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절벽시대 샌드위치라 더 서러운 초대 졸, 갈 곳은 어디?

#서울권역 전문대 이공계를 졸업한 A씨는 최근 편입을 결심했다. 졸업 후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초대졸 취준생을 채용한 곳이 극히 드문데다가 고졸수준의 연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2년만 더 공부하기로 했다. 또한 대부분의 취업 설명회도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초대졸인 A씨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연봉도 달라질 뿐 아니라 지원할 수 있는 기업도 많기 때문에 편입을 결정했다.”며 “지원 자격이 고졸일 경우에는 2년제 대학을 나온 게 아깝기도 하고, 초대졸을 채용하는 기업이 많이 없기 때문에 4년제로 다시 입학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교 이공계를 졸업한 B씨 역시 “졸업을 하고나니 초대졸자의 취업 문이 이렇게 좁을 줄 몰랐다.”며 “초대졸을 뽑는 기업들이 매우 적은데다가 직급체계도 4년제와 다르다고 알고 있다. 고졸자에 치이고 대졸자에 껴서 초대졸업자들이 갈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고졸자과 4년제 대졸자 사이에 끼어 취업에 방황하고 있는 전문대 졸업생(이하 초대졸)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업에서 채용하는 초대졸 신입 규모가 적을 뿐 아니라 연봉, 직급 차이로 서러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3일 기업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및 기업은 학벌과 스펙 위주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과 직무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지원 자격은 4년제 대학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도 4년제 대학만을 위주로 취업설명회를 진행해 초대졸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본사 이전을 한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국민연금공단,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 공기관들은 이전 지역의 고졸 채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초대졸자 취준생들은 고졸 채용에도 밀려나 있으며 4년제 대졸자들만 채용하는 대기업입사에서도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초대졸 졸업은 임금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5년 3월 기준 고졸 학력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96만원, 초대졸은 230만원, 대졸자는 300만원으로 나타났다.


대졸자와 초대졸자의 직급체계도 다르게 책정돼 있다. A대기업의 경우, 초대졸자 신입은 5급 사원에서 시작하며 4년제 대졸자는 4급 사원부터다. 대학생활 2년 차이가 사회생활에서는 6년여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보통 4년제 대학졸업자가 대리로 승진할 경우, 4년이 걸린다면 초대졸자는 근속하더라도 길면 10여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격차는 갈수록 커져 과장, 차장, 부장으로 승진하기에는 더 오래 걸리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수도 있다는 게 이 기업 인사담당자의 설명이다.


또한 초대졸자가 회사에서 팀장 등 리더가 되긴 더 힘들다. 직장인의 ‘별’이라는 임원 달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다. 우리나라 정서상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학연으로 업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도 어렵다는 것.


고졸자와 비교하면 전문성은 좀 더 있지만 사회생활에서 2년 이상 경력이 뒤져서 오히려 나이가 어린 선배를 모셔야 하는 심리적인 괴리감도 생긴다.


하지만 초대졸도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면 경쟁력이 있다. 예를 들어 사진, 디자인 등의 분야는 초대졸로 들어가도 독자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취업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