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후진학 제도 ‘재직자특별전형’, ‘ 계약학과’ 지원자 갈수록 하락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공부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 바로 ‘선취업 후진학’제도다. 교육부와 각 정부부처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력과 능력개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후진학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제도는 ‘재직자특별전형’이다. 재직자특별전형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후 3년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을 가진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이 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이버대학과 산업체 요구로 개설된 사내대학, 계약학과 그리고 학점은행제가 운영되고 있다.


대학 원하는 특성화고 졸업생들

그렇다면 왜 고졸 출신 학생들은 취업을 하고도 진학을 하려고 할까.

지난 3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고졸 재직자 1,1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 진학 등 교육에 계속 참여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56.0%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재직자의 78.0%가 계속 교육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중견기업(61.2%), 소기업(51.1%)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을 계속 받고 싶은 이유로는 ‘현재 담당하는 직무와 상관없이 자기계발을 위해’라는 답변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재 담당하는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27.0%), ‘학위 취득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어서’(24.9%) 등을 꼽았다.

설문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일찍 취업한 고졸자들이 느끼는 대학의 갈증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직자특별전형’, ‘계약학과’ 학생 절반도 못 채워


[1618 특성화고마인드맵③] 대표 후진학 제도 ‘재직자특별전형’, ‘ 계약학과’ 지원자 갈수록 하락


반면, 고졸 취업자들의 후진학에 대한 목마름에도 대표 후진학제도인 ‘재직자특별전형’과 ‘계약학과’의 인기는 하락세다.

지난달 17일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발표한 ‘2016년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특별전형과 계약학과 전형의 신입생 모집 결과’에서 재직자특별전형과 계약학과전형 등록률이 각각 40.9%, 59.6%에 불과했다.

지난해 ‘재직자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은 71곳(38.2%)으로 모집인원이 4,741명이었으나 입학자는 1,941명으로 모집 인원의 40.9%만 충원했다. 학생 한 명도 모집하지 못한 대학이 17곳(23.9%)이었으며, 절반도 못 채운 대학이 48곳(67.6%)이었다.

산업체 수요를 기반으로 전문 산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된 ‘계약학과’는 지난해 47개교에서 3,241명을 모집했으나 1,932명만 입학해 간신히 절반을 넘겼다. 입학자 비율은 59.6%에 불과했다. 학생을 전혀 모집하지 못한 2곳을 포함해 모집인원의 절반도 못 채운 대학이 13곳(27.7%)에 달했다.

이처럼 기존 ‘선취업 후진학’ 전형들이 모집인원 조차 채우지 못하는데도 교육부가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학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평생교육단과대학은 201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9개 대학 중 7개 대학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한 바가 있다.



[1618 특성화고마인드맵③] 대표 후진학 제도 ‘재직자특별전형’, ‘ 계약학과’ 지원자 갈수록 하락



지난해 등록 인원이 전무한 대학들 중 일부 대학들은 올해 수시모집에서도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가천대는 재직자특별전형 모집인원 30명 중 37명(경쟁률 1.23:1)이 지원해 미달사태를 간신히 모면했다. 배재대는 모집인원 20명 중 지원인원 1명(경쟁률 0.05:1)에 불과했고, 호서대는 총 모집인원 50명 중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배재대 입학팀 관계자는 “모집인원 규모가 적어 해당 전형만 홍보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며 “정원 외 선발이라 학교가 손해를 입는건 없다”고 말했다. 호서대 입학팀 관계자는 “홍보에 비해 지원자가 없는게 안타깝다”며 “앞으로 인원을 축소하거나 재직자특별전형을 폐지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고 답했다. 한편 가톨릭대학교는 지난해 지원자가 없어 올해 재직자특별전형을 폐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직자특별전형을 운영하려는 대학은 일반적으로 지역사회나 산업체의 현장 수요가 있어야 한다. 산업체 현장 수요조사, 재직자특별전형 관련 콘텐츠나 프로그램 개발, 장학금 지원제도 등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대학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경우 대학별 신청을 받아 별도의 평가를 거친 후 대학을 선정한다. 재직자특별전형이 포함된 평생학습중심대학사업과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은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은 성과평가를 해서 실적이 미흡하면 2차 감면을 한다. 고등교육 재정지원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선취업 후진학 재정지원시스템으로 중앙대, 국민대 등이 6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재직자특별전형을 마련하고도 학생을 한 명도 채우지 못한 대학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재직자특별전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정원의 5.5%, 최대 11%까지 정원 외로 모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학교 측에선 정원 외 모집이라 입학자가 없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며 “모집인원을 줄이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해야해 부담도 크다"고 전했다.



[1618 특성화고마인드맵③] 대표 후진학 제도 ‘재직자특별전형’, ‘ 계약학과’ 지원자 갈수록 하락



재직 여부 제대로 확인 하지 않아 편법 쓰는 학생들

기존 후진학제도 중 하나인 ‘재직자특별전형’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대학별 제대로 된 학칙이 정해져있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중앙대학교 지식경영학부 재학생 김모씨는 “각 대학마다 재직증명서 확인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편법을 쓰는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국대 재직자특별전형에 지원한 A씨는 재직증명서를 제출하고 재직자 신분을 확인 받은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후 A씨가 알아본 정보로는 입학 시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졸업할 때까지 재직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 합격 후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입학 후 3월 초 재직증명서 제출을 다시금 요구했고 A씨는 재직자 요건에 충족치 않아 입학이 취소됐다.

고등교육법상 재직자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졸업일까지 재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후진학을 선택한 재직자가 학업에만 전념하는 건 선취업 후진학의 취지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재직자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대학 중 16개 대학 입학처에 문의한 결과 학기 초를 제외하고 재학기간 내 학생들의 재직증명서를 확인하는 곳은 단 3곳 뿐이었다.

대표적으로 중앙대, 고려대, 명지대는 매 학기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하며 미제출이나 퇴직이 확인된 경우 제적처리가 된다.

반면 건국대, 국민대, 한양대, 강원대, 호서대 입학처는 입학 후 정기적으로 재직증명서를 제출할 의무는 없지만 퇴사 시 취지를 조사하거나 학과에서 증명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경희대, 한밭대, 전북대, 계명대 입학처는 입학요건으로 재직 상태만 입증되면 입학 후 퇴사를 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밖에 부경대, 대구대는 입학 후 변동사항이나 명확한 재직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동아대와 공주대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재직 확인여부를 조사한 16개 대학 중 13곳이 입학 후 학생들의 재직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대교협, 교육부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그렇다면 대부분의 대학에는 왜 입학 후 명확한 재직요건의 기준이 갖춰져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입학 후 재직상태는 대학이 학칙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해서 대교협이 강제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학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학생의 상황을 고려하고 대학의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관리해야한다"며 "학생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직하거나 이직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강제적으로 재직 요건을 명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재직자특별전형의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어 일부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대학교 기업경영학부 재학생 김모씨는 “중요한건 모든 학생에게 학칙이나 출석 규정은 동등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건 정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숭실대학교 금융경제학과 학생 류모씨는 “물론 졸업할 때까지 재직자 상태여야 하지만, 학생 개인 사정이 있다면 교수님과 충분히 면담을 나누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류씨는 자신의 학과에 대해 “학생들이 출장이나 사정으로 인해 수업 참석이 어려우면 교수님께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과제제출이나 공결로 출석을 인정해준다”며 “배려를 많이 해주기 때문에 일하면서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학교마다 입학 후 재직요건에 대한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매 학기 재직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대학의 직장인 재학생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대 지식경영학부 관계자는 “재직자특별전형을 유지하는 대학은 본래 재직 상태를 확인해야한다”며 “타 대학은 학생 모집이 안된다는 이유로 입학 당시에만 재직상태를 확인해 우리학교 학생들이 불만이다”고 토로했다.


글 구은영 인턴기자 eyg026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