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1904> 대자보 내걸린 고려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한 대자보를 지켜보고 있다. 2016.10.27
    kane@yna.co.kr/2016-10-27 15:00:04/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대자보 내걸린 고려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한 대자보를 지켜보고 있다. 2016.10.27 kane@yna.co.kr/2016-10-27 15:00:04/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고려대 후문에 붙어있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자보들 [출처=한경DB]


2016년 10월 31일 오후 7시. 고려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의 학생총회, 학생총투표 부의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외부단체를 끌어들였다는 것이 탄핵안 발의의 이유였다. 탄핵안은 찬성 23표, 반대 34표, 기권 9표로 부결되었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총학생회의 탄핵안이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 전학대회에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려대 학생들은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불통하는 고려대 총학생회

고려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은 기자회견을 알리는 첫 웹자보 제작에서부터 삐걱거렸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10월 26일 오후 3시경 ‘국민의 삶을 포기한 박근혜 정권 퇴진 민족고대 시국선언’이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웹자보를 게시했고, 웹자보에는 ‘백남기는 죽이고 최순실은 살렸다’는 문구가 핵심으로 실렸다. 학생들은 시국선언문에 고 백남기 씨에 대한 사안이 포함된 것과 총학생회 단일 주체가 아닌 민중연합당, 노동자연대 등의 외부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국선언에 대처하는 총학생회의 자세…소통하는 연세대, 불통하는 고려대

▲처음 게시된 웹자보(좌)와 수정된 웹자보(우)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두 시간 뒤인 5시경, 고려대 총학생회는 충분한 논의가 없었음을 사과하며 수정된 웹자보를 게시했다. 하지만 문구는 바뀌지 않고 논란이 된 문구의 크기만 줄어들었으며, 참여 단체의 이름을 해당 웹자보에서만 지웠을 뿐 총학생회는 단체들의 연명을 계속 받겠다고 공지했다. 총학생회 페이스북에는 “외부단체가 아닌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달라”, “우리의 목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은 시국선언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두렵다”는 등 학생들의 비판과 걱정이 이어졌다.


이에 총학생회는 별개의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고, 탄핵안까지 발의되고 말았다. 단합하여 시국선언이 이뤄져야 할 상황에 고려대는 내부 소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시국선언에 대처하는 총학생회의 자세…소통하는 연세대, 불통하는 고려대

▲학생들의 참여, 자유발언 강조한 연세인 공동 시국선언


소통 강조했던 연세대와 대조돼

시국선언을 둘러싼 고려대 총학생회의 문제는 연세대 총학생회의 해결방식과 대조되면서 더 부각되었다. 연세대 총학생회도 중앙운영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개최되지 못해 시국선언이 늦어져 학생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늦더라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진행하겠다”는 총학생회의 목소리에 비판은 서서히 지지로 바뀌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학생들로부터 시국선언 지지 서명을 받고 시국선언 기자회견 자리에 자유발언 시간을 마련했다. 이후 자유발언 시간이 모자랐다는 반응에 총학생회는 7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하는 자유발언대와 11일 집담회도 마련했다.


시국선언에 대처하는 총학생회의 자세…소통하는 연세대, 불통하는 고려대

▲시국선언 지지서명을 받고 있는 연세대 총학생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초기의 대응은 고려대와 연세대 총학생회 모두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총학생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연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는 지지하는 의견이 대부분인 반면 고려대는 졸업생들까지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려대 한 학생은 “연고전은 고려대가 이겼지만, 총학은 연세대가 부럽다”며 대조되는 두 총학생회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시국선언에 대처하는 총학생회의 자세…소통하는 연세대, 불통하는 고려대

▲11월 2일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게재된 시국선언문


반대 속에 발표된 시국선언문

고려대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이 부결된 다음 날인 2일 자정, ‘고려대학교 시국선언문’이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시국선언문의 내용을 본 학생들은 총학생회에 다시 한 번 분노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음에도 총학생회는 현안과 관련 없는 문제들을 시국선언문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시국선언문에는 최순실 게이트 문제 뿐만 아니라 세월호 문제와 위안부, 노동자, 고 백남기 씨의 문제까지 포함되었다.


11월 3일 고려대학교 시국선언은 수많은 주최자와 적은 수의 언론과 학생들 속에서 진행되었다.


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