 7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했더니 2016년에는 2.76점, 2020년 3.57점, 2025년은 4.29점이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대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또 직업이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될 비율이 70% 이상인 직업을 ‘고위험 직업군’으로 분류했는데, 2025년 청소원과 주방 보조원 등 단순 노무 종사자의 대체 비율이 90.1%이고, 매표원과 복권 판매원, 낙농업 종사자, 주차 관리원, 건설·광업 종사자, 청원경찰, 주유원, 세탁원 등도 대체 비율이 90% 이상이었다.


특히 2025년에는 국민의 61.3%가 이 같은 고위험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 국내 취업자 10명 중 6명이 인공지능·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기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큼 다가온 로봇·인공지능 시대...취업자 10명 중 6명 일자리 뺏긴다”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은 어떤 것인가.


대체될 위기에 처한 직업들은 단순 과업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판에 박힌 듯(Routine) 명백한 규칙을 따르며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한다. ‘엔지니어’와 ‘테크니션’으로 구분하는 기술자에 비유하자면, 업무를 스스로 설계하고 구상하는 능력을 갖춘 중·상급 기술자인 엔지니어는 인공지능·로봇이 대체할 수 없지만, 엔지니어가 구상한 업무를 단순히 적용하고 실행하는 데 그치는 테크니션은 대체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다른 사람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거나 기초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들려주며 협상하고 설득하는 세일즈맨이나, 다른 사람에 공감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간호사의 업무는 대체가 어렵다.


아직까지는 인공지능·로봇 기술이 인간처럼 신경·근육·관절을 활용한 세밀한 작업을 하는 데까지 미치지 못 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전문적인 일도 할 수 없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예술 관련 직업인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사진사, 작가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관리직과 전문직의 대체 가능성이 매우 낮게 나왔는데, 이 역시 변화하는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하거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은 인공지능·로봇이 대신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IBM의 왓슨, 블랙스톤의 디스커버리 등이 인간의 일은 대신하고 있는데.


현재 의료 분야와 법률 분야, 금융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로봇의 기술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집하고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를 실제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 하고, 이를 통해 상호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성큼 다가온 로봇·인공지능 시대...취업자 10명 중 6명 일자리 뺏긴다”



인공지능·로봇기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향후 유망 직업은.


인공지능·로봇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매우 다양한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프로그램 구현 기술을 개발하는 인공지능·로봇 전문가는 이미 미래 유망 직종으로 꼽힌다.


이를 바이오 분야에 접목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침습형 센서를 인체에 심고, 생체 정보를 수집·데이터화·가공·분석해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일을 하는 생명정보 분석가도 전망이 밝다. 또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료 동향을 파악하는 의료정보 분석사,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몸 상태에 따른 맞춤 의약품과 음식을 제공하는 닥터 셰프 등의 직업도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가상현실(VR)은 향후 10년 내 관련 인력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도 분야다. 가상현실 서비스를 위한 기초 데이터 구축부터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한 직업이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에 따라 관련 직업도 유망 직종으로 꼽힌다.


개인적으로는 기술 발전에 따라 여러 직업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정보들이 호환되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할 직업이 반드시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단순히 내 일자리가 위협받고 사라진다는 막연한 불안감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을 활용하고 발전시킬 전략을 구상해 기술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 현재 가진 직업 능력을 보다 전문화·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직종을 분석해 종합적인 고용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직업 능력을 높이는 직업 훈련을 받고 기본 생활을 유지하며 전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도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취준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개발한 것도 인간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 발달의 속도 역시 매우 빨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 즉 우리 자신이다. 우리 스스로가 미래 일자리 시장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미래에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역량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와 준비를 해야한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