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백지네”…구직자 74.1%, ‘갑질 면접 여전’


면접장 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기업들의 갑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 구직자의 74.1%는 ‘면접관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 설문조사 결과(63.6%)보다 6.4%p 증가한 수치다.


설문은 지난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약 11일간 올 하반기 면접 경험이 있는 인크루트 회원 5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면접관 갑질 중소기업이 32%


면접관 갑질은 특히 중소기업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었다. 갑질이라고 느낀 면접 평가를 어디에서 치렀는지 묻는 말에, 응답자의 32.3%가 ‘중소기업’을 꼽았기 때문이다. 이어 중견기업이 24.4%, 대기업이 19.6%로 지목됐다. 국가기관 및 공기업과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서 갑질 면접을 경험한 응답자도 각각 6.5%, 6.4%에 달했다.


응답자의 17.6%는 면접관이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가득한 질문을 했다’는 내용을 주된 갑질 사례로 꼽았다. 인맥조사, 집안환경, 경제 상황 등 ‘도를 넘는 사적인 질문(14.6%)’도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어 ‘무관심, 무성의한 태도, 비웃음 등 나의 답변을 무시’했다는 유형도 12.8%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구직자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겼던 질문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사진은 예쁘게 나왔는데 실물보다 사진이 예쁘네요?” 같은 외모차별성 발언은 예사였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에게 “맘에 안 들면 로또를 사라” 윽박지른다거나 “애 언제 낳을 건가요? 3년 동안 애 안 낳을 각오 있으면 알려 주세요” “방금 하신 답변은 100점 만점에 15점밖에 못 드리겠네요, 학벌과 비교하면 말하는 수준이 콩나물 파는 아줌마 같아요” 같은 질문을 했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모욕적인 표현도 있었다. “지금까지 잘 안됐던 건 XX 씨가 흙 수저 였기 때문인 것 아닌가요?” “저분은 경험이 없어요, 머리가 텅텅 비었네, 아무것도 몰라요. 백진데 무슨.” 심지어,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반말로 “OO가 뭐야? 어? 뭐냐고? 그것도 몰라? 이력서에 대충 거짓말한 거 아니야?”라며 몰아붙여 모욕감을 준 예도 있었다.


구직자 '떨어질까' 불쾌감 표현 못해


이러한 수모에 구직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응답자의 절반가량(48.8%)이 ‘혹시라도 떨어질까 불쾌한 마음을 숨기고 면접에 응했다’고 답했다. ‘대답하지 않고 말을 얼버무렸다(13.9%)’는 답변이 그다음이었다. 적극적으로 ‘불쾌함을 직접 표했다(9.0%)’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되물었다(8.6%)’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번 설문결과에 대해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기업의 변화 없이 구직자들에게 직무역량을 갖추라고만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좋은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는 기업 역시 적절한 인재선발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기업 인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