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가 주말 ‘To Do List’가 되어버린 흉흉한 시국이다. 요즘만큼 시위가 트렌드였던 적이 있었나 싶지만, 알고 보면 역사 속에는 별별 시위가 다 있었다는 사실. 뽀뽀뽀 애청자들의 귀여운 시위부터 게임 속 캐릭터들의 시위까지. 재미있고 이색적인 시위를 모았다.




‘뽀뽀뽀’ 폐지 반대? 리니지 게임 속 시위? ...역사 속 이색 시위들



왜 매일 안하지요? 뽀뽀뽀 축소 개편 반대 위해 꼬꼬마 시청자들 뭉쳤다

1993년 4월 17일, MBC 여의도 사옥 앞에 어린이와 학부모 1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이 외친 것은 ‘뽀뽀뽀를 돌려 달라’는 것. 뽀뽀뽀는 1981년부터 지난 2013년까지 32년 동안 방송한 유아 전문 프로그램. 당시 유아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방송사 앞에서 프로그램 개편으로 ‘뽀뽀뽀’가 토요일에만 편성된 것에 항의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한 어린이는 “뽀뽀뽀를 토요일에만 한 대요. 왜 매일 안 하지요”라며 진지하게 자기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손에 형형색색의 풍선과 피켓을 들고, 뽀뽀뽀의 주제곡을 부르는 등 평화 시위를 진행했다. 방송국은 시위 이후, 뽀뽀뽀 축소 개편 결정을 철회했다.



‘뽀뽀뽀’ 폐지 반대? 리니지 게임 속 시위? ...역사 속 이색 시위들


동상을 만들어 달라! 루스벨트 기념관에 휠체어 동상이 있는 이유

1997년 4월, 미국의 장애인 단체(휠체어에 앉은 F.D.R 운동)가 휠체어에 앉은 루스벨트 동상을 루스벨트 기념관에 적어도 하나 이상 만들라며 시위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39세 때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돼 수십 년을 휠체어에서 보냈다.


루스벨트 기념관의 개관을 앞두고 불거진 논쟁에서, 기념관측은 루스벨트 본인이 원치 않았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찬반으로 갈린 논쟁이 지속되다가 2001년 드디어 장애인 단체의 입장이 받아들여졌다. 워싱턴 DC에 있는 루스벨트 기념관에 가면, 휠체어에 앉은 루스벨트 동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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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도 시위를 한다? 리니지 ‘마법사’ 캐릭터에 뿔난 유저들

1999년 10월 29일, 유명 온라인 게임 ‘리니지’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이색 시위를 벌였다. 지난 패치 때 등장한 캐릭터 ‘마법사’가 발단이 된 것. ‘마법사’가 기존 캐릭터를 압도하며 자신들의 아이템을 빼앗아가자 유저들이 분노 한 것이다.


일부 과격한 시위자들이 온라인 상점 출입을 막으며 한 때 게임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으나, 곧 시위대는 온라인 상점 앞에서 대열을 지어 평화롭게 농성을 했다.


서버 운영자는 몬스터를 풀어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으나, 시위대가 힘을 합쳐 몬스터를 잡으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마법사’의 능력치는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Close up of beautiful red female lips
Close up of beautiful red female lips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웃을거야! 케세이퍼시픽항공 ‘안 웃기 운동’

1999년 1월, 홍콩 케세이퍼시픽항공(ACP)의 승무원들이 승객에 웃지 않겠다고 나섰다. 노조는 “회사 측이 경영난을 빌미로 임금인상폭에 비해 근무시간을 크게 늘렸다”며 “비행 중 처음 한 시간 동안 심각한 표정을 지어 불친절한 인상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근로계약에 승무원이 웃을 의무는 없다”며 이것이 준법투쟁임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경쟁사들이 앞다퉈 친절운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승무원들의 이러한 행동은 매우 난처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케세이퍼시픽항공 노조의 ‘안 웃기 운동’은 지금까지도 한 번씩 이어지고 있는 나름의 전통적(?) 시위가 됐다. 지난 2012년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동안에도 노조는 ‘안 웃기 운동’을 한차례 더 진행한 바 있다.


글 조근완(국민대 3) 대학생 기자 ktm12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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