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출근, 5시 퇴근’…유연근무제 실현하는 기업들

▲하나투어 직원들의 근무 모습. 하나투어는 ‘스마트워킹을 통한 회사와 직원 균형성장’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사진=한국경제DB


‘출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에서 몰려다니다 보면 어느새 진 이 빠진다. 조금만 더 여유로운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다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법한 상상이다. 이런 직장인의 마음을 알아주는 기업들이 있다.


8시 출근해서 5시 퇴근, 또는 10시 출근 7시 퇴근. 유연근무제가 실현되는 기업의 출퇴근 시간이다. 개인 사정에 맞게 근무 시간과 장소를 조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 채용설명회에서 호응도가 높은 복지로 꼽힌 것 중 하나도 유연근무제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가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이다. 재택근무나 시간제, 요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는 형태에 따라 시차출퇴근제, 재량근무제, 탄력근무제,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 등으로 나뉜다.


2010년 정부의 일자리 확대 사업과 맞물리며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시장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 제도를 시행했다.


‘8시 출근, 5시 퇴근’…유연근무제 실현하는 기업들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근무지도 변경


유연근무제의 기본 취지 중 하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삶을 돕는다는 것이다. 특히 ‘불필요한 야근 문제를 없애자’는 기업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그런 이유에서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은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지난 9월 한국외대에서 진행된 채용설명회에서 아모레퍼시픽 한 신입사원은 “우리 기업은 유연근무제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시행된다. 신입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신입사원 역시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꿀 수 있는 점이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라고 취업준비생에게 설명했다.


유연근무제는 시간뿐 아니라 장소까지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다. 하나투어는 ‘스마트워킹을 통한 회사와 직원 균형성장’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하나투어의 유연근무제는 재택근무, 거점근무, 시차출퇴근, 재량근무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직원 개인이 본인의 상황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사용에 제한이 없다.


재택근무는 집에서 일하는 형태로 IT 부서를 제외하고 모든 부서 직원이 신청 가능하다. 거점근무 역시 하나투어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서울 수도권 11개 거점센터로 바로 출근할 수 있다. 하나투어는 신도림, 노원, 부평, 왕십리, 선릉, 김포공항, 범계, 화정, 연신내, 수원, 구리 등 11곳에 거점센터를 운영 중이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상 자료조사, 섭외, 미팅 등의 사유로 근무지와 시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재량근무제도도 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성향이 강한 은행에서도 유연근무제는 시행된다.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유연근무제인 스마트근무제를 도입했다.


신한은행 스마트근무제는 자율출퇴근제, 재택근무, 스마트워킹센터 근무 등으로 구성됐다. 이 제도는 은행권에 근무방식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 유연근무제의 특징은 시·공간의 제약을 풀어 경직된 조직문화에 갇힌 직원들에게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줬다는 점이다. 자율 출퇴근제를 통해 영업점 직원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기획 아이디어 개발이나 상품 및 디자인 개발 등 은행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는 재택근무도 시행한다.


일부는 스마트워킹센터 근무를 통해 기존 사무실과 같은 환경의 사무 공간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다. 센터에서는 복장 제한이 없어 청바지는 물론 반바지를 입고 일할 수도 있다.


‘8시 출근, 5시 퇴근’…유연근무제 실현하는 기업들

▲지난 9월 한국외대에서 진행된 아모레퍼시픽 채용설명회 현장. 이 회사 신입사원은 유연근무제 실행이 이 기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화, 롯데 등 대기업 유연근무제 확대


유연근무제는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10일 창립기념 행사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 조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한화그룹은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운 회사는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팀장은 일주일에 2회 이상 정시(오후 5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도입해 근무시간 안에 업무를 마무리하게 했다.


롯데그룹 역시 일부에서 시행하는 ‘유연근무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창의적인 기업문화 형성과 근무 효율화, 가족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