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관계자, 미래대학 반발한 재학생에 "미친X들아" 욕설 파문

▲11월 10일 인촌기념관 정문을 점거한 고려대 학생들


11월 10일 오후 5시. 수백 명의 학생들이 고려대 인촌기념관을 기습 점거했다. 이날 인촌기념관에서는 미래대학 설립에 대한 1차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고려대 미래대학은 ‘무계열 융합교육’을 목표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 고려대 염재호 총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위 사업은 미래대학 단과대 신설을 위한 기존 단과대들의 정원축소와 자유전공학부 폐지 등의 방안들을 포함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를 포함한 여러 단과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교내 구성원들과의 소통 없이 사안을 결정한 염 총장에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학교의 주인은 총장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갈등의 조짐이 보이자 미래대학 추진위는 학내 소통을 위해 11월 8일 설명회와 10일과 15일 토론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10일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인촌기념관은 학생들이 출입구를 점거하고 있어 출입이 불가능했다. 항의 행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8일 설명회는 소통이 아닌 통보의 자리에 불과했다”며 불통행정으로 임하고 있는 점에서 “현재 고려대의 상황은 이대, 서울대 사태와 여전히 닮아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날 “학교의 주인은 총장이 아니다”는 구호를 거듭 제창했다.


고려대 관계자, 미래대학 반발한 재학생에 "미친X들아" 욕설 파문

▲점거 현장에 함께한 고려대 법과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진


법과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들도 당일 학생들의 항의 행동에 동참했다. 대학원장은 학생들 앞에서 “자유전공을 지켜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학교를 위해 함께 더 큰 계획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학생들의 행동이 소수 집단이 아닌 학교 전체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건물 정문에서 진행된 항의행동은 다른 학우와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원과 작은 메가폰만으로 진행되었다.


토론회를 위해 인촌기념관을 찾은 박만섭 교무처장은 항의행동을 진행하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라며 “토론회를 원치 않으니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또 자유전공학부 폐지에 대한 학생의 질문에 “이번 추진 안은 최종 결정안이 아닌 추진위에서 낸 하나의 안 일뿐이다. 자유전공학부는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박 처장은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 처장은 발언을 마치며 토론회 무산을 선언했다. 토론회에 학생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박 처장에게 “학생들에게 토론회에서 진행하려 했던 자료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무처장은 “말로, 대화로 진행할 것이어서 준비된 텍스트는 없었다”고 대답해 다시 학생들의 불신을 샀다.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중에 등장한 학교 관계자의 발언은 현장에 모인 교내외 관계자들을 모두 실망케 했다. 학생들의 해산을 독촉하며 “인촌기념관 안에서 입시관련 업무가 진행 중이니 방해하지 않도록 하자”는 교무처장의 말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입시도 중요하지만 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는 발언을 했다.


교무처장은 이에 미안하다며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뒤에 서서 이를 지켜보던 한 학교 관계자가 학생들에게 “(입시를 통해)뽑았으니까 들어왔지(입시가 중요한 업무라는 뜻), 말 가려해라, 미친X들아!”라며 학생들을 대뜸 꾸짖었다. 총학생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위해 모인자리에서 당황스러운 행동이었다"며 "학생들은 과 존폐가 달린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참관을 왔던 한 학생은 “젊잖게 학생들과 대화하고자 하는 교무처장의 모습에 기대를 가질 뻔 했는데 역시 학교는 학생들의 편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미친X으로 보이는데 무슨 대화를 하려 하겠냐”며 ‘암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5일로 예정되어있던 미래대학 토론회에 대해서는 아직 공지가 없는 상태다.


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