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재단의 청년희망펀드도 ‘기업 팔비틀기’ 의혹?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의 자금모금과 관련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부회장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청년희망재단 모금 방식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청년희망재단은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1호 기부를 시작으로 조성된 펀드를 기반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을 하고 있다. 이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200억원)과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150억원), LG그룹 구본무 회장(70억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50억원) 등 대기업 총수들도 속속 동참해 거액을 쾌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등 유관기관에서는 기금 모금내역과 집행내역, 기부자 및 신탁기부자 명단과 금액, 임직원 명단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설립된 후 국무총리실과 고용노동부가 나서 대대적으로 기금 모금 캠페인을 벌여 설립 한 달 만에 800억 원의 기금을 모았고, 최근까지 1400억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일자리 정책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나서서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과 유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한국노총이 청년희망재단 설립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있었는가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유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재단 이사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재단 설립 당시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재단 이사로 등록했으나, 이후 '재단 운영이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에 추진된다'고 비판하며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설립한지 1년이 채 안된 올해 5월 이사장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초대 황철주 이사장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신임 박희재 이사장은 경기도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교수 출신이다.

특히 박 이사장은 취임 직전까지 산업통상자원부 R&D 기획단장을 맡고 있었다. 설립당시 민간재단으로 출발했지만 정부 부처의 인사를 이사장 자리에 앉혀 놓음으로써 설립취지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국정감사 때 현실화됐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들이 모금에 앞 다퉈 동참한 것은 모금의 당사자가 재단이 아닌 정부이기 때문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청년희망재단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고용노동부 직원을 재단에 파견하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